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리를 구하지 못해 비교적 앞자리 아이맥스로 예매했다가 제대로 구역질 났었던 영화가 되겠다. 그동안 아이맥스로 영화를 보면서 한번도 구토와 어지럼증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은--나는 아이맥스가 과대선전되었다고 믿고 있었다.---내가 줄곧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간 앞자리에 자리 잡았다가 혼이 났다고 했었던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에 대해 심하게 반성했다. 난 그들이 호들갑 떠는줄 알았는데, 진짜로 버겁더라. 배우들이 내 앞에서 연기를 하면 굉장히 좋을줄 알았건만, 그게 그렇게 심하게 거부감이 들줄 누가 알았으리요. 배우들을 향해 저리 가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들이 내 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면 말이다. 하여간 이런 저런 상황때문에 그다지 집중해서 볼 수는 없었지만서도, 재밌게 보긴 했던 작품이다.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기꺼이 보러 갈 생각이 있을만큼. 다행인 것은 닥터에 나보다 더 빠진 사람이 하나 더 있어서 말이다. 조카는 이 영화가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재밌었다면서, 한쪽 손을 동그렇게 하면서 마법을 하는걸 금세 따라하고 있다. 아마도 다음 작품이 나오면 조카의 손에 이끌려 관람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별 내용이랄게 없는 영화이지만, 줄줄이 눈물을 흘리면서 본 영화다. 대한민국 국민이다보니....너무 부러워서, 너무 안타까워서. 너무 가슴아파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설리 기장이 양쪽 엔진이 멈췄다는 이야기를 한 뒤 통신이 두절되자, 관제탑에서 연락을 하고 있던 사람이 망연자실해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었다. 모르는 누군가가 죽었다고, 그 사실에 그렇게 애통해 하는 마음이 너무도 이해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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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영화로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작품. 보고 나면 2016년 탑 5안에 들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잔뜩 부풀어서 보게 된 영화인데, 보고 나니 뭐, 그 정도는 아니지 않는가 한다. 차세대 <쉘브르의 우산>이나 <스타 탄생> 쯤이라고 보면 되려나? 고전 작품들의 고전미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충실하게 해석해냈지 싶다. 영화 내용이나 배우들의 의상을 보면 복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고지식한데, 영화의 배경을 이룬 시대가 2000년대라는 것이 살짝 아리송했다. 이런 영화가 이 시대에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종종 그러하듯, 미국 역시 때론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 하는 모양인가보다. 그 시대를 향한 진한 향수이거나 아니면 이 시대를 향한 거부이거나. 어쨌거나 마약과 총질과 섹스와 발칙함이 난무하는 미국이 아니라 꿈을 향해 건전하게 전진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것이 요즘 가능한 이야기인가는 차지하고라도, 그걸 믿게끔 만든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겠지. 결론은 음악이 좋고, 두 배우들의 합이 좋았습니다. 영상미는 탁월 그자체라 어느 장면을 정지시켜놔도 그대로 화보일 것 같더군요. 음악과 화면에 모든걸 쏟아 부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LA 곳곳의 명소에서 촬영했다고 하던데, 영화의 쓸쓸함을 과하지 않게 받쳐 주는데 적절한 배경이었지  않은가 싶어요. 이 영화를 보고 나니 LA를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역시나 전 쓸쓸한건 이젠 싫은가 봅니다. 결론은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시길...라이언 고슬링이 치는 피아노의 선율은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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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앤롤링은 건재하다는걸 증명해주던 새로운 마법시리즈의 첫번째 편. 이 영화를 보면서 난 내가 그렇게나 해리 포터의 광팬이면서도 영화관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으로 읽었을때의 내 머리속에 펼쳐진 마법의 나라가 너무도 선명하고 재밌었던 나머지 굳이 영화관을 찾아서 읽어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기 때문. 아마 이 영화에도 원작이 있었더라면 영화관에 가서 보려 안 했을지 모르겠지만서도, 이젠 책을 하나 쓰시기엔 체력이 달리시는지 각본만 써주신 조앤 롤링 덕분에 이번엔 거침없이 영화관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고백하노니, 살짝 설레더라. 해리 포터의 마지막 시리즈를 읽으면서 더이상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마음을 쏙 빼놓은 이야기를 더 읽을 수 없다는 것에 굉장히 우울했었는데, 그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조앤 롤링의 상상력은 도무지 어디에서 나오는지, 이젠 더이상 나올 것이 없을 거라 생각한 곳에서 또 퐁퐁 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다. 어떤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을지 궁금해하면서 이야기속으로 들어갔는데, 일단은 합격점이다. 새로운 이야기인듯, 하지만 전작 해리 포터와 어느정도는 연결된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익숙한듯, 하지만 전혀 새로운 이야기라는 뜻이다. 원작이 없어서인지 오히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더 재밌었다.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모르는 상태라 그랬던 모양이다. 그걸 보면 영화나 책의 줄거리는 굳이 알 필요 없이 가는 것이 감상하는데 더 낫지 않을까 한다. 하여 줄거리는 생략하고, 감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시리즈의 첫편으로 다음편이 기다려지게끔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아웃사이더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 역을 연기라면 어디가서 주눅 들 사람이 아닌 에디 레드매인이 잘 표현해 주었고,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이던 코왈스키 역의 댄 포글러도 내 처음 본 배우 같은데 인상이 깊었다. 재밌던 것은 출연하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 나오게 된 것이 너무도 감격하던 모습이었다. 마법의 세계에 합류하게 된 것에 대해 다들 어쩔 줄 몰라하며--가문의 영광이라면서-- 행복해 하던데, 다른 영화와 다른 그런 점들이 이 영화를 더 특별하게 만들고 있지 않았는가 한다. 하여간 책을 보는 것 만큼이나 재밌다. 조앤 롤링의 세계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익숙한 데자뷰를 경험하시게 될 듯... 끝날줄 알았건만 다시 시작한 조앤 롤링의 마법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그녀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기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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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도 봤다, 곡성! 을 외치고 싶어서 보게된 작품. 원래 공포 영화는 취향이 아니라 잘 안 보는데, 왠지 이 영화는 그걸 넘어서 봐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겨서 말이다. 말하자면 뭣이 중한디? 라는 말의 의미 정도는 알아듣고 싶었다는 뜻. 줄거리는 이미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기 때문에 구구절절 나열할 필요는 없겠다 싶고, 해서 대략적으로 느낀 점만 풀어 놓는다면...


