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
에릭 포토리노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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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에게 책을 빌리려는데 그녀가 나를 슬쩍 한번 쳐다본다. 제목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긴 나도 처음 제목을 들었을땐 그랬지 싶어 웃었다. 이 책 야한 책 아니라구요, 라면서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궁금하면 직접 찾아 보던가, 그렇게 몸짓으로 말해주곤, 나는 생각했다. 사실을 알게 되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은 없다는걸 바로 알아차릴텐데 하고. 그 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가 작가의 의부란 것을 말이다. 요즘 같이 의붓자식을 학대한다는 뉴스가 연일 신문에 tv에 정신 사납게 장식하는 시대에, 신선했다. 누군가 자신의 의부를 애틋하게 회상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대놓고 사랑한다는 말을 할 줄 몰라서 한번도 입밖에 낮간지러운 말을 내뱉어 본 적은 없었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한 한 사람. 자신의 자식도 아닌 아이가 작가로 성장할때까지 든든하게 지켜준 의부를 작가는 아련하게 회상한다. 대놓고 말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감동적인, 하지만 인간적으로 이해 가능한 사랑이란 생각에 뭉클할 수밖엔 없었다. 봐, 알겠지? 이 책 전혀 야하지 않다니까.

 

아버지란 말을 불러 본 적이 없는 아홉살짜리 아이에게 이제부터 나를 아빠라고 불러 주겠니? 라고 물어봐주던 엄마의 애인은 그에게 성과 함께 아빠라는 호칭 역시 허락해 준다. 그렇게 아버지가 없던 아이는 아버지가 생겼고, 동생들이 선물처럼 생겨났으며 비로서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나가게 된다. 만약 아버지가 없었다면 그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어른이 된 다음 작가가 생각해보면 그 마법같은 일이 생기도록 한 의붓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수밖엔 없었을 것이다. 피를 나눈 자식은 아니지만 친자식 못지 않게 자신을 사랑한 아버지를 , 그 불가능한 일을 해낸 한 남자를 작가는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애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 글을 써내려 나간다.  아이에게는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건만, 그의 말로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어머니와 이혼 후 파산을 겪게 된 아버지는, 더이상 추하게 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려 버린뒤 총으로 자살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그가 내린 결정을 담담하게 받아 들이려 노력하는 자식으로써의 애닮음이 애잔하더라. 비록 아버지와 하나도 닮지 않았다는 것이 세월이 흘러가면서 더 뚜렷해 졌으나, 한가족이 된 뒤 행동들이 닮아 가는것 하나 하나에 흐믓함을 감출 길이 없던 아들은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이해한다. 부모자식 관계라는건 단지 피라는 유전자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가족이란 그들이 가족이란 관계에 들인 사랑과 노력, 이해가 바로 관계의 핵심임을 작가는 아버지 미셀을 통해 이해하게 된 것이다.

 

다만 문제는 작가가 아버지가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였다고 애잔하게 회상은 해대면서도, 왜 그의 경제적인 사정이 형편없어진 것을 알면서도 도와주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잘 해준 것을 그렇게 고마워 하면서도, 정작 아버지가 늙어서 어려움에 처하자 도움을 주기를 주저하고 머뭇거리던 작가, 그랬던 그가 아버지가 자살을 하자마자 자책을 해가면서 이런 책을 써 낸다는 것이 조금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그렇게 사랑하는 아버지였다면 왜 미리 도움을 주지 못했을까,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분명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은 아니여 보였는데 말이다. 그런 성품이 어린 시절의 그를 감동시켰었던 것이고. 그런데 그게 일방통행이라는 점이 참 안타깝단 것이지. 그렇다보니, 이 책이 아버지에 대한 감상적인 사부곡에 지나지 않는건 아닌가 라는 의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진짜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그의 사랑이 사무치게 고마웠다면 그가 말년을 잘 살도록 보살피는 정도는 아니라도 작은 도움 정도는 줄 수 있어야 옳았던게 아닐까. 그게 바로 가족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작가란 작자들은 낭만적인 게으름뱅이 들이라서, 현실을 해결하려 행동하기 보다는 --그러니까, 아버지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보려 노력하기 보다는---그저 일이 터지고 나서 눈물을 흘려 대는게 다이니 말이다. 말하자면 작가의 사랑이란 그 사람이 죽은 뒤에나 실천이 가능하다는 의미. 