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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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나온 책인 걸로 아는데, 영화가 성공하는 바람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궁금해서 보게 된 작품. 읽어보니 영화화될만한 소설이었지 싶다. 물론 나온지 꽤 된 책임에도, 그리고 여러번 나의 눈에 뜨었음에도 내가 읽지 않은 것도 이 책을 보니 이해가 갔고. 그러니까, 보통이라면 내 관심을 끌만한 소재가 아니었다는 것. 일단 제목 자체가 좀 청소년틱 하지 않는가. 말기암 환자, 거기에 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설명에 나의 관심 스위치가 꺼진 것은 당연한 것. 사실 영화화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평생 이 책을 읽게 될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내가 말기암 환자에게 냉정해서가 아니라, 거기서 뽑아낼만한 이야기는 이미 넘치게 들었다는 생각 때문에.그리고 거기에 내가 감동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 지레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고. 일단 생각보다 진부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간 점은 작가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더이상 뻗어나갈 이야기가 없어 보이는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고? 라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의외로 이 작가 새롭다고 할만한 이야기를 끌어내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청소년이고, 삶의 한정되어 있다는 설정 때문에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는건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분명 선전했지 싶다. 십대에 삶이 끝나야 한다는 ,그래서 그들에겐 사랑이 더욱 더 소중하다는, 그런 주제가 내가 청소년이었다면 눈물을 흘려 가면서 안타까워 하고 아름답다고 했을지 모르지만서도, 다행히도 나는 이제 청소년이 아니고. 그래서 그들의 닭살 어린 멘트가 읽어주기 힘든 것도 사실이긴 했다. 하지만 도대체 청소년기가 아니라면 그런 말을 어떻게 생각해내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나이때의 치기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해서 백번 양보해서 그런 유치함을 눈감아 준다면, 그래도 꽤나 잘 쓴, 영리한 작품이었지 않는가 한다. 곳곳의 진부함이란 함정을 용케도 빠져 나간, 그래서 읽는 내내 작가가 얼마나 고심을 했을까 웃음이 나오더라. 그걸 이끌어 내는 것도 보통 상상력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기에, 이 책이 성공한 것도 이해가 갔다. 하여간 영화의 성공에 박수를 보내며. 소설을 읽어서 영화는 안 보려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영화가 궁금해진다. 아마도 보면서 유치해 유치해, 꼭 저걸 저렇게 찎었어야 했나? 라면서 혀를 끌끌 찰치도 모르지만서도...조만간 리뷰가 올라간다면 호기심에 냉정함이 진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길...거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이 예전에 <디센트>란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본 큰 딸이란다. 세상에나...전혀 몰라봤다니까. 며칠 전 디센트 책 리뷰를 쓰면서도, 그 여배우는 잘 나갈 것 같았는데 어째 영 안 보이네 했더니만, 안 나온게 아니라, 내가 알아보지 못한 것이렸다. 차세대 주연 여배우 감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지켜봐야 겠다. 그녀의 팬이 될 가능성은 없지만서도, 적어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에겐 찬사를 보내는 편이니까.



 
 
 





★★★☆☆



유일한 친구 해리와 함께 장난감 기차를 만드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난쟁이 핀은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에 상심합니다. 친구이자 동료이자 동업자였던 해리의 죽음으로 가게마저 접게 된 핀은 놀랍게도 해리가 자신에게 작은 부동산을 남겼다는걸 알게 되죠. 머물곳이 없던 그는 미련없이 짐을 챙겨 유산으로 받은 <뉴파운드 랜드>라는 버려진 역장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난쟁이라는 신체 특성상 평생 눈에 뜨이지 않을 수도, 놀림을 받지 않을 수도 없었던 그는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하고,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시리 이사온 첫 날부터 집 앞 공터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던 이동 까페 주인은 그를 보자마자 호기심에 눈이 커집니다. 핀이 아무리 귀찮은 티를 내도 여전히 사람 좋은 표정으로 그에게 종알대는 까페주인장의 이름은 조. 처음 그가 아는 척 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핀은 점차 조가 괜찮은 사람이라는걸 알게 됩니다. 차가 없기도 하지만 산책을 좋아하는 탓에 주변을 걸어서 마을을 탐색하던 핀은 자신을 두번씩이나 칠뻔한 난폭 운전자 올리비아도 만나게 됩니다 처음 그녀의 행동을 고의적이라고 판단해 불쾌해 하던 핀은 사과를 하러 온 그녀가 실은 심각한 덜렁이였음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풀어집니다. 여전히 보통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던 그는 올리비아가 아들 샘을 잃은지 2년이 되었다는 말에 짠해지죠.  한편 까페 주인 조는 핀이 냉정해 보이는 올리비아와 쉽게 친해진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랍니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려 달라면서 보채는 그는 점차 핀이 자신에게 자리를 내어주자 기뻐하죠. 그렇게 친구가 된 셋은 기차에 대한 핀의 열정에 동화되어 함께 기차에 대한 열정을 나누게 됩니다. 전혀 친구가 될 것 같지 않던 셋은 기찻길을 함께 묵묵히 걸어다니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데요.

