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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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가 얼마 전에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읽게 된 작품.  필립 로스는 사실 내가 그리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다. 글을 정말로 정말로 잘 쓰신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서도, 뭐라 말해야 할까. 정감이 가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는 너무 잘 알겠는데, 그를 이해한다고 해서 그를 사랑하게 되지는 않는....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은 작가로써 굉장한 자질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겠지만서도, 그래서 보여지는 그대로의 그가 내겐 영 매력적이지가 않아서 말이다. 어쩌면 그걸 염두에 두고 책을 쓰신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서도. 세상을 너무 사랑할 필요는 없어요, 세상은 원래 개같은 것이랍니다. 라는걸 친히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징그럽도록 솔직해서 한없이 얄미워 보이던 그가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쓴 회고전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들여다 보게 된 작품이다. 역시나 필립 로스. 그가 손을 대면 평범한 일상도 수채화 같은 그림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던 책으로, 그가 세상을 들여다보는 짓궂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면 얼마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까지 내가 본 필립 로스의 책 들 중에서 최고다. 그리고 그것이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라는 점이야말로 그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 글쟁이인지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진부한 일기가 될 수도 있는 사건을 이처럼 통렬하고 아름다운 시로 바꾸어 버리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80이 넘어서도 너무도 정정해서 100살은 넘게 살 것 같으시던 아버지가 뇌종양에 걸려서 힘없이 스려져 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면서, 삶의 끝자락에 선다는 것의 허무함과 비통함을 과장이나 감상을 넣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해가고 있는데, 많이 배웠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쓸 당시의 작가와 같은 나이에 비슷한 처지라 그런지 문장 한 구절 한 구절이 그렇게 와 닿을 수 없더라. 특히나 필립 로스의 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너무도 닮은 성향의 사람이라서, 작가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전체주의적인 사고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회상하는데 무릎을 탁 쳤다. 어쩜 사람 사는 곳은 이렇게 다 비슷한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발견하게 되면 새삼스럽다. 사랑하는 이가 고통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만큼 고역이 있을까. 회피하고 남에게 떠 넘기고 모른척 하고 싶지만, 나를 키워준 분이기에, 내가 사랑하는 분이기에 의리있게 그 옆에 서 있던 그가 아주 괜찮아 보이더라.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설득시키는데 드디어 성공한 작품, 그는 과연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했을까.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그렇게 처절하고 암담한 과정을 거쳤을까. 라는 안스러움과 연민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부디 그러지 않으셨기를 ...고인의 평온한 영면을 빌어본다.


<밑줄 그은 말들>


무덤을 찾게 되면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며, 이것은 얼마나 웅변적으로 표현하느냐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햄릿이 요릭의 두개골을 보고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드는 생각이나 하는 말은 거의 모두가 " 그는 나를 천번이나 업어주었다" 의 변형이다. 묘지에 가게 되면 일반적으로 이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진부한지 깨닫게 된다. 아, 도움이 된다고 느끼면 죽은 자에게 말을 해볼 수도 있다. 내가 그날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어, 엄마...." 하고 시작할 수도 있지만, 첫 문장을 간신히 넘기고 나면 접골의사 진료실에 걸려 있는 척추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을 알기 어렵지 않다. 죽은 자에게 약속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소식을 들려줄 수도 있고, 이해, 용서, 사랑을 구할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 더 활동적인 접근법을 사용하여 잡초를 뽑고, 돌을 고르고, 묘석에 새겨진 글자를 어루만질 수도 있다. 심지어 주저앉아 유해가 묻힌 곳을 손으로 어루만 질 수도 있다. ---땅, 죽은 자의 땅을 어루만지면서 눈을 감고 그 사람이 나와 함께 있을때 어땠는지 회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런 회상으로 어떤 것도 바뀌지 않는다. 십 분 전에 차에 타고 있을때보다 죽은 자가 더 멀어지고 더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 것처럼 보일 뿐. 묘지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죽은 자가 죽은 자가 아닌 다른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어떤 미친 짓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에 성공하여 죽은 자의 존재를 느끼도록 자신을 몰아붙인다고 해도, 결국은 그를 놔두고 떠나야 한다. 묘지가 적어도 나같은 사람에게 증명하는 것은 죽은 자는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가버렸다는 사실뿐이다. 그들은 가버렸지만, 우리는, 아직, 가지 않않았다. 이것이 핵심이며,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해도, 이해는 쉽다.--23


"역시 나의 필립이야." 빌은 말하더니 내 손을 잡고 음악가들이 악기를 들고 나타나 자리에 앉아 조율을 시작할 때까지도 놓지 않았다. 빌은 내가 아직도 일곱 살짜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나를 일곱살 때부터 알았기 때문에 손을 잡고 있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이를 먹었건 얼마든지 내 손을 잡고 있을 권리가 있었다.--64


하지만 아버지는 역시 아버지였기 때문에 그런 것을 이해하리라 긷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 오직 자신이 이해하는 것만, 다만 그것만을 맹렬하게 이해했다.--114

 

" 그래, 생존을 위해필요한 것들이 다 예쁜 건 아니지. 아버지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큰 이득을 봤어. 나는 평생 아버지한테 사람들은 다 다르다고 말하려고 해왔지. 어머니는 다른 방식으로 이걸 이해했어, 아버지는 이해 못하는 방식으로, 그게 내가 아버지에게서 바라던 거야. 어머니의 인내와 관용을 조금이라도 갖는거. 사람들은 다르고 그런 차이는 정당하다는걸 그냥 간단하게 인정하는 거. 하지만 아버지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 모두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원하고, 똑같이 의무를 이행해야 했으니까. 누구든 다르게 하는 사람은 메슈게--미친거였어."