그런 면에서 작가의 비통함이 어딘지 가식같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작가들의 사랑은 얼마나 애잔하고 낭만적이며 아름다운지...하지만 작가들이 사랑을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건, 그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몸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실천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저 멀리서 바라보면서 내가 이랬어야 했는데 저랬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만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을 사랑한 사람들에겐 정작 남는게 아무것도 없는게 아닐까 라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런걸 보면 아마도 현실속에서 그런 사랑을 실제로 실천한 의붓아버지 미첼 같은 사람들은 평생 책을 쓸 일은 없을 것이다. 남에게 내 사랑을 내보이기 위해 쓴 이런 책 말이다. 정작 책을 쓰는건 사랑에 관한한 하나도 희생하는 법이 없는, 이기주의자 같은 아들이라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게 바로 인생살이의 불공평한 점이겠지. 다만 책을 읽고 나서 하루가 지나고 보니 약간은 이해가 되는 점이 있긴 하다. 사랑이란게 원래 내리 사랑이라서, 우리는 윗세대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지만, 그 사랑을 그들에게 돌려 줄 수는 없다는 것 말이다. 왜냐면 우리 역시 우리의 사랑을 아랫세대에게 퍼부어 줄 것이므로 말이다. 그것 역시 세상 사는 이치가 아닐까 싶어, 작가의 심정을 이해해 주기로 했다. 프랑스 작가 답게 문장이 횡설수설한다. 이상하게도 프랑스 작가들은 이렇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인줄 아는 모양. 내가 보기엔 허세 가득한, 없는 것을 있어 보이게 하려 애를 쓴다는 인상이 들던데, 뻥튀기 처럼 말이다. 뭐...프랑스 작가들이 대체로 그런 글쓰기를 하는걸 보면 그 나라의 트레이드마크인것 같기도 하고 .  하여간 있었던 일만 솔직하게 군더더기 없이 서술해 나갔었더라면 더 감동 깊었을 듯한 작품. 자신의 아들도 아니지만 어디서건 흐믓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을 작가의 아버지의 눈길에 타인인 나마저도 고마운 마음 감출 길 없긴 했다. 그런 어른다운 어른들이 박수받고 존중받는 세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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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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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전작 <죽는게 뭐라고> 이후 다시는 그녀의 책을 읽게 되지 않을 줄 알았건만,  인생이라는게 원래 예상한대로는 되지 않는 법인가보다. 이렇게나 빨리 그녀의 책을 리뷰하는걸 보면 말이다. 제목부터 사노 요코답다.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간간에 나는 내 식대로 살겠습니다 라고 선언하는 듯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맘에 든다. 이쯤되면 전작이 나를 아무리 실망시켰었더라도 일단은 한번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여 결국은 속는 셈치고 라면서 읽어 버리게 된 책. 우선 책에 관한 정보를 말씀드려보면, 이 작품은 사노 요코의 중년시기, 즉 40대 즈음에 쓴 수필들을 모은 것이다. <사는게 뭐라고>나 <죽는게 뭐라고>가 그녀가 인생의 말년에 쓴 것이라면, 이 책은 죽음을 고찰하기 한참 전에,  삶이 한창이던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연 그녀는 언제부터 그렇게 빙퉁맞고 삐딱했던 것일지, 70세가 되기 전까지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매우 궁금했던 나로써는 작가가 남긴 중년의 흔적을 읽는 것이 신선하고도 흥미로웠다. 나 역시도 40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작가와 어떤 접점이 있을까라는 것이 궁금했었는데, 그런 의문들의 답을 찾을 수도 있어 유익했고 말이다. 사노 요코, 난 어쩌다가 그녀가 나의 맘에 들어온 분인줄 알았는데, 중년의 그녀를 읽어보니 알겠더라. 그녀가 한결같이 꾸준한 분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알고보니 그녀는 어쩌다가 말년에 그렇게 빙퉁맞아진 사람이 아니더라. 그보다는 언제나 한결같이 그런 분이셨구나 라는걸 알게 되니 뭐랄까, 깨달음같은 순간이 찾아왔다고나 할까. 어떻게 생각하면 똑같은 사람이니 아무리 연령차가 난다고 해도 같은 심성을 가지고 같은 뉘앙스로 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텐데도, 그럼에도 40대의 사노 요코와 70대의 사노 요코가 비슷한 영혼을 가지고 비슷한 톤으로 비슷하게 사물을 보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물론 둘이 똑같다고는 할 수 없어서, 재밌었던 점은 40대인 나에게는 70대의 사노 요코보다 40대인 그녀가 더 동질감을 준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같은 사람이라도 40대와 70대는 정확히 똑같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 이런걸 보면 우리는 시대 순으로 사는게 아니라 연대 순으로 삶을 사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다시 말해 비슷한 연령대는 아무리 세대 차가 벌어진다고 해도 같은 동지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아마도 인생이라는게 비슷한 연령대에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해치워야 하는 일이 있기에 동일한 고통과 슬픔과 기쁨을 느끼며 산다는 뜻도 되겠지. 