잔잔하니 꽤 볼만한 영화였다. 난장이인 핀을 과장하는 것 없이 그려낸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저 외모가 조금 다를뿐, 자신은 지루한 보통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는 핀은 사람들에게 너무 상처를 받아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고 살지만 사람들은 그의진심에 도통 관심이 없다. 그런 그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괜찮았다. 전혀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비하하지도 않으면서 난장이인 핀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더라. 아, 그들은 그런 어려움이 있겠구나, 라는걸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더 괜찮았던 것은 세상의 모든 상처를 혼자 안고 살아가는 듯 굴었던 핀이 점차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 역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으며, 자신처럼 상처로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비로서 그들을 제대로 쳐다보게 되는데, 그걸 이해해가는 과정에 설득력이 있어서 말이다. 인생이란, 독불 장군도 없으며  아무리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실은 삶에 고통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안고 전전긍긍해 하면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결국엔 이해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가진 고통 때문에 누구보다 상처에 민감했던 그가 친구의 아픔의 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렇게 전혀 다른 타인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들이 멋있는 작품이었다. 소박하니, 한번 정도 볼만한 영화, 잔잔하고 자연스런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사실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보게 된 영화인데, 리뷰를 읽었을때의 느낌하고 조금 달라서 당황했다. 역시나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한번은 그럭저럭 볼만하지 않았는가 한다. 특히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어 좋았다. 그들이 실은 그저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별로 설득하는 것 같지 않는데도 설득력있게 보여줘서 말이다. 아마도 그것이 현실이라서 그런 것이겠지. 원래 환상이라는 것이야말로 설득하기 힘든 것이니 말이다.




 
 
 
[블루레이] 더 길트 트립
앤 플레쳐 감독,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Barbra Streisand)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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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CUT


잘 나가던 회사를 때려치고 자신이 개발한 친환경 세제를 팔기 위해 3년간 동분서주하고 있는 앤디는 서서히 그의 인내력이 바닥나려 합니다. 아무리 프리젠테이션을 해도 반응을 보이는 회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실은 그의 가장 막강한 적이 설득력 제로인 그의 허접한 프리젠테이션이구만, 공부만 하고 살아온 범생이 앤디에겐 그것을 알길이 없습니다. 그저 왜 자신의 놀라운 발명품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까 실망스러울 따름이죠. 혹시나 대형 마트에 납품해 볼까 해서 미대륙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해야 하는 앤디는 그 전에 엄마를 만나러 갑니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앤디 하나만을 애지중지 키워온 엄마 조이스는 다 큰 자식을 아직도 귀염둥이 어린이처럼 대합니다. 사회의 냉대와 엄마의 온탕같은 사랑 사이에서 어느것에도 마음을 편하지 않은 앤디는 엄마에게 이젠 연애도 해보고 하라고 조언을 합니다. 이에 조이스는 사실은 자신의 첫사랑은--평생의 사랑--은 따로 있었으며 앤디의 아버지와 결혼한 이유는 그가 자신에게 청혼했기 때문이었다고 고백을 하죠. 그리고 아직도 그 첫사랑이 그립다고 말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이름이 앤디인 이유가 그 남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앤디는 얌전하기만 했던 엄마에게 그런 과거가 있다는 것과 그런 일을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왔다는 점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래서 구글을 통해 그 남자의 이름을 검색해보죠. 그리곤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제, 앤디는 엄마의 첫사랑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 엄마에게 함께 여행을 하자고 설득합니다. 엄마와 여행을 하고 싶다면서요. 조이스는 요즘 엄마랑 여행을 나서는 자식이 어디 있으냐면서 앤디의 제안에 반신반의합니다. 하지만 과연 자식이 여행을 가자고 했을때 싫다고 할 엄마가 어디 있을까요? 조이스는 신이 나서 여행 가방을 꾸리는데도, 과연 이 여행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둘이 서로를 끔찍해 하지 않은 채로 여행이 끝이 날 수 있을까요?


