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물어 가는 여름/ 아카이 미히로


  유괴범의 딸이 유명 신문사에 취직이 내정된다. 이를 알게 된 경쟁사는 큰 일이나 난듯 이를 문제 삼고, 이에 당사에서는 20여년전에 일어난 사건을 재조명해보기로 결정을 한다. 몇년전 큰 사고를 일으켜 한직으로 물러난 전직 기자 가지는 사건을 알아보라는 상부의 지시에 이유를 몰라한다. 다른건 몰라도 이제와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봤자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괴범이 몸값을 들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사고로 죽어 버리는 바람에 그 사건에 어떻게 발생했고,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알길이 없었던 터였다. 당시 가장 크게 사건이 이슈화된 것은 유괴된 신생아의 행방을 결국 알아낼 수 없었다는 것때문이었다. 과연 당시 유괴된 아이는 모두의 추측대로 살해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아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범죄자의 딸--그것도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유괴치사 범인의 자식--을 자신들의 체계속에 너그럽게 포용한다는 착한 척하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마지막까지 끌고가던 다분히 감상적인 톤이 두드러지던 추리 소설이다. 무엇보다 가히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사건의 실상을 풀어내던 기자 가지의 기지가 놀라웠다고 해야 하나. 쓴웃음이 난다고 해야 하나, 거의 아무런 단서도 남아있지 않는데도, 그저 사람들의 반응만으로 사건을 뚝딱뚝딱하고 풀어낸다는 것에 혀를 차고 말았다. 충격적인 반전을 위해 사건을 만들어낸 듯한 인상이 짙다는 것도 이 책에 대한 호감을 반감시키고, 사건에 관련된 아들딸들이 나중에 아는 사이가 되어 만난다는 것도 너무 작위적이다. 세상이 좁다고 해도 그렇게 좁을리는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자연스런 전개를 기대하시지 않고 집어드신다면 그럭저럭 읽힐만한 퀄리티. 하지만 인간에 대한 통찰이나 흥미진진한 전개 뭐, 그런 것은 기대하지 마시길...



 ★★★☆☆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프리모 레비


 

프리모 레비의 책을 읽고 한번이라도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색하고 기다렸을 책. 이 책을 보면서 비로서 난 그가 왜 자살을 택할 수 밖엔 없었을지 이해하게 되었다. 거의 강박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유대인 학살에 정신을 빼앗기고 사시는 듯 하던데, 과연 인간이 다른 인간을 성토하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제 정신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난 그가 몇 권의 책을 통해 그의 원한과 고통과 분노와 애닮음을 어느정도는 털어내셨을 거라 생각 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오히려 그 도가 점점 심해졌던 것이 아닌가 싶더라. 무엇보다 그 특유의 초연함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어떤 인간도,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남을 미워하면서 살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그건 정신이 피폐해지는 일이고, 거기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무엇보다 파괴적이다. 그가 자신을 아우슈비츠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것은 결국 죽음밖에는 없었겠구나, 싶어 그가 가여웠다. 그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젠 평화를 찾으셨기를 ....



 ★★☆☆☆  탐정 매뉴얼/제더다이어 배리


 갑자기 내가 난독증에 걸린줄 알았다. 읽기가 하도 힘들어서. 다른 책을 읽을때는 멀쩡하던 해석 기능이 이 책을 들기만 하면 멈춰 버리는 마법에 걸린게 아닌 이상, 이 책을 재밌다고 하는 사람들을 난 믿지 못하겠다. 왜냐면 재미는 커녕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쩔쩔 매야 했기 때문에. 딱 초반 몇 페이지는 흥미를 끌어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분명 앞으로 나가긴 하는듯한데, 거의 제자리를 맴맴 도는 듯한 전개가 책 읽는 것을 끔찍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루하다는 말은 이 책에는 오히려 과분한 단어이다. 지루하다는 것은 그나마 어떤 맥락이라도 있다는 뉘앙스가 있으니 말이다. 두서없고, 횡설수설에, 산만하고 뜬금없으며, 이상한 탐정의 나라에 온 듯한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있기나 한건지 의심하게 만들더라. 아무리 읽어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신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긴 했다. 너무 취했거나 너무 졸려서 몸이 안 움직여줄때의 갑갑함을 기억하시는지. 제 정신인 상태에서 가위눌림을 겪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하지만 제정신인 상태에서 재밌는 독서를 하고 싶다시는 분들에게는 비추.


