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보이스 -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제용 옮김, 곽수종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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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월스트리트의 초단타매매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던 책이다. 월스트리트의 일그러진 초상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던 수작 <라이어스 포커>, 영화 <머니 볼>의 원작이 된 <머니 볼>, 어릴적 체육 코치였던 피츠 선생님이 시대에 밀려 학부형에게 쫓겨나는 수모를 담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 <호랑이 선생 피츠의 위기>,어른들을 경악하게 한 발칙한 미국 10대들의 향연 <넥스트>, 새로운 것이 우리를 부유하게 하리라는 모토로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 것을 선점하려 발악하는, 천재거나 미쳤거나 괴팍한 미국 자본가들을 취재한  <뉴뉴씽>, 지난 20년간 벌어진 네번의 커다란 경제 패닉을 연구한 <패닉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을 파고 들어간 <빅숏>까지...그의 책들을 들여다 보면 그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경제와 스포츠...스포츠를 말하면서 단지 타율만 논하는게 아니라 경제적인 의미도 언급하고, 경제를 논하면서 단지 숫자만 말하는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함의를 우리에게 까발려 준다는 것이 그의 특징인데,  쉽게 읽히고 , 흥미진진하게 서술하며, 경제학자나 스포츠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것들을 쉽게 쉽게 설명하며, 무엇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각광받을만한 작가다. 무엇보다 글을 시원시원하게 잘 쓴다는 점에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지만서도...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다고 했을때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의 책을 못 읽은지 한참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글은 언제나 반가웠기에...그가 무슨 내용을 가지고 썼던지 간에, 그것이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이건 아니건 간에 나로 하여금 주목하고 읽게 만드는 글발을 가진 마이클 루이스...하지만 간간히 그의 책이 내게 실망을 가져다 준 적은 있어도 이 책만큼 실망한 적은 없었지 싶다. 일단은 재미가 없다. 이 책은 영화 <스팅>처럼 0.001초의 차이를 가지고 우리의 --아니 미국인들의--돈을 합법적으로 강탈해가는 월스트리트의 사기꾼들을 고발한 것인데,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재미가 없어서...대부분의 그의 책들이 왠만하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는 점에서 이 책은 예외라고 할만했다. 0.001초를 남들보다 미리 알게 됨으로써, 그를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던 사기꾼 집단이 대단했던 것은 그들이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아무도 알아 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거래 내용을 미리 알게 됨으로써 거래 이익을 얻게 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돈벌기였지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그 누구의 레이다에도 걸리지 않고 편안하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니 놀랠 노자다. 다행히도 무언가 수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집념에 의해 마침내 그 정체가 밝혀진다는 이야기...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들의 대립이자, 정당하게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과 돈이라면 무엇이건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의 대립을 다루고 있던데, 그들의 대립이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했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속에선 거액의 연봉을 물리치고 악당들을 물리치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내는 그들이 별게 아닐지 모르지만서도, 막대한 돈이 오고가는 월스트리트에서는 그런 유혹을 물리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든 일. 그런 유혹을 당당하게 물리치고 자신의 일을 해낸 사람들과, 그들에 의해 못된 짓이 탄로난 악당들의 정체를 취재를 통해 드러내 주고 있는 책이라고 보심 되겠다.


경제통이 아니라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저자로 알게 되었다는 점이 장점이나, 단점이라면 그 특유의 인간에 대한 묘사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때문이었다. 인간보다 숫자가 이 책을 더 많이 채우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보니 결국엔 지루해진다. 초 단타매매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다루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의 전작들에서 익히 보아온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면서 날카롭게 인간을 통찰하는 부분이 빠진 것 같아서 섭섭하기 그지 없었다. 사건은 그럭저럭 설명하고는 있었지만 정작 거기 출연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그다지 알려 주는게 없는 듯 했다고나 할까. 그렇다보니,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딱히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이 없더라. 러시아 인들이 미국에서 초단타매매에 일가견있는 세력으로 자라난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로운 정보긴 했지만서도, 그외엔 사기꾼들이 이렇게 머리를 써서 돈을 번다는 사실이 징그럽더라.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머리를 쓰느니 차라리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벌 것 같더구만, 대박의 꿈을 가진 사람들의 스케일은 아마도 우리완 다른 모양이다.


이 책을 계기로 FBI와 미 증권 거래 위원회, 뉴욕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어디까지 파헤쳐지고, 벌을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서도, 적어도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만큼은 박수를 쳐줘야 할 듯 하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보시면 좋을 듯...우리나라는 나라 규모가 작아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진 못할 것 같은데, 그건 모르는 일일까? 이런 일이 아니라도 어디선가 우리의 돈을 누군가는 몰래 거두어 가고 있는게 아닐런지...어쩌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알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그것이었을지도...우리가 아무리 물샐틈없이 막는다고 해도, 선량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라는 것 말이다. 과연 거기에 우리는 얼마나 대응을 할 수 있을런지, 그런 점에서 이런 문제를 들고 나와준 마이클 루이스의 통찰에는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우리가 좀 더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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