" 물론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아버지가 처음은 아니지. 하지만 아버지는 그 나름의 독특한 유대인적인 방식으로 뭐가 선하고 뭐가 옳으냐에 관해 절대적으로 전체주의적인 관념을 고집했고, 어린 시절에 나는 그것때문에 정말 우울했어. 모두가 똑같이 해야만 하다니. 아버지가 하는대로."

" 뭐 , 너도 가차없어. 알잖아. 너한테도 그게 있어, 아버지에게서 받은 어떤 가차없는 태도가. 너도 네가 옳다고 생각할 때 그렇게 요령있게 구는건 아니야. 너는 아버지를 용서했어.아버지의 그 가차없는 태도와 요령없는 태도, 모든 사람을 똑같은 틀에 넣어 바꾸고 싶어하는 태도를 용서했어. 모든 아이들은 대가를 치르지. 따라서 용서란 네가 치른 대가에 대한 용서도 포함하는 거야. 너는 아주 평온해진 말투로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150


그는 프로이드가 추측하기를 좋아했듯이, 힘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지울 만한 소질이 있는 아들들--아버지를 미워하고 두려워하다가, 아버지를 이긴 뒤에는 아버지를 먹어 그를 명예롭게 하는--로 이루어진 원시 부족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나는 주먹을 날리지 못하는 부족 출신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렇게 할 수 없다. 아버지든 다른 누구에게든. 우리는 폭력에 질린 아들들이며, 신체적 고통을 가할 능력이 없고, 때리고 몽둥질을 하는데 소질이 없으며 , 설사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한 적이라도 가루로 만드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고 소란을 피우고, 성질을 내고, 한 술 더 떠 광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식인종과 마찬가지로 이빨이 있지만, 그냥 거기에 , 턱에 박혀 있으며, 다른 일보다는 말을 분명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초토화할 때, 분노의 주먹이나 무자비한 음모나 미친듯이 퍼져나가는 폭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말, 우리의 뇌를 , 정신을, 우리 아버지와 우리 사이에 통렬한 심연을 만들어 낸 그 모든 것, 바로 아버지들 자신이 우리에게 주려고 허리가 부서져라 노력한 그 모든 것을 이용한다. 우리가 그렇게 영리해지도록 또 에시바 부허가 되도록(유대인 대학생 정도 의미) 부추기면서도 그들은 그것이 곧 우리가 그들을 고립시키고, 우리의 그 모든 강력한 주절거림으로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장비를 갖추게 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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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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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가 배경이라고 해서 미심쩍어했는데, 작가의 필력이 모든 것을 무마한다. 최신 기법이 난무하는 요즘 추리소설이 갖추지 못한 미덕, 인내심과 범인을 잡으려 하는 형사들의 의지가 돋보이던 작품. 결국은 인간미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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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요, 송아지가 나오려고 해요 - 신출내기 시골 수의사의 외양간 어드벤처
데이비드 페린 지음, 박상표.조미숙 옮김 / 고려원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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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쓴 책들 대부분이 그렇듯, 아주 재밌다. 특히나 초보에서 베테랑으로 가는 과정들을 그린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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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 늘지 않아도 괜찮아 후회 따윈 없어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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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고질적인 단점이랄까, 시도는 재밌는데 풀어가는 내용이 별로 재밌지 않다. 큰 기대를 하고 봤다간 실망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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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꽃 안 펴? 책 읽어주는 책
카타리나 마쿠로바 지음, 천미나 옮김 / 어썸키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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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책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런 제목은 처음이다. 어떻게 저런 문장에 제목이 될 수 있지 궁금해서 보게 된 작품. 다행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잘 그린 그림도 아니고, 못 견디게 귀엽게 그린 동물들이 나와주는 것도 아니지만, 이야기 자체가 설득력이 있다. 자신의 장미 정원에 나온 식물을 보고 꽃인줄 아는 아이는 그것이 당근의 잎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날마다 물을 주고 양산을 씌워주며 양분을 주는 등 갖은 정성을 다하는 아이는 그것이 왜 꽃을 피우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가 땅 위에서 궁금해하고 있는 사이, 땅 밑에서는 토끼들의 잔치가 벌어지는데.....무엇보다 제목의 천진스런 어감이 눈길을 잡아끈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라면--어쩌면 어른들도---그렇게 정성을 들린 식물이 꽃을 피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저런 질문을 하게 될 듯....과연 아이는 이 식물이 왜 꽃을 피우지 못하는지 알아차리게 될지, 궁금하시면 책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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