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킹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알콜중독에 관해 이보다 더 처절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를 만나기란 과거에도 미래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캐롤라인 냅,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린 최고의 수작. 그녀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최고란 말을 함부로 붙일 수 없었겠지만서도,  캐롤라인 냅이 2003년 44이란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이 책에 그런 수식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몹내 안타깝다. 통렬한 내면의 고백을 섬뜩하리만치 거침없는 솔직한 입담으로, 마치 아무 일도 아닌양 조곤조곤 털어놓는 그녀의 탁월함을 아는 독자라면 아마 누구라도 내 말에 수긍할 것이다. 명망높은 집안의 자제로 태어나 아이비그 출신의 유명 저널리스트였던 아름다운 그녀가 어쩌다 강박적인 거식증과 알콜중독에 빠져서 젊은 시절을 보내게 되었는지,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왜 그다지도 어려웠는지를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말하지만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마지막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분명 글은 머리가 읽는데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가슴이다. 뇌가 아니라 마음에 와서 박히는 그런 글이라는 의미다. 얼핏 성공해 보이는,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저자가 수치스러울 수도 있는 자신의 치부를 공개하게 된 계기는 친구의 6살배기 딸을 다치게 할뻔한 일을 겪으면서라고 한다. 고도 적응형 중독자로 자신이 알콜중독자라는 것이 밖으로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훈장처럼 생각하던 그녀는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이 달라져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닫는다. 자신을 해치는 것은 상관없지만, 다른 이를 해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으니 말이다. 문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해서 중독에서 저절로 벗어나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저자는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실연만큼이나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원제가 " 드링킹, 사랑이야기, 그 전쟁같은 사랑의 기록 " 인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알콜중독자들이 왜 그렇게 술을 끊기 어려워 하는지 단박에 이해가 가더라. 누가 이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인 사랑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하겠는가 말이다. 그것이 자신을 파괴한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중독이 없는 세상이 죽음보다 견디기 힘든 허무라면 그 세상에 머무르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에서 벗어나 제정신인 채로 살아보기 위해 하나도 재미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의 삶으로 마지못해 돌아오기까지의 지난하고 험난한 여정, 난 성공했다라는 성공담이 아니라 그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하는 한 패잔병의 생존기라고 보심 될 듯하다. 자서전으로 보기에도,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는 에세이로 보기에도, 아님 그냥 수작인 작품으로도 어딜 내놔도 버릴 것이 없는 대단한 작품이다. 정신이 번쩍 들만큼 화끈하고 통렬한 문장이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당신이 알콜중독이 아닐지라도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터이니 말이다. 왜냐면 이 책이 근본적으로는 인생을 다루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사는 것임에도 제대로 산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그런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 치명적인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번이라도 저항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그녀의 이야기가 마냥 남의 이야기로 들려오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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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09-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네요

이네사 2015-09-08 07:07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셔요. 정말 잘 쓴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