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오브 맨>

 

미래 사회를 암울하게 하지만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던 작품.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보게 된 영화인데, 그 서사에 압도 당했다. 우리의 미래가 이렇게 암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폐해세상. 설마 저렇게 변할 수가 있으리라고 하면서 화면을 들여다 보는데 점점 감독의 논리 전개가 수긍이 된다. 왜냐면 미래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 인간과 똑같았기 때문.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앞으로도 가망이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즈음...어디에서도 희망이라는 것을 찾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하게 될 즈음, 그 희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탁월했다 싶다. 그 모든 것이 전혀 논리 전개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암울한 미래를 만드는 것도, 희망을 만드는 것도 지금의 인간과 다르지 않은 바로 그 인간들이라는 것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했다. 저게 바로 우리가 세월호를 놓치 못하는 이유라고. 칠드런 오브 맨. 레지스탕스 1인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줄리아(줄리안 무어역)가 단지 전남편이라는 이유로 그 중요한 임무에 테오(클리이브 오웬)을 선택했다는 것이 참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결국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된 자의 보호 본능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한가 하는 것을 말이다. 어떤 이념이나 이기심, 생존 본능보다 강한 것이 아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어른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컨택트> 

 

 

  고통스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걸 보기 위해 떡밥을 너무 휘향찬란하게 깔아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었던 작품.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줄거리도 따라가기에 무리는 없었지만서도,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외계인이 찾아와 주어야 했었을까 라는,  우주인의 지구 방문이라는 거대 사건에 비해 마무리가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언어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기본창구다, 이 영화가 현대판 바벨탑을 그릴려고 했었다는 다른 블러거의 말이 수긍이 가긴 했지만, 영화 자체로 보면 그닥 균형이 맞아 보이진 않았다.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는데, 겨우 그거라고 라는 심정이랄까. 그래서 결론은 우리가 미래를 안다고 해도 과연 결국 같은 선택을 하겠느나고? 아마도 그럴 것이라 본다. 아니 그럴 수밖엔 없다. 인생이란게 생각보다 짧다. 진정한 사랑을 할 기회는 얼마 되지 않아. 도깨비처럼 불사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에게 온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이유가 없지. 그게 바로 우리가 이 생을 살아가는 이유이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넘 돌려서 감동적으로 하려 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 좀 오바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다는 건 사실 그렇게 대단한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싶어서.

 

 

 

                                                                                              <죽여주는 여자>

 

우리나라가 얼마나 남성 위주의 사회인가, 내진 거대한 마마보이들의 세상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 작품. " 죽음 정도는 네가 알아서 해주지 않겠니? " 라는 물음을 냉소적으로 내뱉을 수밖엔 없었다. 왜 남자들은 여자들을 자신들의 따까리에 모든 쓰레기 같은 일들을 도맡아서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그런 사고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경악할 만한 일이구만, 더 놀라운 것은 사회성 짙은 작품이라고 해서 나름 약자에 대한 시선을 강조한 이런 영화들 속에서조차 꺼리낌없이, 그런 조잡한 생각을 만천하에 내놓는 다는 것이었다. 것도 자랑스럽게 말이지. 치매나 뇌졸증같은 병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노인들을 왜 가족들이 외면하겠는가? 그들의 고통을 몰라서? 아니 그건 그들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힐만큼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몇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명치료 거부 김할머니의 경우, 난 그 가족들이 그 할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본다.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분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명확했고.  그렇기에 그런 논란을 무릅쓰고 싸우려 한 것이다. 그렇게 가족들마저 꺼리는 존엄사를 생판 남에게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로 떠맡긴다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데, 그걸 박카스 할머니라는 소외된 계층이기에 덥석 받아들일 거라는 상상은 도무지 얼마나 끔찍한 일이냐. 내 손에 피묻히기 싫으니 치매 걸린 내 친구를 죽여주고, 나 혼자 죽기 싫으니 죽어가는 동안 내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데? 얼마만큼 염치가 없으면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한평생을 살아왔으면 적어도 죽음 정도는 자신이 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모르지도 않겠구만, 그걸 박카스 아줌마라는 이유로 편하게 떠넘기는 남자들의 작태가 경악스러웠다. 신사의 나라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냥 여자도 너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걸 생각해줄 수는 없겠니? 너희들이 싫은건 우리들도 싫다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