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투 펀치 라임 청소년 문학 3
에린 제이드 랭 지음, 전지숙 옮김 / 라임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골라온 책들이 몇 장 읽어 보기도 전에 매력 없음으로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하는 수없이 될대로 되라라는 심정으로 신중을 기하지 않고 골라온 책이 되겠다. 그러니까, 평소의 나라면 별로 건드릴 일이 없는 청소년 문학이다. 이때의 청소년 문학이란, 작가가 청소년이란 뜻은 아니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 그러니까 내 주장에 의하면 오래전에 나는 졸업했어야 되는 그런 장르 되시겠다. 오죽 읽어볼만한 책이 없으면 이라고 나를 가엾어 하면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그런데 의외로 괜찮았다. 역시나 때론 그냥 저질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그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거나, 막다른 골목에 몰려 다른 수가 없는 사람들 특유의 낙천성이 한 몫 한 것일지도...하여간 의외로 괜찮았다고 기분 좋게 리뷰를 시작한 < 내 인생의 원투 펀치> 원제는 Dead Ends 되겠다.


줄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데인으로 그가 그런 처지에 몰린 이유는 시도때도 없이 휘두른 그의 주먹때문이다. 물론 그의 견해에 의하면 다 이유가 있어서 휘두른 것이지만,  어른들이라는게 가해자는 동일한데 피해자만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 일단 가해자를 의심하고 보는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결국 교장 선생님의 레이다에 걸린 그는 앞으로 두번만 더 걸리면 전학 조치를 당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지고 만다. 사실 그간의 전력을 감안했을때 두 번의 여지를 준 것도 교장이 굉장한 특혜를 베풀어준 것이었는데,  그건 그가 성적면에서는 우수한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제발 조용히 학창 생활을 끝내 달라고 어른들이 빌고 있는 마당에 그 앞에 조금은 다른 녀석이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빌리로,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다. 데인의 옆 집에 이사온 빌리는 그의 옆에 있으면 아무도 터치 않는다는 사실을 곧바로 간파하고는 데인을 졸졸 따라다니게 된다. 여자와 장애인은 손대지 않는다는 신념만은 확실히 지키고 있던 데인은 귀찮게 따라다니는 빌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그런데 그 둘이 같이 다니는 것을 본 선생님들은 데인이 좋은 일을 한다면서 빌리를 잘 건사하면 그동안 그가 벌인 일들을 눈감아 주겠다고 한다. 뜻밖의 제안에 어리둥절해진 데인은 어쩌면 빌리가 그의 구원의 동아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과연 이 어울리지 않는 전교짱과 다운 증후군 소년의 우정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전교짱이라고는 하지만 폭력적이라는 성향보단 세상의 부조리에 유난히 적응을 못하는 다혈질 소년에 가깝던 데인이 다운 증후군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좀 더 성숙한 소년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던 소설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점이 읽기 편안했다. 그들이 이런 저런 사고를 치면서도, 늘 주변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해 나가려 하는 점들이 공감이 갔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아빠가 부재한, 개성 넘치는 모자 가정의 아들들인 데인과 빌리가 서로의 아빠를 찾아주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는 설정이 재밌었다. 그런 공통점이 한눈에 보기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던 둘을 묶어주던 접착제가 되었는데, 각자 아빠로 인한 사연들을 결국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점들도 좋았지 싶다. 청소년 소설답게 조금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게 아닐까 싶었지만서도--솔직히 이런 학교 짱과 이렇게 영리한 다운 증후군 아이의 조합을 현실에서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다.--그런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계속 읽어 나가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흔연스럽게 흘러 갔다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이야기로써는 전개가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었다는 것이다. 청소년 소설치고는 모나지 않게 잘만든 작품으로, 이런 내용을 가지고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싶었다. 아마 영화로 나온다면 나는 보러갈 생각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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