 ★★★☆☆ 학교의 슬픔/ 다니엘 페낙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꼴찌에게 희망을! 이란 문장이 되겠다. 학창 시절 끔찍한 열등생이었다는 저자가 당시를 회상하면서 과연 점수로 아이의 미래를 평가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를 묻고 있던 책. 초반 자신이 열등생이었다는 것을 고백하면서, 모두를 걱정시키는 열등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저자는 회상한다. 그건 바로 자신의 숨은 재능을 알아봐 주거나 지식에 대한 열정을 심어준 몇몇 선생님들의 공이었고. 해서 그는 아이들의 미래를 현재의 점수로 단정짓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어른들에게 충고한다. 문제는 그것이 학교 밖에서는 너무 잘 보이지만, 학교란 독특한 상황속에서는 보이기가 어렵다는 점. 아마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딜레마가 아닐까 싶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선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한 책. 특히나  열등생의 심리를 명료하게 보여준다는 것에 주목하시길. 그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유용한 정보 같아 보이니 말이다.하긴 누가 그보다 열등생에 대해 잘 알겠는가. 어린 시절엔 열등생이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열등생을 가르친 선생님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니 말이다. 어떤 아이들이건 보다 많이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 자신의 열등생 시절을 아낌없이 털어 보여준 이 점잖은 노신사에게 공감의 미소를 짓지 않기란 힘들지 않을까 한다. 다만 초반의 신선함을 지나면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인데, 그건 읽는 사람이 가려서 읽으면 될 듯 싶다.



 
 
 
쿠베가 박물관을 만들었어요! 모두가 친구 27
오실드 칸스터드 욘센 글.그림, 황덕령 옮김 / 고래이야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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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저 페이지만 보고는 이 책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생각이라기 보다는 직감이라고 해야 겠지. 책을 받아들고 딱하니 펼쳐 드는데, 다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 책은 괜찮을 것 같은데 라는. 더불어 약간의 설레임과 내용을 알고 싶은 조바심, 그리고 흥분되는 감정이 몰려 들어왔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어째서 드는지는 나도 설명할 길이 없다. 하지만 기원을 따라가 보면 초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새 책을 받아들고 느끼던 감정에서 비롯된 듯하다.( 난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사서로 1년간 일한 적이 있는데, 새로 만든 도서관이라서 대부분의 책들이 다 새 책이었다.) 어른이 되고 난 지금, 그냥 안다라고 말하면 건방지게 들려올까? 이 정도의 책이라면 좋은 책이라는것을 안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책의 어떤 독특함이,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함이 나를 설레게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모든 것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그 이상의 것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알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왔고, 그 느낌이 맞았다는 것!  첫 페이지의 첫문장인 < 이 아이는 쿠베여요.>를 " 이 아이가 쿠베에요." 라고 번역하면 읽기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상관없다. 내가 알아서 바꿔 읽으면 되니까.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통나무 몸통을 가진 쿠베라는 아이는 활짝 웃지도, 그렇다고 무표정하지도 않는 표정으로 우리는 맞는다. 내가 쿠베여요. 라고. 그의 비주얼이 그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나는 정직하고 진실하며 순진하지만 그렇다고 어리석지는 않아요, 라고. 우리가 아이들을 볼때 흔히 보게 되는 표정이다. 우리가 사랑할 수밖엔 없는... 그들의 순진무구한 표정 뒤로, 우리가 열광하게 되는건 그들의 열정이다. 다만 문제라면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짐작할 수 없다는 것. 그들은 그저 그것이 좋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열정을 가지고 해내기에 종종, 그 결과물로 인해 난관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행운의 화요일마다 숲에 가서 환성적인 모든 것들을 주어 모으던 쿠베는 자신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묘미라 하겠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누군가의 열정을 지켜보는건 흐믓한 일이니 말이다. 거기에 아이들의 열정을 무시하지 않고, 지지해주고, 조언을 해주는 어른들의 모습은 얼마나 근사하던지... 쿠베가 자신이 주어온 물건들때문에 수납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집에 박물관을 만들겠단 생각을 해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나서는 과정들이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박물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신이 모아온 물건들을 관람하는 것을 흐믓하게 바라보던 쿠베가 결국 박물관을 닫게 되는 결정을 하게 되는 과정은 또 어떤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흔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숲에서 환상적인 것들을 줍는 것이 그의 열정이라서 모으긴 하지만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는 모습이 얼마나 아이답던지...우리 어른들이라면 자신이 성취한 것에 눈이 멀어서 쉽게 그것을 놓아버리지 못하기 일쑤인데 말이다. 아이다운 천진함과 순수함으로 자신의 열정을 무언가로 바꾸어 가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모습을 몸매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하는 쿠베라는 캐릭터가 신선하고,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할머니의 현명함은 고개를 숙이게 한다. 나 역시도 그런 현명한 어른이 되었음 하고 바라마지 않지만서도, 바람처럼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쿠베의 할머니처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이의 열정과 꿈을 꺽는 그런 어른은 되지 않았음 싶을 뿐이다.


