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



 프롤로그를 읽는데, 벌써 이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이 솔솔~~~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라고 나를 다독이긴 했지만 알고보니 진짜로 거의 그런 셈이었다. 알랭 드 보통에 대해선 이젠 식상하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혹시나 하여 들여다 보긴 했는데, 이 책 역시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하루종일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뉴스가 사실은 우리 삶에 그다지 필요한건 아니라는 것, 우린 (쓸데 없는, 내진 상관없는 )뉴스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좀 늘여서 한 모양인데, 뭐, 짧게 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책 한 권 분량으로 길게 늘릴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까, 그것만은 인정. 하지만 특별하게 음미하고픈 신선한 문장은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은 실망이었다. 어찌보면 그런 톡쏘는 듯한 냉소적이고 통찰력있는 문장들이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데...이젠 왠만한 소재는 다 건드려서, 더이상 흥미로운 이야기꺼리가 나올만한 소재를 찾긴 힘든가보다 싶으면서도, 과연 다음에 또 책을 내신다고 하면 들여다 볼지는 의문이다. 어쩜 내가 찾으려 하는건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그의 찬란한 시절의 그림자가 아닐런지, 그리고 어찌 보면 당신의 책 역시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와 독자 입장에선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닥터 슬립/ 스티븐 킹/★★★☆☆


초반 읽는데 글이 하도 상스러워서 때려 치려고 했다. 아무리 스티븐 킹이라지만, 끝까지 읽어야 할지 믿음이 없어서...언젠가 스티븐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이웃이 종종 그의 책을 읽다보면 저속한 말들이 나와서 당황한다고, 꼭 그런 말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던데,  나 역시도 그의 견해에 동의한다. 품격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때론 읽기 곤혹스러워서 그렇다. 팬심에 열심히 읽어주고는 싶으나, 망막에 저속한 말과 표현이 걸리는게 그다지 유쾌할 일일리는 없으니까. 아마도 스티븐 킹은 표현의 적확함이 상황을 설명하는데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서도. 하긴 악령이니 좀비니 하는걸 묘사해야 하는 작가가 고상한 말에만 갇혀 있는 다는 것도 문제긴 하겠다 싶다.


하여간 오랫동안 기다려온--내진 절대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않고 있던--<샤이닝>의 후속작이다. 전편이 워낙 출중한 작품이라서 과연 그보다 나은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전편의 카리스마를 넘어서는 작품은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실망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 과연 지금 그가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라는 점에서 회의적이긴 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샤이닝>을 그가 과거에 썼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더이상 자신의 재능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해서 기대를 내려놓고, 과연 그가 자신의 대표작의 후속작을 얼마나 신명나게 써 내려갔을까 라는 것에 주목하면서 보게 된 책이라고 보심 되겠다. 그가 걸작을 써야 겠다는 사명감이 아닌, 가족같이 느껴지는 샤이닝의 생존자 대니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그의 샤이닝 능력은 어떻게 되었을지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셨음 하는 바람을 가졌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작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책을 쓰신 것 같더라. 그리하여 이 작품에선 우리의 꼬마 히어로인 대니가 오버룩 호텔에서의 악몽을 이겨내고 어른으로써의 삶을 시작하는걸 보게 된다. 극복이라고 하긴 그런게, 그 역시도 과거의 악령에 사로잡혀서 그다지 썩 잘 살고 있었던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알콜 중독에 빠져서 섬세하고 친절한 마음마저 잃어버린 어른이 되었던 그는 마침내 자신이 서 있어야 하는 곳에 자리를 잡아 안정을 찾게 된다. 죽어가는 자의 손을 잡아주는 닥터 슬립이 된 그는 자신과 샤이닝이 통하는 한소녀의 메시지를 받고 당황한다. 자신보다 파워가 강한 그녀와의 소통을 통해 그는 그녀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의미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더라...라는걸 생각하게 하던 작품. 처음 읽기를 주저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다 읽은 보람은 있었지 싶다 .왜냐면 내가 궁금해하고 있던 것들을 풀어주셔서 말이다.  대니가 올곧은 품성으로 성장했고,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사실은 가장 외롭고 두려운 자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쓰고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외톨이로 쓸쓸하게 떠돌던 그에게 가족이 생겨서 좋더라. 뭐랄까. 오버룩 생긴 일 때문에 한없이 미안해졌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고나 할까? 하여간 대니의 어른이 된 시절을 보게 해주어서 감사하게 생각되던 책.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


