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앤 레크레이션>에서 미워할 수 없는 똘아이 역을 맡고 있는 크리스 프랫이 한동안 출연하지 않길래 어디 간 것일까? 이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을 정도로 바쁜 일이 설마 그에게 있을라고? 했더니만, 글쎄, 이 영화를 찍고 있어셨던 것이렸다. 이런 이런 이런~~~! 그걸 몰라 보다니... 영화를 보면서, 이게 정말 <팍스 앤 레크레이션>의 크리스가 맞나요 하면서 눈을 비벼댔다. 천연의 허당 분위기는 그대로인데 어찌나 매력적으로 변신을 했던지, 그간 그를 너무도 몰라본 나를 자책해야만 했다. 평생 멍청한 루저 역할만 할 줄 알았던 그가 영웅이 되어서 나타날 줄 그 누가 알았으리요. 난 정말 크리스 프랫이 이렇게 잘 나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몰안목을 비웃기라고 하듯, 그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데 깜빡 넘어가고 말았다. 어쩜 이리도 배역을 잘 뽑았던지, 누가 캐스팅을 한 건지 모르지만, 굉장한 안목을 가지신 분임이 틀림없다. 같은 사람임에도 그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말해준다고들 하지, 그런면에서, 크리스 프랫은 최고의 역활을 맡아 제대로 포텐 터져주신 배우가 되시겠다. 이런 행운을 거머쥐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그 행운을 기적으로 만들어 내는 배우는?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가히 크리스 프랫을 재조명하게 해준 영화라고 할 것이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마블의 새로운 영웅 시리즈의 포문을 자신만만하게 열어준 작품. 이 작품이 어디가 맘에 드냐고 물으신다면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캐릭터의 성공이다. 범죄자에 루저들이 모여서 우주를 수호하는 수호대가 된다는 발상 자체도 신선하긴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서말이라고, 아무리 기발한 발상이라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구슬을 차근차근, 서두르지도 않으면서 군더더기 없이 우리에게 설명하고 있더란 것이다. 거기엔 주인공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점도 유용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라서, 갸우뚱하면서 지켜봐야 할만한 등장인물이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것은 관객들이 설득당하기가 쉽다는 것이고, 그만큼 작품을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해서 초등학생이 같이 봐도 전혀 이해 못할 것이 없는 쉬우면서도 재밌고 재치 넘치는 그런 작품으로 탄생하게 됐다. 두번째는 70년대를 풍미하던 미국 올드 팝송이 면면히 흐른다는 것이었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니, 우주라는 광활하고 낯설은 공간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지금이다. 난 우주의 수호대라고 해서 몇 백년 뒤의 가상 공간을 설정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마블...그들의 자신만만한 상상력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나 공간 쯤은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니까. 풍부한 상상력이 뒷받침 되어 준다면 말이다. 세째는 주인공들이 넘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캐릭터가 확실해도 그들이 다 사랑스럽기는 어려운 법인데, 이 작품은 그렇더라. 분명 잘난건 하나 없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우주를 휘젖고 다니는데는 부족함이 없는 우리의 매력남 스타 로드, 킬러라는 숙명을 지니고 있지만 알고보면 정의파인 가모라, 아내와 딸을 위해서라면 무서울 것이 없는 무식파의 대표주자 드랙스, 자화자찬의 대가이자 지략의 천재 너구리 로켓,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보다 잊기 힘든 인상을 남기는 그루트까지...이 매력 넘치는 다섯 명의 주인공 때문에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볼 수 있었다. 2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끝나고 나오는데 아쉽더라. 영화의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걸 본 그 순간부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판국이니, 이 영화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시리즈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점에서 합격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할 작품. 마블 시리즈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하도 기가 막혀서 어안이 벙벙하던데, 한동안은 마블의 영화를 보는 것으로 우리의 낙을 삼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기도 하고...그들의 상상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이런 작품성을 따라가기엔 우린 이미 늦어 버린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하여간 결론은 재밌게 봤다는 것. 분위기 진지해질만하면 텨져주는 유머에 등장인물들의 캐미는 최고, 배우들이 즐기면서 연기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도 좋았다. 하긴 이런 작품을 하면서 누가 즐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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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8-1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어로 물,,은..어쩐지 애니가 아니면, 당췌...손이 ,눈이 안가진다는...ㅎㅎㅎㅎ
슈퍼맨 이 애정물이라고 하는 말에 퍽 신선해 웃긴 했는데,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애정물이 아니면...누가 인류를 그토록 진하게 사랑씩이나 할까요..그쵸? 하하하~!^^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밤...단 꿈 되시길!

이네사 2015-08-17 10:32   좋아요 0 | URL
히어로물을 싫어하시는군요. 요즘은 히어로물이 넘 쏟아지는 통에 하긴 새로운게 나온다고 해도 식상하게 느껴지죠. 이건 히어로물 중에서도 코믹이라고 보심 되요. 아마도 히어로물을 싫어하신다고 해도 코미디를 싫어하시진 않을테니까,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싶긴 한데요.
요즘은 히어로도 분야가 각양각색이라서, 잘 골라서 보면 취향이 맞는걸 찾으실 수도 있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