1. 첫 도입부부터 성경 구절을 인용되는데, 그 구절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읽다가 예수가 좀비들의 조상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실소하고 말았다. 우리가 좀비들을 무서워 하면서도 그렇게 매혹적으로 느끼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듯. 예수에게 매혹을 느끼는 이유도 어느정도는 그가 죽었는데 살아돌아왔다고 주장하는 것에서 시작하니 말이다. 어쨌거나 그저 연쇄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일거라 막연하게 생각하고 봤다가, 성경을 정반대로 비틀어놓은 내용이라는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2. 예수가 우리 앞에 나타났을때 아무도 그를 믿지 않았다. 걍 믿으라고 해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는 증거를 내놓아야 했었는데, 그중 최고봉이 바로 마지막 기적, 즉 죽은 자에서 돌아온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예수가 다른 수많은 사기꾼들과 다른 진정한 예언자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명백한 증거였나니, 그의 평범하지 않은 언행과 기행에 마음을 빼앗기긴 했으나 진짜 이 사람이 그 사람인지 믿음이 가지 않았던 사람들 모두를 한방에 무릎 끓게 만든 사건이지 않았는가 한다. 그렇게 증거가 없다면  우리는 예수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이다. 그렇다면 만약 악마가 등장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믿을 것인가. 그것이 현실적인 존재라고 받아들일 것인가? 라는 물음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한 질문이었다.


3. 영화속 결론을 말해 보자면, 감독은 악마가 그 자신을 증명할 증거를 아무리 우리 눈앞에 들이민다고 해도 우리가 믿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왜냐면 악이나 선이 우리의 인식을 벗어날만큼 거대할 시 ,우리는 그것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회피하거나 얘써 별 것 아니었다고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보좌신부와 외지인인 일본인과의 마지막 조우는 의미심장하다. 그간 본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일본인이 평범한 사람일거라 생각하는 보좌 신부와 그런 그를 못내 가소롭다는 듯 처다보는 일본인의 표정이라니...사이코패스가 양심을 인지하지 못하는 양심맹이라고 한다면, 어쩌면 우리 일반 사람들은 악을 인지하지 못하는 악맹들이 아닐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의 모든 것을 보여줘도, 그것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고, 평범치 않은 악에 대해 평범한 일상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소심한 마음과 초파리같은 초치기 기억력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무리들에게 너희는 제대로 보라, 이것이 바로 악이다. 너희가 눈을 돌리고 부인한다고 해서 악은 사라지거나 물러서지 않는다고,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착해야 한다는 모토아래 위기시에도 안이하게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어떻게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던데, 너무 불안감에 절어서 생활하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서도, 불안과 공포심을 느끼고 행동에 나서야 할때 조차 그걸 억누른다면 어떤 파국이 도래하는지 잘보여주고 있었지 않는가 한다. 우리는 닭이 세번 울렸을때의 베드로처럼, 예수를 부인한 것 만큼이나 악마를 부인할 것이다. 그것이 어쩜 우리 인간의 본성일지도....


