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 오프 매장에 대한 시각(글 모음)
나는 물론이고 친인척 친구 가운데도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다. (혹시 몰라서 다시 생각해봤는데.. 음.. 건축잡지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한 명 생각난다. 만난지 오래되긴했지만..) 그래서 출판 유통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아무튼 나는 책을 많이 읽는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서도 그렇고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 책 좀 그만 봐라. 책 읽는다고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 책 좀 그만 사! 아주 그냥 다 내다 버리기 전에!
- 책 너무 많이 읽는거 아냐? 책 너무 믿지 마. 책이 전부가 아니야.
그래 나도 안다. 책 읽는다고 밥 나오는 거 아니라는거, 글쓰기 책을 백 날 천 날 읽어봐라 어디 작가가 될 줄 알아? 건축 책 백 권 천 권 사 모은다고 집을 한 채라도 똑바로 지을 수 있겠냐고. 아 그거 누가 몰라? 나 작가 될라고 책 읽는거 아냐. 집 짓는 방법 배우려고 책 사는 거 아니라고! 그냥 책이 좋아서 읽는거야. 책으로 만나는 신나는 세상이 좋아서!
잔소리 듣기 싫어서 "나 이제 책 안 사. 나 이제 책 안 읽어. 그냥 열심히 돈만 벌거야." 그러는 '척' 할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책을 안 읽은 적은 없다. 왜냐. 책을 안 읽으면 도무지 재미가 없는거라. 사람이 무슨 재미가 있어야 살꺼 아니냐고. 엄마는 고스돕 치는 재미로 살고 나는 책 읽는 재미로 살고. 엄마는 손주 보는 재미로 살고 나는 책 보는 재미로 살고. 엄마는 텃밭 가꾸는 재미로 살고 나는 책 읽는 재미로 살고. 엄마는 드라마 보는 재미로 살고 나는 책 보는 재미로 살고. 엄마는 내 걱정하는 재미(..이건 좀 그런가? ㅎㅎ)로 살고 나는.. 아무튼.
그러니까 내가 출판업에 관심을 갖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책 읽는 재미로 사는데 더 이상 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도 책을 만들지 않고 만들 수도 없다? 그건 곤란하니까.
내가 종로서적, 교보문고에 들락거리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다. 성북동에 살 때고, 멀미를 너무 해서 웬만하면 걸어다니던 때다. 성북동에서 종로까지 걷자면 코스가 몇 개 있는데(코스 설명은 나중에~ 너무 옛날 얘기라 기억을 더듬는데 오래 걸릴거 같으니까) 그 중에 제일 많이 걸은 곳,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제일 많이 기억나는 곳은 창경궁 돌담길이다. 당시엔 창경궁이 아니라 '창경원' 동물원이었고 초등학교때부터 매년 빠지지 않는 소풍장소였기에 나에게 그곳은 궁궐이 아닌 동물원이었지만, 종로서적, 교보문고에 가기 위해 돌담길을 걸을때 그곳은 궁궐도 아니고 동물원도 아니고, 역사도 아니고 신화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나만의 장소가 되었다.
기억을 더듬다보니 추억에 빠져들어 한도 끝도 없겠다. 생략이 필요해. 추억 생략.
나는 더 이상 성북동에 살지 않고 멀미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책을 읽는다.
돌담길 필요 없고 멀미약도 필요하지 않지만 책은 있어야되!
책은 있어야 된다고. 전자책 말고 진짜 책!
모든 책이 필요한 건 아니다. 눈에 띄는 책이 필요하다.
들춰볼만한 책,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 사서 읽는 책. 그러자면
어차피 모든 책이 필요하다.
듣기 싫은 잔소리 들으면서 내가 산 책
로그인할 때마다 그동안 산 책 얼마 얼마에 되팔라는 그 끈질긴 유혹에도
아랑곳 않고 내가 갖고 있는 책, 그런 책이 나를 말해준다.
이래서 또 하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나는 모든 책이 필요하고,
잔소리도, 없으면 허전할 것이고
유혹도, 꽤 유용하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망하면 안된다.
유혹하는 사람들도 계속 있어주길 바란다.
아, 인생은 아이러니다.
오늘도 나는 유혹하는 알라딘에서 책을 보고 알라딘서재에 글을 쓰는데
오늘 내 마음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향한다.
아, 인생은 아이러니일지라도
나는 책을 읽어야겠다.
p.s. 나는 독자다.
책을 빌려 읽을 때는 물론이고
책을 '사서' 읽을 때도 나는 독자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나를 '소비자'로 분류하는 건 아무 느낌 없는데
어디서건 책을 살 때(심지어 내가 '마트'에서 책을 살 때라도)
나를 '소비자'로 본다면, 그건 아니라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구. 플리즈~" 라고 말하고 싶은
재수 땡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