동화 쓰는 법 -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땅콩문고
이현 지음 / 유유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을 찍고 책을 읽고, 그러던 어느 날.

밥을 먹고 돈을 벌고, 그러던 어느 날,

친구를 만나고 운명을 만나고, 그러던 어느 날,

노래를 부르고 뜀박질 뛰고, 그러던 어느 날,

비를 맞고 눈사람을 만들고, 

그러던 어느 날,

빨래를 널고 낮잠을 자고,

그러던 어느 날,

그러던 어느 날이 그날이기를 욕망한다.


*책을 한 권 더 사서, '그러던 어느 날'만 노란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봐야겠다. 이것은 욕망이다. 확실한 오늘의 욕망. 욕망은 나의 것. 그러니까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챙기겠다. 이 또한 나의 욕망. 


♪강물은 흘러갑니다. 아 아아아~



그런 기분과는 무관하게 우리의 시간은 쉼 없이, 일정하게 흘러간다. - P7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1-2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화 쓰는 법 -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땅콩문고
이현 지음 / 유유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큐멘터리 『끝나지 않은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회의 장면이 나온다. 어떤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 앞에서 판타지 세계에 등장할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는데,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사실 뇌병변장애인을 연상하게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캐릭터를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그 캐릭터를 만든 사람이 비하의 의도는 없다고 항변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누군가의 아픔에 대해 함부로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57쪽)_『동화 쓰는 법』 5장. 무심코 던진 돌 : 인물」


*

미야자키 하야오ㅡ스튜디오 지브리 사람들ㅡ『끝나지 않은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 다큐멘터리 만든 사람들ㅡ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ㅡ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ㅡ함부로 아는 척 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오들도 명랑해. 명랑 명랑~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캐릭터를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 P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앞으로는 ‘욕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겠다.
‘바람‘도 쓰고, ‘꿈‘도 버리지 못하겠지만, ‘욕망‘한다는 말을 쓴다는 인식도 못할 만큼 욕망을 자연스럽게 쓰게 될때까지 욕망을 붙들고 살겠다는 욕망이 끔틀거린다.(오늘만 해도 작년 한 해 동안 쓴 ‘욕망‘보다 더 많은 ‘욕망‘을 썼다. 과연 엄청난 욕망이로구만!)



‘바람‘에는 어딘가 한 발 물러선 태도가 있다.
‘꿈‘에는 ‘언젠가‘라는 태도가 있다.
...
‘욕망 ‘ 은 어떤가?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입말음식 제주 우영팟
하미현 지음 / SPOKEN BOOKS(스포큰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 1. 18. 월요일 아침

택배 상자 뜯어서 책 꺼내는데 차갑다. 흐미. 책에 서리 꼈네. 흐흐. 그렇다면은,



그냥 뜯으믄 섭하지. ^___^

기왕 쓰는거 날짜두.. ^______^



날이 춰유.

단디 채려 입어유.


이상하다. 

이 책은, 왜지? 뭣때무네지? 왜케 이케 눈물 나지?

후딱후딱

와장창

확확 

대충

드믈락 드믈락

...

이게 뭐 어쨌다고?

참 나.


"우리 제주의 음식은 요리렌 헐 게 어수다. 우영팟디거영, 바당에서 나는 물에 거영 섞어그네 확 밥허영 먹엉 일허레 가젠허난 막 조르저브난 마씸게."


"우리 제주 음식은 요리랄 게 없어요. 바다에서 나는 물 것이랑 우영팟에서 나는 땅 것이랑 섞어 후딱 밥 해 먹고 일하러 가기 바쁘니까요."



"몇 분 안 걸려. 대강 30분이면 와장창하게 만들어 놓고 대여섯 살 된 어린 애들한테 밥 챙겨 먹어라, 일러두고 물에 갔다와 보면은 그 애기들 인제 옷도 막 벅어 둔 것들 대충 곁에 정리해놨다가 또 밭에 갔다 어둑엉 집에 오면 애기들 정리하고 목용시키고행. 피곤하니깐 그냥 자고 농촌에는 항상 사시사철 바쁘니깐 비 온 날만 하루 밭에 안 가고 쉬고 해."