좀 뻔해 보이는 설정이라 보기가 망서려졌는데, 역시나 배우들의 이름값 정도는 하는 영화였다. 오랜만에 보는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는 반갑기 그지 없었고, 아들이라고 보기엔 좀 나이가 한참 들어 보여서 미스 캐스팅이 아닐까 싶었던 세스 로건도 튀지 않은 연기를 잘 했다 싶다. 성년이 되어 떨여져 살게 된 두 모자가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간 몰랐던 사정들을 알게 된다는 것. 로드 영화로써 그럭저럭 괜찮았지 않았는가 한다. 무엇보다 특히 마지막이 감동이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따스해지지 않은 관객을 없을 듯...앞의 장면들이 그럭저럭 안전선에 머무는 정도였다면 마지막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싶었다. 그게 뭔지 궁금하시면 영화를 보시길...



 
 
 





왕년에 영화에서 주연만 하셨던 분들이 다 모였다. 실베스타 스탤론, 멜 깁슨, 해리슨 포드, 웨슬리 스나입스, 제이슨 스타뎀, 안토니오 반데라스, 이연걸까지...그게 한편으로 대단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서도, 솔직히 짠한건 사실이더라. 왜일까? 한분씩 보면 그렇게 늙은 것 같지 않은데,  모아 놓으니 얼굴을 비출때마다 이건 너무 늙으셨는데 싶은 것은...  아마도 장르가  액션 영화다 보니  더 그런 느낌이 드는가보다. 호쾌하단 생각보단 저 연세에 이렇게  무리를 하셔도 되나? 라는 걱정도 살짝 들고. 총질에 대포에 수류탄에 별별 무기들이 다 등장하는데, 긴장감이 든다기 보단 게임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이 악~~ 소리를 내면서 여기저기서 죽어 나가도 마찬가지. 이건 정말로 의리로, 왕년의 액션 스타들의 액션 무공을 감상하기 위한 영화로 보면 되는 것이렸다. 다만 의리라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뭔가 보장이 되는 것이 있으니 보게 된 것이겠지만서도...

내용은 왕년에 익스펜더블 초기 멤버였으나 오래전 죽은 줄 알고 있었던 스톤뱅크가 무기상이 되어 돌아온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익스펜더블의 수장 바니 로스는 그를 처단하기 위해 새로운 팀을 조직하지만 생포해오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르다가 부하 모두가 포로로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부하들을 구출하기 위해 다시 출정하게 된 바니, 이에 그의 옛 동료들이 그를 돕기 위해 따라 나서는데...

깔끔하게 만들어지긴 한 작품이다. 그동안 여기 나오는 배우들의 모습을 면면히 지켜본 관객들이라면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다들 열심히 활약한다.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어쩜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일지도...그냥 기대한만큼 총을 갈겨주고, 악당을 물리쳐주며, 발차기와 칼을 날려주니 말이다. 파괴하는 스케일이 크다는 것과 동원하는 무기들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볼거리. 적어도 실베스타 스탤론이 이 영화를 만드는데 돈을 아끼지는 않은 듯하다. 과연 익스펜더블 4가 나중에 나와줄지는 모르겠으나, 짠하면서도, 그럼에도 보게 되는 이 시리즈. 더이상 안 찍는다고 하면 어째 조금은 섭섭할 듯하다. 어떤 리뷰어가 불량식품 먹는 맛이라고 하던데, 진짜 딱 그 심정이다. 왠지 이 불량식품이 그래도 계속해서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은 정체가 뭔지...과거를 그리는 향수일까, 아니면 구세대가 가는걸 안타까워하는 심정일까...하여간 다음 작품 역시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여기에 아직도 출연하지 않은 왕년의 액션 배우가 과연 누가 남았을까나? 없어 보이는데도 또 다른 누군가가 출연하겠지?




