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식스 카운티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글 그림,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수작이라는 말에, 깊은 울림을 준다는 말에 기대 잔뜩하고 보게 된 책이 되겠다. 물론 그 외엔 아무런 정보없이 읽어 내려 갔기 때문에 맨처음부터 살짝 당황하긴 했다. 내가 예상했던 그런 그림이 아니었고,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흑백으로 된 거칠은 만화체, 익숙해지기가 쉽지는 않다. 하나 아무리 그림이 별로라고 해도 내용만 좋다면야 나는 상관없는 사람. 내용이 좋기를 기대하며 읽어내려갔다. 처음엔 두께에 좀 압박감을 느꼈는데, 만화다 보니 금세 술렁술렁 읽힌다. 에식스 카운티, 라는 제목에 그게 무슨 뜻일까? sf물인걸까? 라고 추측했으나 알고보니 그것과는 몇 광년만큼이나 동떨어진, 에식스 카운티라는 캐나다의 아주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알고보니 표지에 뿌리 깊은 나무와 까마귀가 나오는 것이 아무 의미없이 그려 놓은 것이 아니더라. 한 가족의 수십년에 걸친 가계도를 설명한 책이라고 봐도 되니 말이다. 책은 세 개의 작품을 묶어 한 권으로 내놓은 것으로,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알고보면 이들이 다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마을에 살아가는 세 명의 사람, 엄마를 잃은 소년, 동생의 아내와의 하룻밤으로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한 노인, 그리고 마음이 착해 어려운 사람들을 못 보고 지나치는 시골 간호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들이 결국 어떻게 연관이 되어 지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저자가 캐나다의 대표작가라고 하던데, 다른건 몰라도 캐나다가 고독이나 외로움을 양성하기엔 굉장히 알맞은 곳인가보다 추측하게 하기에 무리가 없을만치 황량하다. 캐나다 작가들의 만화를 몇 권 읽어보았는데, 그들 모두에서 같은 정서가 읽혀지는걸 감안하면 캐나다가 원래 그런 곳이던지 , 아니면 나라적인 특성이 그런 감성들을 북돋아 키워내던지 둘 중 하나인 듯하다. 하여간 이런 쓸쓸한 정서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내겐 좀 별로였는데, 왜냐면 인생이란게 아무리 못 산다고 해도 그보단 풍성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여간 지나치게 쓸쓸하고 허무한 정서. 왜 꼭 그렇게밖엔 살 수 없는 것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장치다. 뭐,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걸 생각하면 이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일수도--다시 말해 작가가 그런 사람인 것일 수도--. 하여간 대중속에서의 고독을 제대로 씹어 주시는 몇 몇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몇 개의 비극이 나오고, 비장한 장면 몇 가지가 나오며,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비극때문에 인생이 달라져 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게 쓸데없이 비장한 와중에서도, 몇 개의 울컥하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세 번 울컥했는데, 잔잔한 와중에 예상치 못하게 받은 일격이었기에 더욱더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그런 작법이 이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듯...이 책이 왜 수작이라는 건데 라면서 읽는 내내 투덜댔었는데, 그 장면들을 생각하면 수긍이 되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들라면, 엄마를 잃어 외롭고 슬픈 아이를 개울가에서 놀아주던 한 남자와의 에피소드 부분을 꼽고 싶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 이 책의 모든 단점들을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던데, 이 책을 통틀어 제일 반짝반짝 빛 나던 장면이 아니었는가 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뭔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 읽고나니 아하~~하고 이해가 간다.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그 장면을 보면서 뭔가를 느끼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실 듯. 인생이 아무리 고달프고 외롭고 고통스럽고 자신의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아 괴롭다고 해도, 마음속 깊은 곳 인간성만은 여전히 그대로인 착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향한 작가의 찬가이자 응원가가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작가,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다른건 몰라도 연민과 공감을 자아내는 빛나는 장면을 흔연치 않게 잡아내는 재능만큼은 인정하고 싶다. 뭐, 딱히 재밌게 봤다고 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리뷰를 쓰다보니 이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나중에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지긴 한다. 작가가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그려준다면 아마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게는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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