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재즈

포트레이트 인 재즈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 하루키의 재즈 이야기
하루키는 음악과 영화를 좋아한다. 재즈의 에세이를 보면 영화 이야기 음악이야기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은 피츠 제럴드 영화는 잡다하게 여러 가지 그리고 음악은 늘 재즈다. 재즈 외 다른 음악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나오기는 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하루키의 마음속에 있는 음악은 언제나 재즈다. 오죽하면 첫 직업이 재즈바 주인이었을까? 하루 종일 재즈 들으면서 일하기 위해 재즈바를 열었다고 할 정도이니 재즈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만하다. 그런 하루키가 재즈에 대한 책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다.

하루키는 재즈에 대한 책을 2권 냈다. 하지만 여러 권 출간되었다. 각종 이름으로 출간된 것으로 이 책이 최종본이라 보면 좋을 것 같다. 2권을 한 권으로 엮어서 낸 것으로 사실상 재즈 전문 서적이 이 책이 전부이다. 너무 재즈를 좋아한 나머지 어떻게 책을 써야 할지 몰라서 재즈 뮤지션 그림 전시전에 그 인물에 대한 내용을 써서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사람에 대한 독특한 일면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 어떤 책일까?
이 책은 재즈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면 읽지 말아야 한다. 재즈에 대한 표현도 재즈를 좋아하는 청자의 입장에서도 저런 감상이 어떻게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치 [요리왕 비룡]에서 천상의 선녀가 노래하고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맛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표현 형식으로 음악을 소개한다. 즉, 글만 보고는 도저히 그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감도 잡지 못한다는 소리와 같다.

그렇다 보니 인물에 대해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인물도 사실상 거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재즈는 우리나라에서는 비주류다. 어떻게 보면 그보다 더 낮은 인지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 나오는 유명한 인물들 중 사람들이 알만한 사람들은 재즈 뮤지션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팝 가수로 흔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루이 암스트롱], [프랭크 시나트라] 등 팝 가수로 착각하는 뮤지션 외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이 책을 표현해야 할지도 난감하다. 재즈 뮤지션에 대한 소개와 명반에 대한 소개입니다.라고 하기엔 음반에 대한 소개가 너무 적다. 그렇다고 인물에 대한 소개라고 하기에도 인물에 대한 소개가 적고, 사실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인물들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려한 문체는 볼만 하다. 하루키 특유의 쿨함으로 뮤지션들을 소개하고 음반을 소개한다. 내용이 재미있을 수 없는 그런 내용임에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물론 내가 재즈에 대해 많은 부분 알고 있어 술술 넘어가는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다. 그래도 그것만으로 책을 잘 읽었다고 하기에는 다른 재즈 책에 비해서 쉽사리 읽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하루키의 뛰어난 글 솜씨가 맛을 살린 것이다.

언제나처럼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웬만하면 더 이상 재즈 책은 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루키의 문체에 대한 재미로만 읽기에는 재즈에 대한 정보량이 적고 너무 하루키 주관적이라 객관적인 시선에서 사실을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 서적으로의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홀연 재즈라는 음악에 매료되어 그 이후 인생의 대부분을 이 음악과 함께했다. 내게 음악이란 언제든 아주 소중한것인데, 그중에서도 재즈는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해도 좋을 것이다. 한때는 그것을 생업으로 삼았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 탓에 재즈에 관해 새삼스럽게 글을 쓰기가 망설여졌다.
너무 밀착되어 있어 무슨 말부터 쓰면 좋을지, 어디까지 쓰면되는 것인지……… 를 생각하다 보면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와다 마코토 씨가 그린 재즈 뮤지션의 그림을 몇 장 도고서는 이내 으음, 이런 식이면 뭐라고 쓸 수 있을 것 같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