 
 
 
오솔길 끝 바다
닐 게이먼 지음, 송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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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닐 게이먼의 팬이 아니었다. 그가 쓴 책 들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맘에 든 것은 <멋진 징조들>이라는 테리 프래쳇과 공동으로 쓴 책 뿐인데, 나중에 유추해보니 그 책에서도 내가 마음에 들어한 부분들은 테리가 쓴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단 한번도 게이먼의 책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닐 게이먼의 명성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왠만하면 남들이 좋다고 하는 작가들은 나도 좋아하는 편이니 말이다. 역시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였군 하면서... 그런데 난 그가 별로였다. 그래서 이 책을 들었을때 내가 가장 바란 것은 이번에는, 단 한번이라도, 그의 책이 내 마음에 들었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 저기서 흘려 들어오는 긍정적인 소식들은 나로 하여금 희망을 가지게 했다. 그래, 어쩌면 이번에는 성공할지 모르겠어. 그의 진가를 드디어 나는 알게 되는 것이야, 라면서 말이다. 


이런, 이런....이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도대체 어디가? 어떤 부분을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데...라는 아연실색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지속됐다. 아니면 어리둥절이 맞으려나? 두서 없는 악몽을 보는 듯한 이야기를 왜 재밌다고들 하는지, 그것에 어떤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가장 허망한 부분은 주인공 남자 아이가 오솔길 끝 농장에 사는 레티네 가족들과 나누는 대화 대부분이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묻고, 레티네 가족 누군가가 대답은 하는데, 그 대답들이 다 모호하다. 태고적부터 존재해 왔다는 레티네 가족들 입장에선 우리 한낱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삶의 신비 기타등등을 설명한다는 것이 어렵긴 하겠지만서도, 솔직히 어려워서라기 보단 작가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말을 흐린다는 인상이 짙었다. 왜냐면 내내 그들은 그렇게 헛소리만 작렬하고, 그것을 주어 들은 꼬마는 마치 점쟁이의 두리뭉실한 예언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나약한 인간들처럼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악몽의 모든 것을 재현해내고 있었다. 악몽같은 상황에, 어떤 것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과 갑갑함을 유발한다는 것과 책 전반에 흐르고 있는 다크한 분위기도 말이다. 단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도대체 닐 게이먼의 어린 시절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는 이런 책을 써내야만 하는 것인지였다. 행복하거나 정상적인 어린 시절은 아니었을 것 같고...선량해 보이는 그의 얼굴 뒤로 어떤 추악한 과거가 숨어 있기에 그는 주로 이런 다크한 환상 소설만 써대는 것일까. 무엇이 그의 발목을 잡고 그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것인지, 그것이 참 궁금했다. 그 전의 소설을 읽을때만 해도 기괴하고 어두운 그의 작품들을 그의 특이한 개성인갑다 했을 뿐,  어느면에서는 그가 경험한 것들을 반영한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니, 오히려 그의 경험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었구나 라는걸 깨닫게 됐다. 그러니까, 그는 앞으로도 왠만하면 이런 류의 책을 쓸 것이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단지 작가의 어두운 유년 시절의 파편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재미가 없다. 줄곧 뜬금없이 시작되고 결국 뜬금없이 종결되는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사처럼 흐리멍덩하다. 이 책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사람은 동료들의 돈을 도박에 탕진하고는 자살한 오팔 광부 하나 뿐인데, 그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다들 공감이 가지 않는다. 심지어는 책을 좋아한다는 일곱살 아이 주인공까지도 말이다. 왠만하면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에겐 호감을 갖기 마련인데, 애는 어떻게 내가 봐도 밉상이야...그가 사람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은 분명 책을 많이 읽는 것과는 상관이 없어 보였다. 그저 성격이 이상해 왕따를 당하는데 그걸 책으로 메꾸는 아이라는게 맞지 않을까 싶었다.


결론적으로, 역시나 난 닐 게이먼하고는 맞지 않았다. 그리고 이참에 아예 그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기로 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책이고, 최고작이라는 말도 듣는데다, 무슨 상도 받았다는데 내가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니 말이다. 거기에 이 책은 영화화까지 된다는데 솔직히 놀랐다. 내가 제작자라면 이런 책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생각은 못할 것 같은데, 역시나 영화 제작가들 안목은 나완 다른가보다. 그럼에도 어쩌면 아마도 영화는 이 책보다는 재밌을지 모른다는 기대는 있다. 요즘은 원작을 말아먹는 영화도 있지만, 그 반대로 원작을 살려주는 영화도 꽤 되니 말이다. 이런 저런 터치를 가하고 멋진 배우들이 나와서 분위기를 잡아준다면 어쩜 현저하게 달라 보일지도...그럼에도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이 인상적이었다는 것만큼은 인정해야 겠다. 어쩌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둘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