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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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기억은 끊임없이 변모하여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당신이 경계해야 할 것은 거대한 폭풍우가 아니다. 얼어붙을 듯한 추위에 감각은 둔화되고 뿌옇게 가려진 시야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침잠시키는 가랑비같은 존재다. 정신질환 범죄자들이 수감된 애시클리프 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보안관 테디는 파트너 처크와 함께 조사를 위해 지독한 배멀미를 견디며 외딴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병원 직원들의 태도는 어딘지 의뭉스럽고 사라졌던 환자 레이첼 솔란도는 멀쩡히 모습을 드러낸다. 사건은 허무하게 종결되는 듯 보이지만 테디에겐 이 섬에 발을 들인 진짜 이유가 남았다. 베일에 싸인 '67번 환자', 아내 돌로레스를 죽인 앤드루 레이디스를 찾아내 복수를 해야 한다. 모두가 한통속인 이 곳에서.




"보름달 말입니다. 보름달 때문에 사람들이 미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중략)

"사람의 뇌는 50퍼센트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설마요?"
"정말입니다. 달이 바다를 이리저리 휘두를 수 있다면, 사람 머리에다가는 무슨 짓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p.394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갔다 고요한 바다 위에서 맛봤던 고립감과 공포는 훗날 그에게 더욱 큰 트라우마로 재탄생한다. 물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기에 피할 수 없고 그렇기에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외딴섬을 벗어날 길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살인자들의 섬>은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처절한 이야기다. 전쟁이 남긴 상흔과 가족을 잃은 고통, 죽은 뒤에도 테디의 귀를 멤도는 돌로레스의 속삭임. 결국 모든 것은 죄책감이자 후회, 상실에서 비롯된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서 안개가 걷히고 거짓으로 쌓아올린 진실이 무너진 뒤 떠오르는 배우 디카프리오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마음을 울렸다.

 


 

저자 데니스 루헤인은 한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독특한 플롯을 살려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시켰다.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화는 아귀가 맞지 않고 어딘가 삐그덕 거리고, 사건을 파헤치는 자와 숨기려는 자들의 미묘한 신경전은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된다. 휘몰아친 폭풍우가 지나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찾아드는 왠지 모를 찜찜함은 어찌해야 할까. 나는 내 고통의 기억을 되돌아본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과연 투명한 진실일까. 어쩐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늘 그렇듯 모든 것이 끝난 뒤 찾아오는 편두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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