     심야 식당/ 아베 야로/ ★★★☆☆



보통 심야 식당을 보고서는 리뷰를 적지 않지만서도, 아니 안 적는게 아니라 적으려 애를 쓰는 사이 잊어 버리는 것이지만서도, 하여간 이 책만은 꼭 리뷰를 남기고 싶어 한 자 적는다.


11권이나 봤으면 식상해질만도 한데, 물론 간간히 아~~~이젠 좀 식상한데 라고 말한 권도 있긴 했지만서도, 그럼에도 이 책은 다시금 심야 식당에 대한 아스라한 애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 밤 12시에 문을 연다고 하는, 별로 돈 벌고 싶은 생각은 없는 듯한 식당 주인이 오너인 곳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밤마다 모여든다. 천일 야화가 부럽지 않은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곳에서, 이젠 단골 손님들마저 쥔장처럼 낯이 익어 간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아마도 단골들의 자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흥미로우려나, 하~~그들의 엄마 아빠는 그런 저런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면서 즐거워 하겠지.  그나저나 11권이나 찍으셨는데도, 단골들이 뱉어내는 이야기가 여전히 새롭다는건 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맛있는 음식을 간만에 먹어도 여전히 맛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나? 11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퇴장한다. 연상녀 연하남의 사랑, 짠돌이 사장의 마지막 로맨스, 레즈비언 커플이 초미역무침을 먹게 된 사연, 닭다리와 닭튤립으로 인해 처음으로 이부 남매란걸 알게 된 두 남녀,  두번씩이나 배신한 남자 친구에게 얼굴에 두부를 메다 꽂아준 여인네 하며, 맹인 검객의 사랑법이나 마마보이가 엄마의 게살 튀김의 향수에서 벗어나게 된 사연등 흥미롭고 감동적인 사연들이 많았다. 사람 냄새 나는 사연들에 ,이 만화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이런 식당이 주변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게 된다. 왠지 그곳에 가면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아마도 일본에 간다면 어딘가에 있을 듯한 심야 식당을 찾게 될지도...이번 시즌에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 시즌 3가 순조로운 스타트를 했다고 하던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드라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그들은 또 나를 얼마나 침 흘리게 할지 말이다.


              아이가 태어난 뒤 모든게 달라졌다/앰버 더 시크/★★☆☆☆


제목 그대로 아이가 태어난 뒤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그림으로 간략하게 그리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던 작품. 다른 육아서적에 비하면 적어도 나쁜 정보가 없긴 하다. 그냥 아이가 생긴 뒤로 얼마나 본인의 삶이 달라졌는지 푸념겸 한탄겸, 하지만 자랑겸, 놀라움 겸해서 쓰게 된 육아 일지 비스르름한 거라고 보심 된다. 블러그에 형편없지만 그런대로 포인트는 제대로 짚고 있는 그림과 더불어 일지를 썼더니만 단박에 스타가 되서 이 책까지 내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장점이라면 일단 웃긴다. 공감이 가는 대목도 많다. 육아를 적어도 눈살이 찌프려질 정도로 과장을 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편하게 낄낄대면서 볼 수 있는 육아일지 정도라고 생각하심 되겠다. 가장 좋은 점은 왜 우리가 그렇게 힘들다고 불평을 해대면서도 아이를 키우는가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흘리고 있다는 것때문...그건 바로 아이들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우린 오늘도 불평하고 내일 죽을 것 같이 엄살을 떨어대면서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안절부절 못하면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는게 아닐런지...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모두들의 아가들에게 ...우리의 기쁨조는 너희들이라는걸 언제나 잊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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