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비타민 -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내가 바뀌는
도마스 아키나리 지음, 전선영 옮김 / 부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내가 바뀌는 < 철학 비타민> 라는 표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젠 어떤 것을 읽어도 세상이 다르게 보이거나 내가 바뀌는 경험을 하기는 힘든 나이가 되어 버렸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목차때문이었다. 철학은 무슨~~이라면서 아무 생각없이 목차를 흩어봤는데, 그것들이 내 흥미를 끌어냈지 뭔가.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 사람은 제각각이다.(소피스트) /철학 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자 괴짜의 등장(소크라테스) /이토록 낭만적인 철학(플라톤)/스승을 걷어차다.( 아리스토텔레스)/ 한결같이 신을 믿다.( 아우구스티누스)/ 그가 있었기에 냉난방이 있다?( 베이컨) /우리 마음은 새하얀 종이( 로크, 버클리, 흄) /세계를 180도 뒤집은 꼬장꼬장한 철학자(칸트) /괴로워 하는 '나'를 위한 철학( 키르케고르 )/ 삶은 고뇌다. ( 쇼펜하우어) /만약 똑같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니체)/ 웃기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다.(제임스) /죽음에서 눈을 돌리지 마라! (하이데거) /인간의 끝없는 자유 ( 샤르트르) /쾌락에도 질의 차이가 있다.( 존 스튜어트 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마르크스) /인간은 죽었다.(푸코) /무의식을 둘러싼 싸움( 프로이트와 융)...목차만 읽는데 철학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기에 궁금하게까지 만든다는 점에서 일단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정도의 목차를 끌어낼만한 기지라면 어쩌면 따분하지도 어렵지도 않게 철학사를 흩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생겼던 것이다. 거기에 이런 목차 안에 저자가 어떤 내용으로 각 학파들을 요약해 놓을지가 저의기 궁금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어리둥절해하는 우리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간절한 표정으로 철학을 가르치시던 윤리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어쩌면 그가 해내지 못한 철학의 정수를 이 책 한 권을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생겼던 것이다. 어떤 탁월한 발상의 전환으로 핵심만 골라 잡아 쉽게 내게 이야기해준다면, 철학 그까지껏 어렵지 않아요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해서 결론은, 기대가 충족되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는 것이다. 기대가 충족되었다고 한 부분은 흥미를 자아내는 목차하에 칸칸히 들어간 서양 철학자들의 설명들이 예상대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충족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은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철학에 대해 엄청나게 많이 알았다는 포만감이 든다거나, 철학이 너무 재밌어서 더 연구해보고 싶다거나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예기치 못한 성과를 들라면, 철학사를 한번 휙하니 흩어보는 과정을 통해 그간 내가 얼마나 성장을 했는가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학창시절만큼 머리가 빨리 돌아가거나 기억력이 좋진 않지만서도,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만큼은 그 시절보다 깊어졌음이 확실해서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윤리 선생님이 어떻게 해서든 이해시키려 애를 쓰시던 말들이 이젠 들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아, 가여운 윤리 선생님. 어떻게 보면 그분은 불가능한 것이 도전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아마도 그 분이 가장 공감할만한 영웅은 시지프스가 아니었을까,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그때 내가 철학 문제를 잘 푼 것은 단순 암기력이 좋아서였을뿐, 철학을 제대로 이해해서는 아니었구나 라는걸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직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시절의 이해력이다 보니, 과연 무엇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열심히 달달 외고, 맞는 짝을 맞추는 혜안만 길렀던 것일뿐...해서 이제와 철학사를 되집어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서양 철학의 올스타라는 분들의 인생 역정 말이다.


그들과 나를 같은 인간 선상에서 두고 보니,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기꺼이 마신 과정은 놀랍기만 했다. 악법도 법이라는 그의 소신은 얼마나 섬뜩할만큼 존경스러운 것인지...그것이야말로 법을 이루는 근간이겠지만서도, 정법마저도 자신에게 불리하다면 피해가려하는 소신배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말이다. 자신을 어이없게 죽음으로 내모는 악법마저 주저없이 따르겠다고 하던 그의 마지막을 현재에 대입하니 초연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어찌보면 무지렁이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얼마나 불행했으면 더이상 살고 싶지 않으셨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서도,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사람의 이성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자체가 참으로 소름이 끼쳤다. 니체는 또 어떤가? 그렇게 불행한 삶도 다시 주어진다면 몇 번이고 다시 살아내 보이겠다는 그의 삶의 대한 애정이 애잔하게 느껴진다. 루소의 어린 시절을 들어보니, 그가 왜 그렇게 삐뚤어졌는지도 이해가 간다. 그가 생각따로 행동따로 사는 이중적인 사람이 된 것은 어린 시절의 불행때문일 수도 있고, 그가 소시오패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 들었던 일화들을 현재에 대비해 다시 재해석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장 의미가 깊었다. 그들이 그렇게 유명해진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과 그들 인생 자체가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간단하게나마 철학에 대해 쉽게 알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적당한 책이 아닐까 한다. 쉽게 읽힌다. 각 철학파들의 주장을 핵심적으로 알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여러 철학 거장들의 사상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어 시야를 넓히는데 좋다. 어쩌면 당신 맘에 드는 철학자를 혹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들 일견 맞는 말만 하고 계시기 때문에, 아마도 이제와서는 누구의 말이 옳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의견을 자신이 인생을 해석하는 지침으로 삼고 있는 것인지가 이 책을 보고난 최종 결론이 아니겠는가 한다. 세상이 다르게 보이지도, 내가 바뀌지도 않았으나,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가 누구인가 정도는 알아낼 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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