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열두 방향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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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임에도 여운 짙은 이야기가 많다.
때문에 이 소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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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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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의지해야 하는 시간,
그의 섬세한 시선에 기대어 누리는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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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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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날과 같이 평범하던 일상에 난데없이 어머니의 부고가 날아들었다. 그것이 정확히 어제인지 오늘인지 알 길이 없는데 주변에서는 벌써 위로가 쏟아진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회사에 휴가를 내고 덜덜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두 시간을 달려 요양원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미 입관한 뒤여서 어머니의 얼굴은 볼 수 없다.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거니와 습관처럼 울던 어머니의 모습이 싫어 발길을 끊었는데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게 언제였더라. 원한다면 못을 빼내고 관 뚜껑을 열어주겠다고 하지만 구태여 그러지 않기로 한다. 네모난 관을 앞에 두고 낯선 노인들에 둘러싸여 밤을 지새웠다. 미처 풀지 못한 피로가 노곤한 몸 위로 무게를 더해간다. 곧이어 온 세상을 녹여버릴 듯 강렬한 태양이 어머니의 마지막 길은 밝혀오고, 숨통을 조이는 불쾌한 공기와 끈적하게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시선 끝에는 녹아내리는 검은 아스팔트와 느리게 굴러가는 영구차, 새카만 상복처럼 온통 죽음의 색 뿐. 핑 도는 시야에 정신이 혼미해지지만 어디에도 도망칠 곳은 없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시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온 뒤였지만 어디를 가도 따라붙는 날카로운 태양빛이 자꾸만 신경을 거스른다. 자문을 구해오는 절망의 얼굴들, 급속도로 사랑에 빠져버린 여인의 갈망하는 눈빛, 매일같이 오가는 무의미한 말들. 언제 시작된 건지 모를 미세한 균열이 소음을 일으키며 걷잡을 수 없이 멀리 뻗어나간다. 그러니까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몇 해 전 해설집 없는 얄따란 <이방인>을 읽었는데 2023년 올해의 첫 책으로 민음사에서 나온 뫼르소를 다시 만났다. 그때에는 뫼르소라는 인물이 가진 권태로움이 깊은 잔상으로 남았다면 이번에는 방대한 분량의 해설을 읽고 소설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결국, 그때에나 지금이나 이 지독하게 고독한 인물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여 위의 내용은 2부 재판장에서 다뤄지는 핵심 사건을 좀 더 직관적으로 느껴지도록 내 맘대로 정리해본 것이다. 1부 내용은 무엇 하나 직언하지 않고 뫼르소의 시선을 따르거나 이웃들과의 일화를 통해 그의 심리를 거울처럼 대변하고, 2부에서는 법조인들과 증언자들의 입을 통해 해부되므로 그의 처지에서 대변하는 감정적 호소가 필요해보였다. 물론 그의 죄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그가 보여준 심적변화에 공감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미국판 서문에서 알베르 카뮈는 뫼르소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따라서 내가 보기에 뫼르소는 표류물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그는 가난하고 가식이 없는 인간이며 한 군데도 어두운 구석을 남겨 놓지 않는 태양을 사랑한다. 그에게 일체의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p.142

 

 

  그는 꽤나 솔직하고 체면치레를 귀찮아한다. 우리가 흔히 사회에 자연스레 섞여들기 위해 쓰는 사회적 가면이란 게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생사가 판가름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발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뻔히 예측됨에도 그는 진실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렇다고 그가 무심한 것도 냉소적인 것도 아니다.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모신 후 휑해진 빈자리를 견디지 못해 식탁을 제 방에 욱여넣은 채 좁은 방에서 생활하기를 택하는 냉혈한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재판장에서 자신을 두둔하는 증언자들에게 깊은 애틋함을 느끼고 사람들의 날카로운 눈빛에 슬퍼한다. 그에게는 그저 상실을 피부로 깨달을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다름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에서 눈물 없는 슬픔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너무 천천히 가면 더위를 먹고 서두르면 땀이 식었을 때 추위를 느낀다고, 초반부 어느 등장인물이 뙤약볕 길을 걷게 될 뫼르소에게 조언하는데 이는 사실 어느 쪽을 택하건 고통이란 뜻이다. 애도에 적정 속도가 있었다면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불리하게 돌아가는 재판장의 기류를 읽은 뫼르소는 사형선고를 직감하지만 곧이어 항소는 불필요한 서류를 늘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이성적인 그는 철저하게 현재에 머무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머니의 죽음을 비롯해 이미 일어난 많은 일들이 그에게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러나저러나 상관 없는 일인 것인다.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그에게 돌아온 것은 사형, 그리고 비웃음이었다. 2부를 아우르는 이러한 재판장의 분위기는 엉성한 연극처럼 한 편의 코메디가 따로 없지만 내가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비단 소설 속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소 행동거지가 바르고 착했다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넘치게 알고 있다. 판사를 앞에 두고 죄를 뉘우치며 자기연민에 휩싸인 거짓눈물로 감형 받는 자들을 질리도록 접한다. 그러니까 이 재판장에서 행해지는 부조리는 울 수도 웃을 수도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는 괴이한 연극에 가깝다.

 


  유리된 현실에서 작은 감옥으로 무대가 바뀌고 경계가 사라진 하루하루를 보내며 현재를 강탈당한 뫼르소는 그제서야 과거를 돌아보고, 고요한 새벽시간 자신을 데리러 올 죽음에 귀 기울이며 미래를 내다본다. 그리고 자신을 아버지(신부)라 부르기를 요구하는 자에게 분노를 토해낸다. 시종일관 담담하던 그가 처음으로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은 호기심에 사형집행을 구경하러 갔다가 구역질을 했다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의 일화가 연상되면서 역설적이게도 사형을 앞둔 자의 삶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다. 원치 않았던 아버지(신부)와의 반강제적 대면 장면은 거부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그의 처지와 같아서, 뫼르소는 이내 모순적 세상에 응해주듯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기를 선택한다.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p.136 홀로 가면을 쓰지 않은 그는 이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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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2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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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가 구현한 제법 그럴싸한 죽음 저 너머의 영계, 를 십 년만인 2022년 끝자락에 드디어 완독. 알라딘에서 산 첫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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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1 0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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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황금숲 2 (완결) 황금숲 2
윤소리 지음 / 퀸즈셀렉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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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천재만재.. 천상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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