4. 이 작품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는데, 난 그냥 볼만했다. 이걸 보고도 밤에 잘 잔것을 보면 공포 영화에 대한 민감도가 생각만큼 높지 않았는가보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하면, 또 그건 아니고. 초반 도입부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폼새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점만은 나도 인정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영화를 봤다고 해도 도입부부터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이 왜? 라는 의문 부호를 달기에 충분하게끔 석연찮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다 복선이었고, 알게 모르게 연결이 된것이다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서도.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다시 한번 보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라서. 그냥 흐름이 끊기더라, 라는 정도로 기억하려 한다. 악은 악이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무 죄 없는 자도 그들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왜냐면 그들은 그저 심심풀이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므로. 하니 그 미끼에 우연히 걸려 들은  우리 가여운 중생들은 너무 억울해 말거라, 라는 말을 하려던 것이라면 제대로 알아들은 듯하다.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뭐. 상관은 없고. 잘 만든 작품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글쎄...라는 의문 부호가 따른다. 이런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나 완성했다는 것만큼은 대단하다 싶긴 하지만 완벽하게 나를 설득하기엔 뭔가 부족했다. 마지막 부분들이 특히나 석연찮다. 과연 천우희는 악마들을 막을 진정한 계략이 있었던 것일까. 모든 정황을 의심의 길로 들게 만들고서는, 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아버지를 향해 나를 믿어라, 흔들리지 마라라고 말한들, 과연 그 말을 믿을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 천우희 자신은 도움을 주려 왔다고 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의심에 불을 활활 지펴서 악을 향해 달려 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녀는 과연 선인일까? 아니면 아담과 이브의 신화에 나오는 뱀같은 존재인것일까.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을 수 있고, 무엇은 믿을 수 없는 것일까. 참으로 골치아픈 명제다. 다만 그저 거대한 악을 마주했을때 그것을 악이라고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만은 내게 주어지기를, 하고 영화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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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어록 2016-07-0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음이 소중한 것처럼 대사는 나오지만 제가 보기엔 관객이 그런식으로 현혹하게 만든 영화같아요....독버섯에 의한 환영과 살인이라고 영화중간중간 나옴에도 신이나 어떤 대단한 존재를 바라는 노예습성을 가진 인간들을 비꼰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네사 2016-07-05 11:2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보셨군요. 이 영화를 보는 시선이 다 다르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나 보네요.
전 그런쪽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았었거든요.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온다니...
과연 이 영화가 잘 만든 작품이긴 한가 보네요.^^

임제어록 2016-07-0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해석의 여지를 여러가지로 준 작품이죠. 보통 좋은 소설이나 영화는 관객이 자기가 보고싶어하는 방향으로 잘 유도하지만 약간의 의아심이나 찜찜함 불쾌함 놀라움을 남길때 좋은 작품이라고 하지요..

제가 그렇게 해석 한 근거는
1. 신문기사나, 딸이 병원에 있을때 가끔 나오는 독버섯이야기
2. 목사(신부)님이 주인공한테 ˝눈으로 봤냐?˝말하는 것
3. 주인공 딸이 나아졌다가 할머니가 약을 다시 먹이면서(독버섯이 들어간 것이 아닐까??) 환영을 본것
4. 일본인이 낭떠리지에서 마을 아저씨들을 피해 숨을때 눈빛은 겁에 질린 보통사람.
그리고 일본인 방에 있는 사진을 경찰관 한명이 보고 놀라는데 일본인은 평범한 사진을 보는 듯한 눈빛
=> 즉 환영의 독버섯을 먹은 사람들한테만 의심을 정당화하는 환영만 보임.
4. 결정적인 것은 좀비가 나타났는데 마을 사람들이 단 한명도 ˝너...누구누구 아니냐?˝ 묻지 않습니다.
마을사람이 좀비가 되어있는데 이름을 안부른다는 것은 그 일본인 잡으러 간 동네사람들이 환영에 걸린것.