음식을 따로 배운 건 없고 엄마들이 영(이렇게) 하는거 보면서 따라 하지. 어렵게 만들어 먹지도 안했주게(안했지). 우리 일주일 정도 물질하면은 한 번 정도 먹을 것 가져올까? 다 팔고 안 가꼬와. 가끔 아들 좋아하는 해삼 가지고 올까... 해삼 말고 소라 가지고 와서 삶아서 내가꼬 영 썰어 가꼬 밭에 풋고추 따다 놓고 마늘 빠사 넣고 해그네 무치면은 그것이 제일 빨라. 그건 한 십 분이면 해. 몸 아플 떄는 문어 삶은 물을 마시면 몸에 힘이 나니까 우리는 약으로 먹는데 그것도 귀해서 1년에 한 번 가지고 올까 말까야... 바다고기는 사다 오면 소금해서 말려왕 시쳐. 그래도 일주일 넘으면 못 먹지 썩으그넹. 우리 애들 키울 떄는 냉장고가 없을 떄니까 썩히는 거 집에 해오질 안 해. 그냥 그대로 2~3일 먹을 것만 준비하고 그저 그대로 먹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70쪽)




바다에서 톳 해오면 우영팟에서 쪽파 뽑아서 썰어놓고 된장을 묻혀서 그냥 간단하게 먹기도 하고, 보말 같은 경우도 삶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주물거려서 미역 넣고 국 끓여서 바로 먹기도 하고, 여름에는 된장을 그냥 물에 풀어서 바다에서 잡아온 것 넣고 금방금방 먹고 하지. 옛날에는 식구가 많으니까 물질해서 돈 벌라고 잡은 걸 못 가져왔지. 지금은 식구가 없으니까 문어 한 마리 가져와서 둘이 먹고 구살도 가져와서 국 끓여서 먹고 그래. 조금씩 매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자기가 먹을 양만큼만 가져와서 먹어. 오늘은 반찬이 없으니까 이걸로 반찬 해야겠다 하면 가져와서 하고.


일손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우리가 아침에 바다에 가면 우영팟에 가서 밭을 확확 메서 그걸 다듬고 씻어. 그냥 대충해서 집에 애들 먹을 거 싹싹 만들어놔. "이거 먹어라" 하고는 바다에 가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육지 사람들 같이 시간 들여 음식을 못해. 그냥 '와장창' 빠르게 대강 하고 바다에 가고, 빨리 애들 밥 해놓고 밭에 가고 그렇게 살았어. 배운 게 하나 없지. 우리 어머니들이 이건 이렇게 해라 한 것도 아니고, 바다에서 잡아온 걸로 음식 해 먹는 걸 그대로 보고 따라 했지. 음식을 배웠으면 요리사가 됐게? (126p.)


[안덕면 토박이 농부 추미숙이라는 사람]


여기 텃밭 한 지는 10년 정도 됐어요. 원래는 시아버지가 주신 밀감 밭이었어요. 토종보존연구회를 하면서 밀감 나무 다 잘라내고 여기서 텃밭을 하게 됐어요. 어머님 또래 되는 분들에게 토종 씨앗을 한 개 한 개 다 구해와 심기 시작했어요. 우리 여자들이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보존할 사람이 없겠더라고요. 손은 많이 가고 힘든데 계쏙 몇 년간 하다 보니깐 토종 씨앗이 너무 사랑스러운 거예요. 이 씨앗이 없으면 우리가 앞으로 밥을 해 먹고 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다른 씨앗들은 종묘사에 가면 바로바로 있잖아요. 그렇데 토종 씨앗은 우리 선에서 지키지 않으면 없어질 것 같더라고요. 올해 일반 고추 모종 한 판 가격을 물어봤더니 50개 모종 한 판에 삼천 원 하더라고요. 그러면 씨앗 하나에 가격이 얼마예요. 토종 씨앗을 지켜서 앞으로 우리 후손들도 농사를 계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임감도 들었어요. 지역 고유의 식재료와 음식을 계속 이어가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 같아요.


예전에는 제가 많이 아팠어요. 근무력증으로 근육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그떄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우영팟에서 키우는 것들 가지고 옛날에 먹던 그대로 밥해 먹고 채소에 소금만 살짝 쳐서 먹었어요. 그렇게 해서 건강을 되찾았으니 토종 씨앗이 저를 살린 거예요. 음식이 전부 싱거우니까 애들한테는 음식 못하는 엄마가 됐죠. 


