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여자 코미디언인 에이미 포울러가 목소리 출연한다는 말에 솔깃했다가, 칠면조가 주인공이라는 말에 과연 칠면조가 귀여우면 얼마나 귀엽겠어? 거기에 미국 추수 감사절 이야기라니, 뭐 공감이 되겠어 라는 생각에 기대를 접었다가, 그 후에 들려오는 이야기로 재밌다는 후기담이 솔솔 들려 오길래 정말로? 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보게 된 영화. 물론 여기엔 터키 예고편을 본 조카의 강력한 권고가 한 몫을 했다. " 재미 없대요" 라는 나의 초치는 말에, " 재밌어 보이던데, 재미없다고 해도 난 볼거여요", 라고 정면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데 넘어갔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그리고 꼭 보여준다고 철썩같이 약속해온 트랜스포머 4 를 단지 입소문에 형편없더라는 말에 재미없다면서 안 보여준 과거가 있음을 우리 둘 다 잊지 않고 있었기에, 분노한 조카와 제발 저린 나 사이에 합리적인 중재처가 필요한 시점이긴 했다. 하긴 보기도 전에 재미 없다고 거두절미하고 못 보게 하면 얼마나 서운하겠는가. 그래서 결론은? 역시나 보고 나서 말을 해야 한다는 것. 보기 전에 미심쩍었던 것들이 보고 나니 확 정리가 되면서 결국 재미는 영화라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말이다.  서론이 길어지는 관계로, 대충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그렇다. 천진하게 나 어쩌다 특공대 가입하게 된 거임? 하고 묻고 있는 이 칠면조 녀석이 바로 레지이다. 태어날때부터 뭔가 다른 칠면조와 달랐던 그는 다른 동료들에게 옥수수를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주인이 먹이를 많이 주는 이유는 추수 감사절날 잡아먹기 위해서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알려주지만 동료들은 마이동풍이다. 오히려 유언비어를 날포한다는 이유로 왕따 신세가 된 레지는 추수 감사절 시즌이 찾아오자 재수없이 떠벌린 죄로 희생양이 되어 동료들에 의해 등떠밀려 나가게 된다. 이제 나는 죽었구나 하는 그 순간, 레지는 자신이 추수 감사절의 특별한 이벤트로 대통령이 살려주는 한마리의 칠면조에 당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길로 백악관으로 들어가 화려한 삶을 살게 된 레지는 자신이 드디어 팔자가 폈다고 안도한다. 하루가 다르게 백악관 생활에 적응해 나가던 그에게 어느날 불청객이 찾아온다. 제이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칠면조는 ' 위대한 칠면조님' 께서 레지를 찾아 칠면조 구하기 프로젝트에 나서라는 계시를 내리셨다면서 레지를 납치한다. 백안관의 유유자적한 삶에 완전히 만족하고 있던 레지는 제이크의 말에 펄펄 뛰면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만,  결국 그와 함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모험에 나서게 된다. 그들의 목표는 첫번째 추수 감사절에 칠면조를 먹는 전통을 없애는 것. 과연 그들은 수백만의 동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레지는 자신은 절대 특공대 과가 아니라면서 칠면조를 잘못 골라왔다고 주장하는데...

일단 칠면조들이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다니, 하면서 재밌게 본 영화가 되겠다. 식상하진 않을까 내진 유치하지 않을까 했는데, 적어도 그 두가지 악습에서는 자유로워 보인다. 거기에 이야기도 억지스럽거나 하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를 생각이 들게끔--특히나 아이들에게는--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꾸며댄 것이 주효했다. 이야기가 하도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어떻게 이런 상상을? 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더라. 그냥 원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플어놓는 듯한 분위기.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이야기에 자신이 있었다는 말씀. 거기에 캐릭터의 성격이 분명한것도 마음에 든다. 똑똑하지만 소심하고 별난 레지와 막가파에 2분의 기억력을 지녔지만 누구보다 특공대스러운 제이크, 거기에 1681년 선조 칠면조들의 영리함과 가족애라니...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더라. 미국 명절의 전통을 그린 것이라서 조금은 낯설지 않을까 했는데, 이야기를 이해하는데는 별 상관없었지 싶다. 물론 미국 사람들이라면 명절과 관련해서 더 의미있게 보아졌겠지만서도 말이다.

해서 듣도 보도 못한 애니라고 의심하던 내가 부끄러워지던 작품으로, 수작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영화관에 봐서 보기에 돈 아깝지 않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품 정도만 되어도 영화관 나들이를 망설이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도 이런 작품 수준까지도 만든다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겠지. 하여간 기대하지 않고 보았는데, 재밌어서 더 호감을 갖게 된 터키, 칠면조들의 요절복통 호들갑 만땅인 가족 영화라는걸 기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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