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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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특히 고등학교 선생님의 별명은 늘 한결같다. 어느 학교나 같은 별명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보통 많은 게 독사, 산적, 호랑이, 진돗개 등 대부분이 무서운 동물 또는 독한 동물들이 주로 별명이 된다. 하지만 특이한 하나의 별명이 있다. 제물포, ˝제(쟤)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 이 별명 또한 어느 학교에나 있는 별명이다.

물리 선생님들은 특히 억울할만한 대목이다. 어떤 사람이 가르쳐도 누군가에겐 제물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물리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수포는 거의 자조적인 말이긴 한데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통 수포자가 된다. 물리적인 현상들을 수학으로 표현한 것이기 물리학이기 때문에, 수학을 포기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물리가 이해 갈 리가 없다. 더욱이 물리를 가르칠 때 너무 당연하게 수학 법칙은 다 안다는 듯이 설명하기 때문에 물리가 더욱 어렵고 졸리게 느껴진다.

물리를 가르칠 때 수학을 일일이 가르친다면 물리가 아니라 수학이 될 테니 물리 선생님들의 고충은 이해가 가지만, 곱하기 나누기 이외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는 수식을 나열해 놓고 설명을 들어야 하는 학생도 난처하긴 매한가지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제물포가 탄생하고 누가 가르쳐도 결과는 다르지 않으리라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알쓸신잡을 보면 유려한 말솜시에 누구도 알기 쉽게 과학을 설명하지만 물리만 놓고 설명을 하게 되면, 여기는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모든 것이 벙벙한 상태가 되고 만다. 초반의 쉬운 설명이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초반은 크게 어렵지 않은데 조금만 나아가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지 않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나름 과학을 좋아하고 인내심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물리 앞에선 한 없이 작아진다. 그것도 천체물리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더더욱 멍해지고, 수식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책을 덮고 싶어 진다. 그런데 여기 철학까지 가미하게 되면, 이게 과학책인지 철학책인지 아니면 수학책인지 정체가 불분명하게 느껴지면서 오늘 저녁은 무얼 먹는 게 합리적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적은 맞다. 결코 어려운 이론서적은 아니다. 하지만 교양서적 수준이라도 물리는 어렵다. 그리고 쉽게 읽히지 않는다. 저자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책에 대한 셈이라고 할까? 어떻게든 독자로 하여금 책에 빠져들게 하고 물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큰 점수를 주지 않는다. 교양서적이라면 좀 더 흡입력 있는 책으로 다가왔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충분한 물질적 증거가없을 때, 불확실한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데에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 본문 P269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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