제주는 지역별로 기후와 땅이 다르기 때문에 농사법도 달라요. 여기 땅은 찰지고 단단한 땅이에요. 그래서 옛날에는 고구마를 키웠고 지금은 콩, 보리, 감귤을 생산해요. 모슬포 쪽으로 가면 땅이 더 단단해요. 땅을 조금만 파면 바윗돌의 숨골이 있어서 물이 잘 빠져요. 물이 쑥쑥 빠지니까 논은 생각도 못하는 땅이죠. 구좌 쪽은 검은 흙으로 된 모래땅이라 당근을 ㅁ낳이 키워요. 뿌리가 훍 아래로 쭉쭉 내려갈 수 있으니까요. 


제가 쓰는 우영팟은 밀감 밭으로 쓰던 것이라, 땅에 농약 성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채소나 다른 농작물이 3년 동안 잘 안 자랐어요. 계속 콩하고 비지를 주고 계분도 살짝 주면서 흙을 살렸더니 지금은 지렁이랑 굼벵이가 바글바글해요. 이제는 어떤 씨앗을 심어도 잘 자라요. 흙이 이렇게 중요해요.


저희 엄마도 제초제와 농약을 많이 치시는 편이라, 이제는 어머니 땅에서 농사가 잘 안 돼요. 땅이 죽어서요. 너는 대충 농사를 짓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잘되냐고 어머니가 그러세요. 그래서 제가 어머니 땅은 제초제 때문에 땅이 죽어서 그런 거라고 설명을 해드렸어요. 


소비자들이 예쁜 농산물을 찾기보다는 벌레도 먹고 투박하고 못생긴 농산물을 찾으면 좋겠어요. 보기에는 투박하고 못생겼지만 소비자들이 자연 그대로 키운 채소나 곡식을 찾으면 생산하는 우리도 농약을 안 칠 수 있잖아요. 흙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고 저희처럼 자연농으로 작게 농사 짓는 사람도 꾸준히 지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농산물을 아무도 찾지 않으면 나 혼자 먹는 일이 되잖아요.(154p.)



***

벌레도 먹고 투박하고 못생긴 농산물을 찾게 하는 방법은? 딱 하나! 직접 농사 지어보는 걸텐데, 그런 경험 한번이라도 있으면 벌레 먹은 거 그까이꺼, 투박한 거 그까이꺼, 못생긴거 그까이꺼, 그런 말을 할 수 있을텐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1-01-18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0분이면 와장창 하게 만든다니! 연륜이 느껴져요. 저는 언제 와장창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암튼 여기는 슈퍼에서 지역농산물이라고 파는 코너가 있어요. 자주 애용합니다.

잘잘라 2021-01-18 21:48   좋아요 1 | URL
라로님은 책을 와장창하게 읽으시고,
앞으로는 글도 와장창하게 쓰실테니,
잘잘라는 와장창 좋아요.👍👍👍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인사이드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지음, 이영래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곧장 "암벽 등반은 꼭 해보고 싶어."라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대체 왜?"라고 물으니 "그냥. 어릴때 맨손으로 담벼락에 매달려 있기를 좋아했어. 잘 올라갔거든.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다시 느껴보고 싶은데, 지금은 안되겠지?" 란다. 대답을 들었으면서도 또 물었다(버럭했다, 버럭 소리질렀다). "아니 그러니까, 담벼락에 매달리는 거랑 만길 낭떠러지에 매달리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오!", 

"............" 

그걸로 대화 끝.




내 속에 너무 많은 불길이 남아있다. 

나야말로 뭔가 싹 다 불태워버릴 무엇이 필요한 상태다. 

그림으로 그리든지, 

글로 쓰든지, 

아무튼 종이에 다 옮겨서, 

그 종이를 활활 태워버려야겠다.


오, 굿 아이디어!








우리는 생태계의 가장자리에서 살고 있는 야생종과 같았다. 적응력과 회복력이 있었고 강인했다. - P47

위험과 마주하는 것은 등반의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천천히 기어오르는 상태 그 너머에서 일순간 느껴지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험들 중 하나이다.

ㅡ리오넬 테레, 『쓸모없는 것을 정복하는 사람들』 - P47

6월 20일 엘카피탄 뮤어 벽 첫 등반 7일째

해먹 아래의 풍경은 기가 막혔다. 땅과 우리 사이는 760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삶이었고 우리는 우리만의 세계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편안함을 느꼈다. 해먹에서의 야영은 완전히 자연스러웠다. 우리의 수직 세계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보다 더 수용적인 감각으로 주위 모든 것의 진짜 모습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P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