추가로: 주인공 친구가 정육점하는데, 화면 곳곳에 돼지 축사가 보여요..즉 독버섯 먹은 돼지로 통해서 일부는 감염되지 않았을까???

우리가 어떤 사실을 보더라도 실제로는 자기가 보고싶은 환영을 정당화하는 것 뿐이라는 `유식불교`책에 있는 경구가 생각나게 하는 영화인것 같습니다.

이네사 2016-07-05 12:2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에식스 카운티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글 그림,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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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이라는 말에, 깊은 울림을 준다는 말에 기대 잔뜩하고 보게 된 책이 되겠다. 물론 그 외엔 아무런 정보없이 읽어 내려 갔기 때문에 맨처음부터 살짝 당황하긴 했다. 내가 예상했던 그런 그림이 아니었고,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흑백으로 된 거칠은 만화체, 익숙해지기가 쉽지는 않다. 하나 아무리 그림이 별로라고 해도 내용만 좋다면야 나는 상관없는 사람. 내용이 좋기를 기대하며 읽어내려갔다. 처음엔 두께에 좀 압박감을 느꼈는데, 만화다 보니 금세 술렁술렁 읽힌다. 에식스 카운티, 라는 제목에 그게 무슨 뜻일까? sf물인걸까? 라고 추측했으나 알고보니 그것과는 몇 광년만큼이나 동떨어진, 에식스 카운티라는 캐나다의 아주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알고보니 표지에 뿌리 깊은 나무와 까마귀가 나오는 것이 아무 의미없이 그려 놓은 것이 아니더라. 한 가족의 수십년에 걸친 가계도를 설명한 책이라고 봐도 되니 말이다. 책은 세 개의 작품을 묶어 한 권으로 내놓은 것으로,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알고보면 이들이 다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마을에 살아가는 세 명의 사람, 엄마를 잃은 소년, 동생의 아내와의 하룻밤으로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한 노인, 그리고 마음이 착해 어려운 사람들을 못 보고 지나치는 시골 간호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들이 결국 어떻게 연관이 되어 지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저자가 캐나다의 대표작가라고 하던데, 다른건 몰라도 캐나다가 고독이나 외로움을 양성하기엔 굉장히 알맞은 곳인가보다 추측하게 하기에 무리가 없을만치 황량하다. 캐나다 작가들의 만화를 몇 권 읽어보았는데, 그들 모두에서 같은 정서가 읽혀지는걸 감안하면 캐나다가 원래 그런 곳이던지 , 아니면 나라적인 특성이 그런 감성들을 북돋아 키워내던지 둘 중 하나인 듯하다. 하여간 이런 쓸쓸한 정서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내겐 좀 별로였는데, 왜냐면 인생이란게 아무리 못 산다고 해도 그보단 풍성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여간 지나치게 쓸쓸하고 허무한 정서. 왜 꼭 그렇게밖엔 살 수 없는 것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장치다. 뭐,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걸 생각하면 이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일수도--다시 말해 작가가 그런 사람인 것일 수도--. 하여간 대중속에서의 고독을 제대로 씹어 주시는 몇 몇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몇 개의 비극이 나오고, 비장한 장면 몇 가지가 나오며,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비극때문에 인생이 달라져 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게 쓸데없이 비장한 와중에서도, 몇 개의 울컥하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세 번 울컥했는데, 잔잔한 와중에 예상치 못하게 받은 일격이었기에 더욱더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그런 작법이 이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듯...이 책이 왜 수작이라는 건데 라면서 읽는 내내 투덜댔었는데, 그 장면들을 생각하면 수긍이 되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들라면, 엄마를 잃어 외롭고 슬픈 아이를 개울가에서 놀아주던 한 남자와의 에피소드 부분을 꼽고 싶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 이 책의 모든 단점들을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던데, 이 책을 통틀어 제일 반짝반짝 빛 나던 장면이 아니었는가 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뭔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 읽고나니 아하~~하고 이해가 간다.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그 장면을 보면서 뭔가를 느끼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실 듯. 인생이 아무리 고달프고 외롭고 고통스럽고 자신의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아 괴롭다고 해도, 마음속 깊은 곳 인간성만은 여전히 그대로인 착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향한 작가의 찬가이자 응원가가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작가,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다른건 몰라도 연민과 공감을 자아내는 빛나는 장면을 흔연치 않게 잡아내는 재능만큼은 인정하고 싶다. 뭐, 딱히 재밌게 봤다고 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리뷰를 쓰다보니 이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나중에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지긴 한다. 작가가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그려준다면 아마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게는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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