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니 모레티의 신작. 전작인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에서의 '감독님, 도대체 이 영화 찍으실때 무슨 생각을 하신 거여요? 생각이란걸 하긴 하신 거여요? ' 까지의 뜨악함은 아니래도 그 작품이 어쩌다 만들어진 불량품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 다른 감독이 이런 영화를 찍었다면 뭐, 그러려니 하겠지만 난니 모레티가 이런 작품을 찍었다면 내리막길을 의심해봐도 좋을만한 상황이니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역량이 늘어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상력이 고갈되는 사람도 있는데, 아쉽게도 난니 모레티는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가 보았다. 나 자신을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니 넘 서글퍼말자 싶지만서도, 사실 그것이 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이런 것이 우등생을 향한 기대의 압박감과 비슷한 것이겠지. 과거에 잘 했으니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자의식 만땅으로 의식하면서도, 갑자기 어떻게 영화를 만들고 사람들을 공감하게 하는지 그 감각을 잃어버린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게 될까? 아마도 이런 영화가 나오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게 하던 작품이었다.


난니 모레티는 자신 주변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이가 들면서 이번에 그가 택한 소재는 부모의 죽음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문제. 아마도 그가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의 머리속을 헤집던 질문들을 이 영화속에 풀어놓은 것이 아닐까 싶던데, (엄마의) 죽음앞에서 (그녀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던 것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영화속에서 묻는 여주인공의 질문이 난니 모레티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 질문에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본인만의 답을 내놓고 있는 것이 특징. 가족이 아니라면 그렇게 강렬하게 느껴질 리 없는--남이라면 그녀가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것을 알리도 없고, 죽음 뒤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끔찍할리 없으니--죽음이 가져다 주는 허무함을 설득력있게 그려내려 하고 있었지 싶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위로를 건네 주려 한 것도. 딱 거기까지가 이 영화의 장점.


단점이라면 우선 배우 선정을 잘못한 듯 싶다. 특히나 난니 모레티의 여성 버전이 확실해 보이는 여류 감독을 맡은 여배우는 미스 캐스팅이다. 차라리 난니 모레티가 주연을 맡았다면 훨씬 더 현실감이 있었지 않았을까 싶게, 여류 감독을 맡은 배우의 감독 연기는 어딘가 어설프다. 주변 사람들의 평을 종합한 그녀의 인상과도 어울리지 않고 말이다. 영화는 내내 조금은 둔중하다 싶게 흘러가는데, 그게 어느정도는 여배우의 연기력과도 연관이 있지 싶다. 물론 연출력이 딱 그만큼이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서도. 그나마 영화 후반 영화의 죽어가는 분위기를 감지한 존 터투로가 영화의 긴장감을 살리려 뒤늦게 원맨쇼를 벌이기는 하는데, 어떻게 배우 하나가 영화를 살릴 수 있겠느냐 이거지. 결국 영화는 전반적으로 게으르고 성의없으며 진부하게 흘러간다. 난니 모레티 다른건 몰라도 정신 분석의가 어울린다고 생각될 정도로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 하나는 인정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속에서는 그런 예리함이 실종되어 버리고 없었다. 왜일까? 치열함을 추구하기엔 너무 피곤해 지신 것일까. 거기에 특유의 유머감각도 어디다 팔아먹으셨는지..간간히 웃기기는 하는데, 영화를 살리기에는 역부족. 하긴 몇 번 웃게 해주었다고 좋은 영화라고 할 리도 없지만서도, 다만 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못한다는 정도의 뉘앙스에 불과한 것이겠지. 결론적으로 말해 그의 최악의 영화는 아닐지라도 그의 감각이 예전만 못하다는걸 증명하고 있던 영화라고 보면 되지 싶다. 아~~어쩌다 그는 이런 지경에 처하게 된 것인지 한숨이 나온다.


재밌는 것은 그런  자신의 곤경을 감독이 실은 알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이 감독이고 그리고 이 작품의 배경에서 영화 하나를 찍고 있는 탓에 여주인공은 내내 영화를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호소한다든지, 자신의 삶이 거시적으로 보면 같은 관계의 반복일 뿐이라는 자괴감에 시달린다든지, 착하긴 한데 재미가 없는 사람들이 늘어놓는 지루한 이야기에 대한 조소를 귀담아 듣는 것을 보면 난니 모레티는 그의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본인이 아직까지는 알지 못하는 것일뿐. 그런데 과연 앞으로도 그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라는 것이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든 의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결국 너무 너무 착한 사람들은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일까 싶은.  이렇게 지루한 이야기에 천작하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가 지루한 줄도 모르고 늘어놓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그렇게 보자면 난니 모레티의 선함은 그의 창작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되는 것일까. 더이상 뻗어나갈 곳을 찾지 못해 제자리를 빙빙 도는 듯한 그 , 그가 과거의 예리함과 통찰력과 감각을 되찾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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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8-1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영화좋아하시는 분, 반가워서^^ 즐겁게 잘 감상하고 갑니다.아..저도 그런 생각 가끔 해요..너무 착하면 진짜
얘기는 쓸수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너무 몰입이 되버리던가..그러잖아요..그쵸?이번건 장르가 다르니 오히려 색다른 맛이 있어요!잔잔하니..좋은 영화 고맙습니다..
비도오고,,음! 감기조심하시길,,^^(요즘 복숭아가 너무 좋습니다, 철 지나기 전에 꼭 한번 챙겨드셔보시길..)

이네사 2015-08-17 10:36   좋아요 0 | URL
이상하네요. 제가 리뷰에 잔잔한 영화라고 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다들 잔잔한 영화라고 읽으시네요.
어떻게 아셨지? 분위기상 그래 보이는 건가요?
하여간 잔잔한 영화는 맞습니다. 좀 느려서, 둔중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보면서 화가 나더라구요.
이 감독님이 원래 빠르신 분은 아니셨는데, 나이가 드시더니만 아주 느려지신 듯...
이 감독님 따라서 저도 나이를 먹긴 했는데, 어째 속도감에 있어서는 나이를 안 먹었는가봐요.
느린게 적응이 안 되더라구요. 느려도 재밌게 느린게 있는데 이 영화는 그도 아니라서 그랬는가봐요.
하여간 영화 좋아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좋은 리뷰 기대하고 있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