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은 뒤 20년, 사라는 가족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 소문의 진위를 알아보기로 한다. 그건 바로 사라가 아버지를 전혀 닮지 않았다는 농담에 대한 것. 도대체 어떤 가족이길래 그런 끔찍한 농담을 함부로 하나 싶겠지만서도, 사라의 엄마를 아는 사람이라면 설마! 와 역시~~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신빙성 높은 이야기였다. 다만 정작 당사자인 사라는 어린 시절 엄마를 잃었기에 어느것이 진실인지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일 뿐. 해서 어른이 되고 커리어면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사라는 드디어 용기를 내서 자신이 늘 궁금해하던 문제에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과연 그녀는 아버지의 친딸이 맞을까. 그런 소문을 무성하게 뿌리고 무책임하게 사라져 버린 그녀의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사라는 엄마가 죽기전 엄마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자신이 궁금했던 점을 물어 보기로 한다. 그녀가 그녀의 후손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 것인가.

끔찍한 농담이 사실로 밝혀지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의문에 최대한 정직하고 비교적 우아하게 답을 내놓고 있던 감독의 자전적 다큐다. 처음엔 놀랍도록 용기있는 한 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보단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보답을 나름 성실하게 그려내고 있던 작품이 아니었는가 싶더라. 아니 왜 이런 이야기를 굳이 영화로? 라고 보는 내내 꺼림칙하더니만, 마지막에 가서야 그 의문이 풀렸으니 말이다. 과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키운 정이냐 핏줄이냐를 저울질 하면서 정답은 단 하나라고 못박아 대답하길 좋아하지만서도, 어쩌면 거기에 대한 답은 모든 경우에 따라 다 다른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작품속엔 자신만의 답을 내어놓은 딸이 있고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 무자비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답할 것 같은 작가가, 자신의 부모에 대한 남부끄러운 사생활을 끄집어 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서, 최대한 보기 좋게, 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작품을 그려내준 점이 참 대단하다 싶다. 부모이기에 이해는 하려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으로써의 객관적인 시선 역시 견고하게 유지하는걸 보면서 말이다. 감추고 싶은 내 가족의 치부와 모든걸 테이블에 올려내어 보여줘야 하는 감독으로써의 시각을 비교적 충돌없이 잘 엮어냈지 싶다. 가장 재밌고 흥미로웠던 것은, 엄마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인터뷰 하면서도 교묘하게 자신은 어떻게 엄마를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내지 않던 감독이 맨 마지막에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어찌나 깜찍하던지...박장대소 하고 말았다. 지인과 친척들이 고인이라는 이유로, 점잖은 성품이라서, 남은 것이 그녀뿐이라서, 엄마이기 때문에, 같은 여자 입장에서, 그리고 내 아이의 엄마였기 때문에 등 기타 감상적인 이유를 달아 엄마에게 하고픈 말을 못하는 것 같던데, 카메라 뒤에서 아무 코멘트 없이 조용이 듣던 감독이 실은 그녀만의 통찰력으로 엄마를 파악하고 있었더라니...아무도 그녀에게 묻지 않던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요? 라는 질문에 스스로 묻고 답하는 듯했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엉큼한 점에 있어선 모전여전이지 싶더라. 생전에 거칠것 없이 기세등등하게 사셨을 듯한 엄마도 어쩌면 딸에게만큼은 당해내지 못하셨을지도. 하여간 감독의 작가로써의 역량을 짐작하게 하던 탁월한 피날레던데, 그 장면 때문에라도 난 그녀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듯 싶다. 그녀가 이젠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들려줄 자신만의 훌륭한 전설을 만들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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