그림은 귀엽고 앙징맞으며,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그려진 티가 난다. 빡빡하고 논리적인 설명조의 그림이 아니라, 여백이 많은 그림체가 오히려 독자의 눈을 사로잡고 설득력을 더 갖게 된다는 것이 이 작가의 장점. 낯설은 그림체지만 처음 본다고 해도 이물감없이 동화화게 하던, 유머와 인간미가 배어든 좋은 동화책이였지 싶다.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완벽 이상의 무언가가 있던 책, 간만에 괜찮은 동화책을 발견해서 무척 기분이 좋았던 작품이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여전히 이렇게 읽을만한 동화책들을 새롭게 창작해낸다는 것은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인간의 창작력이여~~~ 영원하길!



 
 
 
런던의 강들
벤 아아로노비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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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수습 순경인 피터 그랜트는 특유의 산만함때문에 원하던 강력계가 아닌 문서를 담당하는 부서로 배치되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은 그것이 아니라도 항변해도 그 누구도 그의 능력을 믿어주지 않아 답답한 가운데, 유명 관광지에서 머리가 잘린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의 잔혹성과 대범함에 경찰도 긴장한 가운데, 사건 현장에서 보초를 서던 피터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 사람을 보게 된다. 혹시나 목격자? 라는 생각에 그와 말을 나눠본 피터는 그가 실제로 목격자는 맞지만 문제는 그가 오래전에 죽은 유령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 미친거임? 아니면 정상인데도 이런 거임? 이라면서 혼란스러워 하던 그는 허실삼아 다시 그 유령을 만나 사건 전체를 들어보기로 한다. 다시 한밤중에 다리에 나가 유령을 찾고 있던 그 앞에 빅토리아 시대에서 그대로 나왔음 직한 신사가 등장해 그가 하는 짓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다음날, 그는 그 의문의 신사가 런던 경찰청의 엑스파일, 마법부서의 수장인 나이팅게일 경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피터가 재능이 보인다면서 그를 마법사 도제로 받아 들이는데...


초반 흥미로운 설정을 뒤로 하고 잔인한 살인 사건을 추리해나가던 환타지 소설이다. 처음에만 해도 어떻게 이런 상상을? 런던에 살면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라면서 반색했는데, 문제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하게 흘러간다는 것. 개연성은 개나 줘버리라는 듯, 모든 것은 마법이니 그냥 그런 줄 알아라, 라고 설명하는 것도 맘에 안 들고, 억지스럽게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도 별로였다. 한마디로 처음은 창대했으나, 중반을 넘어가면서 헉헉대는 것이 느껴지면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그런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작가에게 그다지 자신이 없었던게 아닐까 싶어서 안타까웠다. 이 책을 보면서 조앤 롤링이 얼마나 영리한 작가이냐, 다시 한번 깨달았는데, 아무리 예쁜 구슬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인데, 그걸 얼마나 맛깔나고 예쁘게 꿰는가가 바로 작가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 듯. 이 책은 조앤 롤링에 비하면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미숙한 수준이었는데, 거기에 간간히 썰렁한 유머를 남발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작법은 아니지 싶었다. 저자가 <닥터 후>를 쓴 작가들 중 한 명이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거기에서 썰렁한 유머를 써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난 듯 싶기도. 책으로 읽으니 그다지 안 웃긴다. 하긴 어떤 유머를 가지고 와도 이 작품은 구제할 길이 없어 보이지만서도 말이다. 연작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하니, 그럼에도 나중을 기대해 보련다. 어쩌면 이 작품보단 나은 작품을 들고  올지도...



