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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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키야 미우의 책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배경이 분명 일본인데 왜 이렇게 한국 같을까? 그것도 좀 오래전 한국. 사회 경제 부분은 일본의 10년 전과 흡사하다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가족 간의 관계를 담은 책은 늘 10년 전 우리의 모습과 같을까 놀란다. 작가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을 때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닮았구나 그것도 한 10년 전 우리의 모습과.

서로 다른 양쪽 집안이 만나 가문이 함께 한다는 전통적인 유교 사상인 동양에서는 늘 집안을 이어주게 된 사슬과도 같은 며느리 그리고 사위와 충돌이 발생한다. 서양은 결혼을 하게 되면 가족이 분화되어 아주 친한 남과 같은 관계가 되는데 동양은 하나로 엮는 문화로 수천 년을 이어왔다.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과거엔 정말 좋은 방법이겠으나 요즘처럼 개인화된 사회에선 좀처럼 장점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삼대 사대 그리고 구족까지 이어지던 문화는 이제 딱 하나 부모 자식이라는 이대만 남았다. 그조차도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이젠 서양처럼 결혼하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아주 친한 남이 되어야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양이 맞고 동양이 틀리다가 아니라 우연하게 개인화된 사회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훗날 다시 씨족끼리 모여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동양이 더 강점이겠지.

이 책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벌어지는 약 3개월의 기간을 보여주었다. 당연하겠지만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시어머니와 어머니를 비교했고 시어머니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뭐 당연하다 싶다. 그런 생각이 아주 바뀌는 것이 아닌 3개월 동안 몰랐던 시어머니에 대한 많은 속마음을 알게 되고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간단한 내용을 장편으로 묶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제목만 봐도 결론이 예상되는 그런 책이다. 과연 작가는 어떻게 그 내용을 풀어갈 것인가가 궁금했는데 읽으면서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 같다. 그것도 오래 전의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참 빨리 변하는 것 같다. 아직도 일본은 이런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 같지 않은데 우린 정점을 지난 듯한 인상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남편 같은 사람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거의 보기 힘들지. 아니면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재미있게 읽었다. 앉은자리에서 절반씩 두 번 엉덩이를 들썩이니 책을 다 읽었다. 재미도 있었다. 작가의 책이 늘 그랬듯 극적인 부분은 사실 없다. 기승승승결 이렇게 끝난다고 할까? 하긴 극적인 재미를 찾으려면 추리소설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의 기존 책 보다 더 원숙하고 잔잔함을 만들어낸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어머니를 떠올리면 쓴웃음과 화가 교차한다. 지난 일들을 떠올리면 어처구니가 없거나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친어머니를 떠올릴 때의 그 허전함이란……….
조금 더 자유롭게 마음껏 살기를 바랐다. 가끔은 폐를끼치길 바랐다. 시어머니처럼 많은 일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뿐인가, 어떤 성격인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알지 못한다.
어머니, 당신은 너무 대단했습니다. 자제력이 너무 강하셨어요.
어머니의 진심은 무엇이었나요?
어머니는 행복하셨나요?
고양이라도 키웠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다츠히코와 미키도 있고, 뭐하면 제가 거두어도 되고요.
거기에 손자손녀나 그 자녀 세대까지 포함하면 고양이 한마리 정도 거둘 수 있는 친척은 많잖아요.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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