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노 요코의 전작 <죽는게 뭐라고> 이후 다시는 그녀의 책을 읽게 되지 않을 줄 알았건만,  인생이라는게 원래 예상한대로는 되지 않는 법인가보다. 이렇게나 빨리 그녀의 책을 리뷰하는걸 보면 말이다. 제목부터 사노 요코답다.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간간에 나는 내 식대로 살겠습니다 라고 선언하는 듯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맘에 든다. 이쯤되면 전작이 나를 아무리 실망시켰었더라도 일단은 한번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여 결국은 속는 셈치고 라면서 읽어 버리게 된 책. 우선 책에 관한 정보를 말씀드려보면, 이 작품은 사노 요코의 중년시기, 즉 40대 즈음에 쓴 수필들을 모은 것이다. <사는게 뭐라고>나 <죽는게 뭐라고>가 그녀가 인생의 말년에 쓴 것이라면, 이 책은 죽음을 고찰하기 한참 전에,  삶이 한창이던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연 그녀는 언제부터 그렇게 빙퉁맞고 삐딱했던 것일지, 70세가 되기 전까지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매우 궁금했던 나로써는 작가가 남긴 중년의 흔적을 읽는 것이 신선하고도 흥미로웠다. 나 역시도 40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작가와 어떤 접점이 있을까라는 것이 궁금했었는데, 그런 의문들의 답을 찾을 수도 있어 유익했고 말이다. 사노 요코, 난 어쩌다가 그녀가 나의 맘에 들어온 분인줄 알았는데, 중년의 그녀를 읽어보니 알겠더라. 그녀가 한결같이 꾸준한 분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알고보니 그녀는 어쩌다가 말년에 그렇게 빙퉁맞아진 사람이 아니더라. 그보다는 언제나 한결같이 그런 분이셨구나 라는걸 알게 되니 뭐랄까, 깨달음같은 순간이 찾아왔다고나 할까. 어떻게 생각하면 똑같은 사람이니 아무리 연령차가 난다고 해도 같은 심성을 가지고 같은 뉘앙스로 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텐데도, 그럼에도 40대의 사노 요코와 70대의 사노 요코가 비슷한 영혼을 가지고 비슷한 톤으로 비슷하게 사물을 보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물론 둘이 똑같다고는 할 수 없어서, 재밌었던 점은 40대인 나에게는 70대의 사노 요코보다 40대인 그녀가 더 동질감을 준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같은 사람이라도 40대와 70대는 정확히 똑같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 이런걸 보면 우리는 시대 순으로 사는게 아니라 연대 순으로 삶을 사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다시 말해 비슷한 연령대는 아무리 세대 차가 벌어진다고 해도 같은 동지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아마도 인생이라는게 비슷한 연령대에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해치워야 하는 일이 있기에 동일한 고통과 슬픔과 기쁨을 느끼며 산다는 뜻도 되겠지. 하여간 전작들보다 훨씬 더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어서 한층 사노 요코에게 다가간 듯한 기분이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특히 재밌었던 일화는 자신이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데, 딱 개와 고양이 취급을 하면서 기른다고 하는 장면과, 아들과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대화를 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전해주던 장면들이었다. 글속에서 사노 요코 여사가 자신을 묘사한 것을 추측해 보면, 그녀는 자신과 관계한 사람들과는 대충 살갑게 하하 호호 하면서 지내신 분은 아니었던 듯한데, 그렇게 강팍하고 할 말 다 하면서 사시면서도 자신의 친절함을 남들이 몰라준다고 서운해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오더라. 글속의 그녀를 보면 살짝 존경심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도 내 주변에 그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녀에게 잘 대해줄 자신은 나도 없어서 말이다.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손사례를 치실지 모르지만 사실은 굉장히 까다롭고 매서운 분이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내 기억에 의하면 남편의 폭력에 못 이겨 이혼을 했다고 하던데, 그 고통과 억울함을 싹 감추고 이혼이라는 실패 (타인의 기준에 의한)를 겸허(그래, 나 이혼했다, 어쩔래?) 하게 포장하던 그녀가 못내 안스러웠다. 진실을 다 말하지 못하는 자의 갑갑함이란 바로 그런 것이겠지. 그러한 억울함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결국에 가선 한 세상 사는게 별게 없구나 라고 선언하게 되는 것이겠지. 하여간 사노 요코가 죽은지 오래 되었음에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란 죽은 뒤에도 자신의 영혼을 이렇게 만방에 널어놓을 수 있어서 좋구나 싶다. 물론 이건 독자로써의 입장일 뿐이고, 정작 사노 요코씨는 이런걸 별로 안 좋아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인세비가 들어오는건 물론 좋아하셨겠지만, 영혼을 부끄러움도 없이 널어놓는건 창피한 일이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지 않으셨을런지....20대와 30대가 정신없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라면, 40대는 난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열심히 살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게 되는 나이다. 하여 40대의 사노 요코를 만나서 좋았던 작품. 작가의 40대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추신--그런데 이 작품, 번역이 조금 이상했다. 내가 난독증에 걸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간혹가다 아무리 독해를 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문장들이 나타나서 말이다. 어떻게 말이 이어지지 않는 문장들을 그대로 책으로 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나만 이해를 못한 것일까, 책을 읽고 난 다음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러니 누가 좀 알려 주세요~~여기 나오는 문장들이 다 이해가 가셨습니까?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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