 
 
 

★★★★☆  어젯밤의 카레, 내일의 빵/ 기자라 이즈미


 부부 각본가라는 말에 별 흥미가 없다가, 일본 드라마 <수박>과 <들돼지 프로듀스>가 그들의 각색 작품이라는 말에 들여다 보게 된 책.  과연 괜찮은 각본가가 괜찮은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저의기 의심스러웠는데, 역시나 <수박>의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들답게 이야기가 흔연스럽더라. 칠년전 남편을 암으로 잃고, 그 이후로 쭉 시아버지( 이하 시부)와 살아가고 있는 데쓰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하지만 그녀가 딱히 주인공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녀와 그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것일 듯. 


결혼 구년차지만, 남편과 살았던 날은 고작 이년, 스물 여덟살의 처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줌마라고도 할 수 없는 모호한 입지에 서 있는 데쓰코는 자신이 며느리라는 사실조차 가물가물한 시부와 함께 살아간다. 냉정하게 보면 생판 남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임에도 척척 생활의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그들. 그들의 완벽한 앙상블은 한편으로 더이상 바랄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 데쓰코는 자신에게 청혼하는 직장 동료에게 단호하게 선을 긋고, 시부는 은퇴후의 생활을 어찌할 것인가로 고민을 한다. 어느날 더이상 미소 짓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스튜디어스에서 백수 신세가 된 오다양은 그녀와는 반대로 병때문에 실실 웃는 것을 멈출 수 없어 잘린 산부인과 의사 동창과 사고로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직장을 그만 둔 스님 동창을 만나 새로운 직업을 구상하게 된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데쓰코의 남편은 어떻게 데스코와 만나 결혼을 하게 된 것이며, 그녀는 남편을 잊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게 될 것인가 라는 이야기가 지극히 담담하게 하지만 신선하게 그려진다.


<수박>을 보면서 익히 느낀바대로, 저자가 착하지만 결코 멍청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으로 잘 그려낸다. 세상에 이렇게 사는사람들이 어디 있어? 라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빠져들게 되는건 이상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생을 이렇게 해석하고 풀어가면서 살아갈 수도 있겠다 싶은 깨달음 때문이 아닐런지. 그러니까, 착하고 모나지 않게 인생을 살아가려 애쓰는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삶도 있어요. 인생이란 당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라고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듯 싶어서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들었다고 해도 흐믓한 채로 책을 내려 놓지 않을까 싶은, 쉽게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도 얻을 수 있는 꽤나 괜찮은 작품이었다. 내 확신컨대, 이 작품은 반드시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내용이 워낙 좋아서 그냥 버려질리 만무하니 말이다. 과연 어떤 배우들이 출연할지는 모르겠지만, 만들어진다고 하면 반색을 하면서 보게 될 것이다. 내용을 알기에 더 보고 싶어지는 드라마가 될 것이므로.




