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저께 앨리스 먼로님이 노벨상을 탔다는 말에 반가워 하다가, 오늘 아침 맷 먼로의 The music played 란 노래가 머리속에 흥얼흥얼...그러고 보니 앨리스 먼노의 책과 맷 먼로의 노래 분위기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흥이 나서 쓰게 된 리뷰다. 외롭고 탈출구가 없는 먹먹한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반란을 꾀하게 하던 그녀의 단편들과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려던 차에 다른 남자에게 이끌려 춤을 추고 있는 그녀를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물끄러미 보고 있는 자존심 강한 남자의 쓸쓸한 심정이 어디가 닮았다고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인가는 모르겠으나, 글쎄...둘 다 십분 이해 가능한, 하지만 놓치기 쉬운 인간의 찰나적인 마음을 잘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이라면 공통이려나? 선천적으로 루저일 뿐인, 삶에 있어서 무엇을 더 기대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 말해 우리와 아주 많이 닮은 소시민들의 심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가 보다. 하여간 왜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났는지, 그리고 앨리스 먼로가...여기까지 쓰다 그만 크게 웃고 말았다. 세상에나...성이 같은 먼로네? 와, 정말 뇌는 혼자 생각할 줄 아는 모양이다. 내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둘을 묶어 놓았으니 말이다. 연상 작용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까? 글을 쓸때만 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고전적인 분위기가 닮았나?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제와 보니 앨리스 먼로라는 이름 때문에 먼로의 노래가 생각난 것이었다. 난 둘이 닮았다면서 무엇이 무엇이 닮았을까 어거지로 꿰어 맞추고 있었건만...이런!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나의 뇌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혼자서 컴퓨터처럼 검색을 하고 결론을 내려 놓다니 말이다. 흥미롭다. 이걸 어딘가에 써 먹을 일이 없다는 것이 대단히 아쉽긴 하지만서도...

 

 

이 책을 읽은 지는 한참 되었는데, 읽을때는 감동을 받아서 몇 자 적는다고 하다가 시기를 놓쳐버려 유야무야 된 경우다. 앨리스 먼로는 모두 아시다시피 단편을 주로 쓰시는 분이고, 그래서 장점은 이야기가 금방 끝이 난다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각 편마다 작품성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정말 대단한데? 에서부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까지 무엇을 만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인데, 초코렛 선물 상자 한 박스를 받은 듯 말이다. 그래서 기대 안 하고 보다 보면 간간히 헉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통찰력 있는 글들과 조우하게 되는 반면, 이건 말도 안 되잖아? 라면서 궁시렁대게 되는 작품들도 만나게 된다는 것이 그녀에 대한 내 인상이다. 이 책 전에 읽었던 책이 별로여서 이 책에 대해선 별 기대 안 하고 봤다가, 기대 이상의 내용으로 감동을 받았던 책이다. 이 작품들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편은,  병이 든 노모를 양로원에 모시고 주말마다 꾸준히 찾아가는 한 딸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자신을 당연히 보살펴야 된다고 불평하는 노모와 그런 그녀에게 싸우며 대꾸하고 설득하는게 아니라 그저 양로원에 모시고 꾸준히 찾아가는 것으로 자신의 도리를 다 하는 딸의 팽팽한 신경전에 관한 이야기다. 이기적인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어떻게 망쳐 놓는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전혀 죄책감을 갖지 못하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던데, 그 통찰력에 놀란 경우. 대체로 이런 상황일시, 보통 사람들이 제대로 현실을 간파하지 못한다는걸 잘 알기에 먼로의 통찰력을 다시 보게 된 경우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허상이 아니라 회피하고픈 현실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허를 찔린 느낌? 속으로 꽁꽁 감추고 있는 추한 감정--하지만 실은 가장 자연스런 감정--을 까발려 준다는 점에서 고맙기도 했고 말이다.  아, 나만 이렇게 사는게 아니라 다들 이렇게 고민하고 좌절하면서,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버리지 않으면서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서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아무리 비루한 현실속에서도 남들이 해준 생각대로 사는게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도 좋다. 인간에 대한 전형적인 틀을 깨트린다는 점에서 식상한 전개가 아니라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어쩜 우리는 속마음을 숨긴 채 이 생을 묵묵히 견디고 있을 뿐이라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그 속마음을 표현하는데로 나아가는 빙퉁맞아 보이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특징. 어쩜 우리의 본 모습 역시 그렇지 않을까? 내뱉으면서 살아가진 못하지만서도 말이다. 해서 어떤면에선 먼로가 우리의 정신상담의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의 속마음을 , 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속마음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외에 자신의 방을 가지고 싶어 각방으로 노력하는 한 가정 주부의 이야기나 왕따를 당하는 친구에게 섣불리 친절을 베풀었다가 그녀가 친하게 나오자 발을 빼고 싶어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앨리스 먼로를 알고 싶다시는 분들이라면 안성맞춤인 책이 아닐까 하면서...다 읽고 난 다음에 제목을 보고는 실소한 기억이 난다. 왜냐면 앨리스 먼로의 책에는 대체로 행복한 사람들이 나와주는걸 못 봐서 말이다. 알고보니 평생 수 많은 단편들을 쓰셨던데, 이 참에 더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뭐, 이 책에서는 감동을 받았었지만, 그럼에도 원서를 봐야 겠다고 수선을 피워 대지 않은걸 보면 나의 마음을 온전히 끌어 당기는 강렬한 매력은 없었지 싶다. 뭐, 아직 그녀의 책을 다 읽어 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지도... 앞으로 그녀의 매력을 온전히 알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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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데이 2013-10-1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커버 이쁘지 않아요? 저도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싶어하던 여자 얘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서재 브리핑 제목만 보고선 금발의 먼로씨 얘긴 줄 알았다는..)

오늘 brutal telling 배송 왔어요. 완전 이 가을에 어울리는 커버에요. ㅎㅎ

이네사 2013-10-12 13:05   좋아요 0 | URL
그죠? 제목을 뭐로 쓸까 고민하다 표지가 예뻐요...라고 쓸까 했었네요. 잠시...그런데
내용보다 표지가 예쁘다는 소리로 들릴까봐서, 다른 것로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내용을 설명해주진 못하는가 보네요.그죠, 지금까진 먼로로 유명하신 분은 앨리스가 아니라 마를린이였죠. 아마 그건 한동안 변하지 않겠죠?

책 읽은 직후에 생생할때 써야 제대로 된 리뷰인데, 이건 정말로 충동적으로 쓴 것이라서--진짜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작성하게 된 리뷰여요.--많이 엉성하지 싶네요. 뭐, 내용은 각자 책을 충실하게 읽으면 될테니 알아서들 하심 되겠다 싶네요.

책이 왔군요~~~! 한동안은 뿌듯하시겠어요. 다람쥐가 곳간에 도토리 쟁여 놓은 기분처럼 말여요.
맞아요. 가을에 어울리죠? 그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bury your dead는 하얀 눈 숲을 배경으로 한 겨울 표지여요. 그것도 마음에 들더라구요. bury your dead는 표지가 여려 버전인가 보던데, 이왕이면 그걸로 사셔요. 내용하고 잘 어울린다는...^^표지만 봐도 기분이 흐믓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