하여간 전작들보다 훨씬 더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어서 한층 사노 요코에게 다가간 듯한 기분이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특히 재밌었던 일화는 자신이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데, 딱 개와 고양이 취급을 하면서 기른다고 하는 장면과, 아들과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대화를 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전해주던 장면들이었다. 글속에서 사노 요코 여사가 자신을 묘사한 것을 추측해 보면, 그녀는 자신과 관계한 사람들과는 대충 살갑게 하하 호호 하면서 지내신 분은 아니었던 듯한데, 그렇게 강팍하고 할 말 다 하면서 사시면서도 자신의 친절함을 남들이 몰라준다고 서운해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오더라. 글속의 그녀를 보면 살짝 존경심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도 내 주변에 그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녀에게 잘 대해줄 자신은 나도 없어서 말이다.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손사례를 치실지 모르지만 사실은 굉장히 까다롭고 매서운 분이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내 기억에 의하면 남편의 폭력에 못 이겨 이혼을 했다고 하던데, 그 고통과 억울함을 싹 감추고 이혼이라는 실패 (타인의 기준에 의한)를 겸허(그래, 나 이혼했다, 어쩔래?) 하게 포장하던 그녀가 못내 안스러웠다. 진실을 다 말하지 못하는 자의 갑갑함이란 바로 그런 것이겠지. 그러한 억울함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결국에 가선 한 세상 사는게 별게 없구나 라고 선언하게 되는 것이겠지. 하여간 사노 요코가 죽은지 오래 되었음에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란 죽은 뒤에도 자신의 영혼을 이렇게 만방에 널어놓을 수 있어서 좋구나 싶다. 물론 이건 독자로써의 입장일 뿐이고, 정작 사노 요코씨는 이런걸 별로 안 좋아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인세비가 들어오는건 물론 좋아하셨겠지만, 영혼을 부끄러움도 없이 널어놓는건 창피한 일이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지 않으셨을런지....20대와 30대가 정신없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라면, 40대는 난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열심히 살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게 되는 나이다. 하여 40대의 사노 요코를 만나서 좋았던 작품. 작가의 40대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추신--그런데 이 작품, 번역이 조금 이상했다. 내가 난독증에 걸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간혹가다 아무리 독해를 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문장들이 나타나서 말이다. 어떻게 말이 이어지지 않는 문장들을 그대로 책으로 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나만 이해를 못한 것일까, 책을 읽고 난 다음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러니 누가 좀 알려 주세요~~여기 나오는 문장들이 다 이해가 가셨습니까?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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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지막 말
에스터 헤리슨 지음, 김태정 옮김 / 재승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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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에서 만난 딸에게 자신이 암에 걸려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린 엘리자베스, 그녀의 딸 코코는 엄마가 죽을 것이란 사실보다 그 정보가 아빠와 새엄마, 자신의 애인에게 몰고 올 파장에 쾌재를 부른다. 다시 말해 자신이 엄마를 잃어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 마냥 기쁜 것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드시, 코코는 정상적인 부모밑에서 자란 정상적인 아이라고 보긴 어려운 아이다. 그런데 그걸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코코의 엄마 엘리자베스 역시 그다지 정상적인 엄마라고는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딸과 이별을 해야 하는 엘리자베스, 하지만 그녀의 딸은 현재의 상황을 슬퍼해야 하는건지, 가슴 아파 해야 하는  건지, 위로를 해야 하는건지, 위로를 받아야 하는건지 알 수 없어 한다. 감정의 혼란속에서 코코는 엄마를 간병한다는 핑계로 엘리자베스의 집으로 들어가고, 코코가 3살 이후로 함께 살아본 적이 없는 둘의 어색하고 긴장 넘치는 동거가 시작되는데...