 ★★★☆☆  꿈을 파는 남자 /햐쿠야 나오키 


 재능도 열정도 없지만 미래의 조앤 롤링을 꿈꾸는 현실감 제로의 허무맹랑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그들로 하여금 자기 돈으로 책을 출간하게 함으로써, 불황이라는 출판업계에서 자비 출판이라는 분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마루에라는 출판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책이다. 출판업자의 눈을 통해, 작가라는 허영에 찬 집단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 특징. 더불어 그들을 꼬드겨 잇속을 챙기면서도 타인의 꿈을 이뤄주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편집자의 절묘한 내공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사기꾼과 출판업자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도, 자기들은 그래도 그나마 양심이란게 있다고, 그저 자신들은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 놓은 것 뿐이라고 --다른말로해 남들보다 조금 더 영리한 것일뿐이라고.--호언하는 마루에사의 편집자 우시가와라의 감언이설이 이 책의 포인트. 그의 입을 통해 출간이라는 행위의 적나라한 뒷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압권. 본인도 작가면서도 어쩌면 이리도 동료 작가들과 출간업자들을 통찰력 있게 비판하시던지, 이 책이 왜 블랙 코미디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자비 출판의 함정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합격점.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 점은, 읽기 쉽도록 썼다는 것이다. 누가 읽어도 금방 이해가 되게. 이상한 미사 여구에 횡설수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감상 나부랭이를 부끄러운줄 모르고 끄적여 대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런 글이야말로 생명력이 있지 않는가 한다. 고상한척 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호감이 가던 책. 출판계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 싶으신 분들은 들어보시길.


★★★☆☆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 오카다 다카시>


 어린 시절 가장 처음 경험하는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놓는가를 증명하고 있는 책. 나름 멀쩡하게 자라났지만, 속은 곪은대로 곪아버린 유명 인사들의 일화를 통해 저자는 어린 시절의 애착이 얼마나 파괴력이 큰지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아무리 좋은 유전자를 타고 태어난다고 해도, 어린 시절의 애착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결국 상처를 가진 어른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것이 그가 애착을 " 제 2의 유전자' 라고 일컬으면서, 유전자 못지 않게 우리의 인생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는 이유다.


일단 클린턴이나 헤밍웨이, 나쓰메 소세키,가와바타 야스나리,등 유명인사들의 사례를 통해 그들이 애착장애의 희생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들도 어린 시절의 상처를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보듯, 일단 고착이 된 애착 장애는 쉽사리 고쳐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먼저 애착 장애를 가지지 않은 아이로 키워내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라는 것. 하지만 그런 안정적인 어린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어른들이라고 해도 실망하거나 억울해하진 마시길...알고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착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다시 말해 행복한 어린 시절은 지극히 불가능한 환상에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것. 어른이 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자신을 다독이며, 불안이건 회피건 자신안에 깃들여진 애착장애를 교정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진정한 성숙의 의미일수도...


이 책의 장점은 애착의 중요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인간관계에서 드러나는 행태 하나 하나를 애착 장애 하나로 설명한다는 것. 그가 언급한 유명 인사들의 예만 들어봐도, 그들 중에서는 소시오 패스나 경계성 인격 장애, 고기능성 자폐증으로 설명해야 할만한 부분임에도, 애착 장애라는 한가지 창으로만 들여다 보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인간이란 어찌나 복잡한지, 한가지 창으로는 들여다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해서 모든 것을 애착 장애로 설명하는 작가의 태도에 살짝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애착의 중요성에 대해 심도있게 서술해준 것만큼은 잘 하지 않았는가 한다. 물론 이런 책을 읽고서 나는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는 거의 없을테지만서도...이젠 안다. 부모들 역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린 아이들일 뿐이고, 그들의 상처가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도대체 어디서 끊어야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데, 위대한 작가의 원동력은 지극히 불행한 어린 시절이라는 점이다. 과연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혀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것이 좋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이 인간적으로 더 나을 것일까? 내 아이들이라면 나는 위대한 작가가 아닌 한 명의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해주길 바랄 것이다. 위대한 작가는 이미 차고 넘치므로...



★★★☆☆ 박쥐/ 요 네스뵈 


요 네스뵈의 데뷔작이자 해리 홀레 시리즈의 탄생을 알린 작품. 호주에서 23살의 금발 노르웨이 미녀가 살해된 채 발견되자, 경찰청에선 해리를 파견한다. 이미 술에 절을대로 절은 뇌로 사고를 친 전적이 있는 해리는 낯선 땅에서도 금주를 이어가려 각고의 노력을 한다. 더불어 금발 미녀의 살해범 역시 잡아내려 하지만, 말도 유창하게 통하지 않는 호주에서 도착한지 며칠만에 범인을 잡는다는건 아무리 해리라도 무리. 호주 형사팀 역시 해리에게 시체나 인수해 가라고 별 기대하지 않는다는걸 분명히 하지만, 어디서나 자신이 유용하길 원하는 해리는 허수아비 역활은 사절한다. 그를 가이드해 다니는 호주 형사는 여기저기 해리를 끌고 다니면서 그의 친구들을 그에게 소개시켜준다. 처음에는 단순한 제스쳐라고 생각하던 해리를 단서를 쫓던 중 그들이 살해범과 연결이 된다는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과연 호주 형사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가 범인을 알고 있었다면 왜 그는 자신이 직접 잡아들이지 않았던 것일까? 해리는 이번에도 특유의 고집불통을 내세워, 집으로 돌아가라는 호주인들의 말도 무시한 채 직접 사건을 파헤쳐 들어가는데...


