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마쓰무라 에이조 사진 / 문학사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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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여행기
잡지에 연재하며 템포를 쉬는 하루키에게 연재를 위한 에세이가 아닌 책을 가끔 출간한다.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랑은 좀 다르게 하루키만의 스타일의 여행기를 만들어냈다. [먼 북소리]라는 여행기는 하루키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쓴 여행기인데 여행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면서 느꼈던 감상도 들어가 하루키만의 독특한 여행기가 만들어졌다.

여타의 여행잡지처럼 호들갑 떨면서 여행 정보에 대해서 전달하려 쓰는 책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정보라는 것이 지독히도 없다. 하루키의 책을 보면 그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좋았던 기억은 짧게 쓰고 안 좋았던 기억은 길게 쓴다고 할까? 먼 북소리도 그랬고 이 책도 그랬다. 이 책을 읽은 후 물론 30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터키는 갈만한 곳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 왜 읽을까?
여행기를 읽는 목적은 먼저 여행했던 선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 여행의 정보를 얻고자 함이 가장 크다. 좋았던 곳을 나도 가보고 안 좋았던 곳을 피하기 위해 여행기를 보고 여행 정보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여행 정보를 얻을 순 없다.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이 책을 읽는 목적은 하루키의 책이 좋아서여야 한다. 여행기를 여행기로 보지 말고 하루키 산문집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 그리스 그리고 터키의 정보를 얻겠다고 이 책을 읽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여행 정보를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즐긴다는 생각으로 읽다 보면 재미를 찾게 된다.

# 어디를 여행하는가
그리스 아토스 반도 그리고 터키를 여행하는 책이다. 2권의 책을 하나로 엮은 것이라 한다, 즉 그리스 여행기와 터키 여행기 2권의 책이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아토스는 수도원을 탐방하러 갔었고 터키는 여행을 갔다. 물론 편하게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굉장히 험난한 길을 택해서 갔다.

총칼의 위협이 있고 발톱이 빠져라 걸어서 다녔다고 하니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하긴 30년 전의 이야기니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아토스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말이다.

# 우천염천
똑같은 책이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다. 책 제목은 두 가지 이 책의 제목인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와 [우천염천]이라는 책이 있다. 지금 책의 제목은 원래의 제목은 아니다. 원제는 우천염천이 맞다. 하지만 일본 제목이 한자이기 때문에 그대로 풀어 쓴 것으로 그 뜻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언뜻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기 때문이다.

우린 한자를 생활화 하던 문화에서 한글로 바뀌었다. 그렇다 보니 책 제목으로도 雨天炎天으로 적지 않고 우천염천이라고 적었다. 그렇게 되면 한자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된다. 한자로 적으면 한자를 아는 사람은 이해가 가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다. 원제를 살리는 것에 많은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이 제목이 낫다. 원자의 제목과는 아주 다르지만 제목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더욱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정교로 개종을 한 뒤에 오시게" 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일을 묘하게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물론 내가 정교로 개종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수도사의 말에는 이상한설득력이 있었다. 아마 그것은 종교를 운운하는 것보다는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확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확신이라는 점 에서는 전 세계를 찾아봐도 아토스처럼 농밀한 확신에 가득 찬땅은 아마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그들에게 그것은 의심의 여 지가 없는 확신에 가득 찬 리얼 월드인 것이다. 캅소카리비아의그 고양이에게 곰팡이가 핀 빵은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것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어느 쪽이 현실 세계인가?

- 본문 P147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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