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이 떨어진 머나먼 외계행성에서 대체 식품을 조달하기 위해 지구로 노동자를 대거 파견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식량의 원료는 바로 인간. 지구에 널리고 널린게 인간이라는걸 감안하면 굳이 사육 하지 않고 사냥만으로도 채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능률적인 식략 조달방법이라고 할만하다. 문제는 인간을 어떻게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채집 또는 사냥하는가 라는 것일뿐...해서 여기 외계인 로라가 등장한다. 자신의 몸을 매력적이고 싱싱한 젊은 여성의 것으로 탈바꿈한 그녀는 그것을 무기로 밤마다 사냥에 나선다. 차를 몰고 거리를 어슬렁대면서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혼자라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성. 길을 잃었다는 핑계로 그들에게 접근한 로라는 차에 태워 이것저것 호구 조사를 시작한다. 혼자 사는지, 그가 사라지면 슬퍼할만한 가족이나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만한 친구는 없는지 등등... 조사 끝에 적당한 후보자라고 판명이 되면 그들을 유혹해 공장으로 넘겨 버리는 것이 그녀의 일. 유혹에 넘어간 남성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로라의 싱싱한 육체가 아니라 껍데기만 남긴 채 압축이 되어 식량으로 제조되는 공정 뿐이었던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거리를 배회하며 사냥감을 물색하던 로라는 연차가 늘어나면서 인간이란 사냥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외계인이라는 특성상 인간이란 존재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던 로라는 인간들이 자신을 동등한 존재로 대접한다는 것에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어느날 충동적으로 다 잡은 사냥감을 살려준 로라는 그길로 동료들로부터 쫓김을 당하게 되는데...


섬뜩하지만 아름답다는 표현이 적당한 듯한 영화다. 공포 영화로 분류할 수 없음에도, 어쩜 그래서 더 괴기스럽고 끔찍했는지 모르겠다. 지극히 현실적이여 보여서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 주변에 인간을 식량으로 사용하는 외계인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상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설령 그런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암시만으로도 섬뜩했던 것이, 인간이 식량이라는 전제로 영화를 보려니, 우리가 식량으로 삼고 있는 다른 동물에 대해 생각이 미쳐셔 말이다. 그 영화를 보면서 과연 그 외계인과 우리가 얼마나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어 아찔한 기분이었다.  감히 더이상 생각을 전개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발상이었다. 그렇게 톡특하다고도, 참신하다고도, 그리고 개성이 넘친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장점을 들라면...


우선,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녀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지는 몰랐다. 그녀의 외계인 연기는 그야말로 악소리 난다. 분명 표현하기 굉장히 어려운 씬인데도, 얼굴을 보면 전혀 힘들어보이지 않는다. 진짜 외계인인듯, 지구에 처음 와서 인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는데 무표정한 연기 조차도 어찌나 자연스러운지...그녀의 몰입도 높은 연기에 감탄하고 말았다. 이 정도의 연기라면 아카데미상 여우 주연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데, 각종 상후보에 이름조차 거론이 되지 않는걸 보면 의아스럽다. 뭐, 아직 젊은 나이니 언젠가는 타겠지만서도, 그녀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에 감명을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둘째는 도대체 이걸 어떻게 찍었지 싶은 장면이 이 영화속에는 많았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진짜 힘들게 찍었겠다 싶은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여기 이 작품에는 댈 것이 아니다. 진짜로 촬영하기 힘들었겠다 내지는 저런 장면을 어떻게 찍었지 싶게 경악스러운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걸 흔연스럽게 찍어낸 이 감독 진짜 지독하다 싶더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한 장면들을 잘도 찍어낸다. 외계인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니 생길 수 밖에 없는 마찰음이 그렇게 클 줄이야. 우리에게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외계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일때 , 예를 들자면 목숨이나 아름다움, 아기의 울음소리, 사랑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혀지고 유린당하는 광경을 보려니 그 차가움에 소름이 돋는다. 먹히는 자와 먹는 자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간극 속에서도, 인간과 외계인에게 공통으로 소통하는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친절과 폭력이라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하던지.그 둘이야말로 유니버설한 공통어라는 뜻일텐데, 어느정도는 일리있는 통찰이지 않는가 한다.

세째는 화면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스코트랜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간결하면서도 섬뜩한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던데. 황량하면 황량한데로, 지독하게 쓸쓸하면 쓸쓸한데로, 서정적인 아름다움이면 또 그런대로.. 내용을 잘 살릴만한 배경지로 탁월했지 싶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끔찍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가고 싶은 충동이 일더라. 거거에 육체로 유혹을 하고, 산채로 발가 벗겨져 식량이 되어야 하는 내용이 있다보니, 다양한 누드가 등장하는데, 그게 그리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성의 대상이 아니라 식량의 대상으로 육체를 바라봐서 그런 듯한데, 우리가 대상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상대가 달라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더라. 외계인의 시각에서 인간을 바라보려니, 과연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 라는 것도.

네째, 가장 특이한 점이 이 부분인데,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난 지인들에게 이 영화는 추천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서 그렇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분명 매력적인 구석이 있고 , 잘 찍은 영화라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지만서도, 좋아하는 영화가 되긴 힘들다. 어쩌면 그래서 스칼렛 요한슨이 더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장면마다 고난이도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데다 엄동설한에 알몸으로 진흙탕을 뒹굴기까지 하던데, 그것이 연기에 대한 집념이 아니라면 가능했을 것 같지 않아서 말이다. 돈이나 인기만을 생각하는 배우였다면 결코 이런 역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결론은 생각할 거릴 안겨주는 충격적인 영화로는 그만이지만, 생각하기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위에 안 맞는 영화가 되기 쉽상이라는 것. 하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 따져 보시고 보실지 마실지를 결정하시면 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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