데뷔작스러운 패기가 다분했던 책. 이만하면 데뷔작치고는 잘 썼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요 네스뵈의 최고작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다행이지 뭔가. 데뷔작이 최고라는 것은 어쩜 작가에겐 저주이자 모욕일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희미하건 노골적으로건 이 작품안에 들어있는 것도흥미거리. 술과 여자에 약점 투성이의 영웅이라. 그를 사랑하는 것은 명백한 죄라는 듯, 애인들을 다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것도 이때부터 시작되던데, 연쇄 살인범 못지 않는 타율, 작가가 왜 이런 설정을 고안해 냈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극적인 것을 강조하고, 해리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며, 그가 트라우마 있는 고독한 형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가는 모르겠는데, 솔직히 주인공에 대한 가학이 지나친게 아닌가 싶더라. 이것도 지나치면 질리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가마슈 경감을 보면서 안도하게 되는 것도 그가 살인 사건을 풀기는 하지만, 그건 그의 일일 뿐이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에서 주는 안정감때문이니 말이다. 가마슈가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내 주변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잔인무도하게 살해되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과연 누가 제 정신으로 살아남게 될까 궁금하다. 그게 그렇게나 반복될만한 일인가도 의문이고. 해서 다소 극단적인 설정으로 시리즈를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피곤해지고 있는 해리 홀레. 과연 그가 정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을 보게는 될른지 데뷔작을 보면서 궁금해졌다. 이방인이자 형사로써 호주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해리를 보는 맛이 꽤나 괜찮던 추리 소설. 살인범을 잡아가는 과정보다 그 주변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 내 안의 살인마/ 짐 톰슨


요 네스뵈가 군더더기 없는 문장에 완벽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라고 칭찬한 작품. 텍사스 작은 마을의 부보안관 루 포드는 잘생긴 외모에 친절한 태도로 모든 이들에게 호감을 주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으니 그가 바로 싸이코패스를 넘나드는 소시오패스라는 것. 지금까지 자신의 충동을 잘 억누르며 살아왔던 그는 마을의 창녀를 만나면서 일탈의 기회를 잡게 된다.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르고도 완전범죄를 꿈꾸던 그는 자신을 조여오는 난데없는 올가미에 당황하고 만다.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자신의 위기대처능력에 자신만만해하던 그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는 그 누구도 자신을 잡을 수 없을 거라 확신하는데...


완벽한 소시오패스에 대한 보고서. 도대체 짐 톰슨이란 양반은 어떻게 소시오패스에 대해 이다지도 잘 아신다냐? 혀를 내두른 작품이 되겠다. 일인칭 시점으로 쓰여져 마치 진짜 살인범의 고백처럼 들려오던데, 어떻게 이런 신빙성을 작품속에 집어넣을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꿈을 파는 남자>의 주인공이 작가는 어딘가 감각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유명작가와 평범한 작가들 사이의 차이는 재능뿐이라고 단언하던데, 어느정도는 일리있지 싶다. 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런 소시오패스의 마음은 상상할 수 없던데 말이다. 통찰력 넘치는 심리 묘사, 소시오패스의 황량한 내면을 압도적인 절제미로 표현하는 것이 장점. 자신의 넘치는 꾀와 매력으로 살인을 하고도 넘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내의 자신만만한 여정을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72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72
송도수 글, 서정은 그림 / 서울문화사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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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책을 사려고 검색창을 두둘기다 이제 메플이 두달에 한번씩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아이들이 얼마나 기다리는데, 이러시면 어떻해요 라고 항의하고 싶은 마음. 그래도 폐간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