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가 될 지도 모르지만

 

 

 

괴로워도 모르는 길, 혹은 괴롭지만 좋은 길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과연 이 일을 다시 선택할까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선택하지 않는다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미련은 남겠지만,

지금의 불안과 외로움은 덜할 테지요.

그러나 저는 몇 번을 다시 돌아간다 해도 이 일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투덜거리긴 해도 좋아하는 마음이 불안이나 외로움보다 크니까요.

 

누군가의 눈엔 미련하기 짝이 없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이 일이 주는 괴로움을 감내하게 하는 즐거움이

길 위로 돋은 뾰족한 가시 사이사이에 선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곳곳에 흉터로 남은 상처들과 여전한 괴로움을 고스란히 인내하게 될지라도

다시. 또 이 길 위에 있을 겁니다.

 

 

 

 

 

곡예

 

 

 

외줄타기 인생

 

삶이라는 길은 자주 그 모습을 바꿉니다. 한 가지 모습을 오래 보여주지도 않을뿐더러 하루에도 수십 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모습이 바뀌기 전에 선수를 치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텐데, 우리 대부분은 삶의 모습에 맞춰 살기 바쁘지요.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앞날을 예견하는 일이 보통의 일은 아니니까요.

삶은 걷기 쉽게 혹은 마음껏 달려갈 수 있을 만큼 팽팽하고 탄탄할 때도 있고,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가느다랗고 느슨해져 있기도 합니다. 파도 타듯 휘청거리며 날뛰기도 하고, 때론 무섭게 속도를 내며 솟구쳤다 갑자기 내리 꽂히기도 하고요.

그런 삶 안에서 주어진 생명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아슬아슬 균형을 잡으며 신중하게 나아가는 일. 떨어지지 않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하게 되는 일. 그게 바로 인생이라 부르는 서커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쓰지 않아도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애써 삼킵니다.

그럼에도 찔끔 눈물이 나기 시작하니 울어도 되는 걸까 잠시 고민합니다.

혼자 있는데도 눈물이 나오는 내가 과연 괜찮은 걸까 생각합니다.

눈물이 나오면 울면 될 것을, 우는 일은 유난히 마음을 주저하게 만드네요.

실컷 울면 마음이 후련해질 걸 알면서도 마음을 터트리기란 어쩜 이리도 어려울까요.

 

 

 

 

2016, 설레다

실컷 울면 마음이 후련해질 걸 알면서도 마음을 터트리기란 어쩜 이리도 어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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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0509 2016-10-16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을 알아가기가 쉽지 않은 듯 합니나.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즐기는 일~힐링되는 문구들이 마음에 와 닿네요.

Chloe 2016-10-20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또 괜히 짠함이 앞서네요... 예쁜 책이네요

바람소리 2017-08-30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어떤때는 억울하기하고,어떤때는 행복하기도하고,어떤때는 이해가 가기도하고,어떤때는 미련에 연연하기도 하는 돌아보면 뒤죽박죽인생입니다. 그래도 삶은 소중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