 

이런 저런 책들 속에서 이런 저런 모녀들을 꾸준히 많이도 봐왔지만, 이 모녀 역시 최악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모녀의 모습을 보여주던 소설이었다. 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을 하고, 실제로 그게 사실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행동만으로는 그걸 제대로 실천해보인 적이 없는 엄마 엘리자베스, 그런 엄마 밑에서 어딘지 많이 부족해 보이는 멘탈로 성장해버린 코코, 둘이 죽음을 앞두고 벌이는 이별 과정이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보는 내가 다 짜증이 날 정도였다. 둘이 진정한 모녀 사이라고 할만한 모습은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냥 겉만 돌다 끝이 난다고 보면 되는데, 한두달만 같이 다녀도 이보다는 더 친하게 정이 들것 같은데, 엄마와 자식이라는 천륜임에도 서로 서로가 이렇게 낯설고 거리가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유럽 사람들이 차갑다고, 그래서 동양 사람들의 정을 보면 따뜻하다고 환장을 한다고 하던데, 그 말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갈 정도. 거기에 왜 작가들은 엄마와 비틀어진 관계는 늘 섹스중독으로 끝을 맺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거기에 정당성이나 개연성이 있다고 믿는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엄마의 기나긴 부재에서 오는 허전함을 이 남자 저 남자와 헤프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풀어내는 점이 참 마음에 안 들었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하도 난리를 처대니 어쩌면 그건 코코 네가 성욕이 강한게 아닐까, 다른건 그저 핑계가 아니고?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책임은 안지고, 핑계만 한가득인 사람들의 이야기. 뭔가 뭉클한 감동 비슷한 것을 원하신 분이라면 들지 마시길. 당신이 원하는 것은 전혀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드문드문 작가의 통찰력이나 문장에 빛을 발할 때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열심히 날아오르려 애를 많이 쓰는데, 결국엔 추락하고 마는 어린 아가새를 보는 듯했다. 뭐...이렇게 애를 쓰다보면 언젠가는 날아 오를 때가 있겠지. 그게 이 책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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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의 최대 기대작인 <쥬토피아>를 보고 왔다. 아이들을 상대로 만든 것이 분명할텐데  굳이 키즈 프리 이벤트로 시사회를 진행해서 조금 의아하더니, 보고 나니 주최측이 왜 그런 이벤트를 고안하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간다. 애니긴 한데, 더군다나 아이들이 홀딱 반할만한 동물들이 주인공임에도, 내용이 초등학교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조금 어렵다. 이런걸 보니 애니를 만드시는 분들이 어떤 고민을 하실지 짐작이 간다. 아이들 수준에 맞추자니 어른들이 유치하다고 난리고, 그렇다고 어른들 수준에 맞춰주자니 아이들이 이해를 못해 애니의 최대 관객층인 그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겠다는 것을 말이다. 어른과 아이들, 둘 다의 이성과 감성에 만족을 주는 애니를 만든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프로젝트가 아니겠구나 싶더라. 그런걸 보면  <인사이드 아웃>이나 <겨울 왕국>같은 애니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른지 모른다. 배은망덕한 관객들 입장에선 그런 어려움이 보일리 없을테지만서도... 해서 키즈 프리라는 이벤트 덕분에 아이들 없이 애니를 감상한 첫번째 영화인 이 작품의 장점을 들자면, 영화관이 무척이나 조용해서 좋았다는 것이다. 애니를 보면서 주변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조용했다. 떠들어야 한다고 온 몸으로 표현해주는 아이들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편안한 것이로구나 새삼 깨달았다. 보통 15금 영화를 보면서도 이렇게 조용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이번 영화에서 유독 그렇게 느껴진 것은 만화영화라는 특성상 조용하다는 것이 내게 생소해서 더 그랬던 듯하다. 이에 반해 단점이라면 바로 그 조용하다는 것에 있었다. 반전의 묘미로 웃기는 장면이 꽤 되었었는데, 아이들과 같이 봤다면 함께 왁자지껄 터지는 웃음 소리에 각자의 훈수까지 곁들여 아주 난리가 났을텐데, 웃는 소리마저 머뭇머뭇 간간히 터져주니 영화를 보는 흥이 별로 나질 않았다. 그런걸 보니, 또 굳이 아이들을 빼놓고 애니를 봐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더라. 왜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볼 마음의 여유마저 없는 것인지, tv속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사건이 나올때마다 한목소리로 난리를 쳐대면서도 정작 아이들하고 어울리는 것은 극도로 꺼리는 사람들을 보면 웃긴다 싶다. 더군다나 아이들을 상대로 팔 물건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으면서도 정작 아이들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의 거만은 어떻게 해석해야 좋은 것인지....뭐, 그들의 영화니, 어떻게 하건 그들 마음인 것이겠지만서도.


해서 보고 난 결론은 과연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잘 만든 애니라는 것은 분명한데, 과연 이 영화의 주요 타켓층을 어디로 봐야 하는 것부터 애매하다. 애니라면 무조건 봐야 한다고 생각할만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 영화를 이해 못할 것이고, 이 영화를 단박에 이해할만한 어른들에겐 애니란 조금 시시한 장르라서 굳이 영화관에 가서 봐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할테니 말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분명히 어른들이 환호할만한 장점이 존재했고, <겨울 왕국>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레잇고와 엘사에게 반한 아이들의 손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엔 없었던 어른덕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도저도 아닌 이 영화가 과연 어떤 연령층의 마음을 끌어모으게 될지 저의기 궁금했다. 내가 제작자라도 누구에게 맞춰야 할지 고민이 되겠다 싶다. 과연 이 영화는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 아동틱스러운 동물 주인공들의 매력이 과연 어른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 간단 줄거리>동물들이 저마다의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거의 인간화된 삶을 살고 있는 주토피아에서 최초로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 토끼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하여 주디 하퍼~ 절대 경찰이 될 수 없다는 모두의 편견을 뒤로하고 노력에 노력을 한 결과 드디어 토끼 경찰 1호가 된 주디는 자신의 열정과는 달리 첫날부터 주차 티켓 발부 요원으로 배치받자 실망하고 만다. 주차 티켓을 끊고 있다 우연히 깜찍한 여우 부자(아버지와 아들)를 만나 도와주게 된 주디는 나중에 그들이 사기단이라는 것을 알고는 배신감에 분노한다. 하지만 포유류 실종 사건의 단서를 사기단의 아빠 여우 닉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디는 그를 찾아가 자신을 도와줄 것을 예의바르게(?) 부탁하는데...


예고편의 박장대소가 무색하지 않은 괜찮은 만화영화다. 예고편이 전부이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맛깔나게 버므려 놔서 재밌게 감상했다. 동물들의 깜찍함이나 귀여운 행동, 그리고 동물들 특성에 맞춘 캐릭터 선정은 엄지를 척 들어올릴만큼 잘 만들었지 싶다. 동물들의 특성을 반전매력으로 승화시킨 것이 웃음의 주요 포인트로 특히나 나무늘보를 잘 활용한 점에서만큼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토끼와 여우의 앙상블도 좋았고. 편견은 몸으로 부딪혀 없애야 한다는 교훈도 적절하다 . 주디와 닉의 이런 콤비 플레이라면 연작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듯 싶었다. 한번 보고 말기엔 둘의 짝짜꿍이 너무 잘 맞아서 말이다. 다만 후속작을 내신다면 어린 아이들과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건 이 영화의 흥행에 따라 어떻게 될지 결정이 나겠지만서도. 적어도 분명한 것 한가지는, 이 영화가 충분히 매력있으며, 한번 쓰고 버리기엔 주토피아라는 곳의 매력이 무궁무진했다는 것이다. 이렇게나 공들여서 창조해낸만큼 다음 작품속에서도 그들을 충분히 활용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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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기회 -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자서전
엘리자베스 워런 지음, 박산호 옮김 / 에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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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렌의 자서전. 별 생각없이 집어 들었다가 흥분해서 계속 읽게 된 책이 되겠다. 상원의원이 되기 전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파산법을 가르치시던 교수셨다고 하던데, 자신의 전공을 살려 서민들과 약자들을 위한 십자군 기사가 되어 정치계에 뛰어 들었다는 점이 특이한 이력. 한국인들은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하면서 못살겠다고 난리를 피는데, 그것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지만, 이런 책을 읽어보면 미국도 헤븐어메리카는 아니지 싶다. 무엇보다 금융계의 도덕적 타락이 심각한 상태. 은행에서 나온 친절하고 선량한 직원의 조언에 힘입어 대출서류에 무심코 사인했다가 파산대열에 들어선 서민들이 많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알았는데, 놀라운 것은 이 정도 되면 금융업이 아니라 막강한 사기대부업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구만, 그 누구도 나서서 제지나 제제를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에서는 계약이 자유라서, 사인을 한 이상 누구도 터치를 할 수 없다고. 그렇다보니 성실하고 선량한 시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빚을 감당못해 하루아침에 파산길에 오르는 것이 부지기수라고. 이런 사태에 심각성을 느낀 워렌은 금융업계를 규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과 기구를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실감나고 박진감있게 그려내고 있던 책으로, 미국의 선량한 지식인들이 약자를 위해 고분분투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막강한 금융업계의 로비들과 맞서 싸우는, 가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투에서, 이런 저런 연줄과 읍소, 악다구니와 다부진 언변으로 하나씩 하나씩 장애물을 물리쳐가며< 소비자 보호 금융국>을 설립하는 과정는 흥미진진하기 그지없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미국이 오바마라는 대통령을 택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고,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의 일화를 보면서는, 케네디가 집안 사람들이 어쩌면 굉장히 선량한 사람들이겠다 싶었다. 미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몇 개 안 되는 가문중 하나가 아닌가 싶던데, 미국인들이 그들을 존경하는 이유를 알 것 같더라. 결론은, 워렌 여사가 실천으로 보여주다시피, 돈이 없더라도 나머지 자원으로라도 피터지게 싸워야 한다는 것이고, 싸움을 하는 한, 즉, 싸울 기회가 주어지는 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조금하나마 희망이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자를 변호하고 불의에 분노하며 변화시키기 위해 도전하는 그녀 같은 사람이 있어 그래도 미국이 망하지 않고 돌아가지 않는가 싶더라. 솔직히 부러웠다. 그녀의 분노와 그녀의 믿음과 그녀의 열정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녀와 같은 정치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세대가 아니라면 다음 세대에서만이라도 이런 사람들이 나타나 주기를 바라본다. 어쩌면 그건 우리 세대들의 손에 달린 것일지도. 그들을 키워내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니 말이다. 완벽한 자서전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시야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강추천작으로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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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車書 2016-02-13 20:39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가 아닌 그 나라 사람들이 부럽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도 정정당당한 사람이 리더로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내 살아 생전에 볼 수 있기를 바라지만 … ^^;

이네사 2016-02-13 21:15   URL
맞는 말씀입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이런 사람들을 지도층으로 모시고 있는 그 나라 사람들이 넘 부럽다죠.
세상이 이기적인 사람들 투성이고, 다 자기 살길만 찾는다고 하지만서도, 이런 사람들을 보면 문득 제 시야가 좁았구나 그런걸 깨닫게 되요.
바라건데, 저도 제 살아생전 그런 일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yureka01 2016-02-13 22:33   댓글달기 | URL
성남시 이재명시장님의 쥬빌리 은행이....생각나는 책이네요^^..

이네사 2016-02-15 14:37   URL
안타깝게도 제가 그 분을 잘 몰라서 무슨 말인지를 몰라 대답하기가 난감하네요.
김부선님하고 설전이 있으셨던 분이시죠? 편들려고 하는건 아니지만, 대마 운운하면서
김부선님 까는게 보기 좋진 않더라구요. 뭐, 제가 성남사는 것도 아니고 해서 별 관심도
없었지만서도 말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