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모니카 구티에레스 아르테로 지음, 박세형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점, 책에 관한 소설 3권을 연달아 읽었다. 하나는 읽어 보니 진짜 관련된 책은 아니었고(<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인생을돌아보라! #자신감을가져야지)

하나는 한국 소설로 최근 유행하는 힐링 소설이었으며(<책들의 부엌> #힐링 #편안한장소 )

마지막 <리빙스턴 씨의 달빛 서점>이 진짜 서점에 대한 소설이다.



정말 런던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달빛 서점은 다소 까칠한 서점 주인 리빙스턴 씨가 운영한다. 하지만 진짜로 까칠한 사람은 아니기에 이곳엔 방과후 2층 한켠에 자리잡고 천창을 통해 보이는 우주를 연구하는 꼬맹이 올리버가 있고,

1층 한 테이블엔 푸른 스탠드 아래에서 작업 중인 상주 작가가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매주 월요일, 하지만 그 전에 읽던 책이 너무 궁금하거나 다 읽어버리거나 책 속 감정에 헤어나올 수 없어 슬리퍼 채로 아무 때나 서점을 방문하는 드레스덴 부인도 있다.



이들이 이렇게 이곳을 찾는 이유는 역시나 까칠한 듯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리빙스턴 씨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요정 같은, 하지만 계속 되는 취업 실패에 한없이 우울한 아그네스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많은 면에서 <섬에 있는 서점>이 생각났다.

그만큼 편안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책이다.



나에게 안 맞을 것 같아 한국 소설은 멀리 하다가 최근 유행하는 몇 편을 연달아 읽었는데

난, 해외 작품이 잘 맞는 걸로~

나 사대주의인가? 아닌데~ 난 국수주의인데

이상하게 책 만큼은 참 안 맞는다ㅜ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무척 도전적이다. 어떻게 책을 읽지 않고 그 책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하고 반감부터 드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고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꽤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책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그렇다. 그러니 저자의 말,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처음엔 그 경계에서 어찌 해석해야 할지 몰라 꽤나 헤맸고 결국 읽으면서 메모를 시작했으며 뒤로 갈수록 많은 생각을 이끌어 낸 책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으로 남았다.

책은 총 3장으로 되어 있다. 첫 장에선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경우와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책 얘기를 귀동냥한 경우와 책의 내용을 잊어버린 경우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분류는 저자가 계속해서 책을 설명해 나가는 중 언급된 책에도 자신의 표시가 더해짐으로써 읽지 않거나 읽었지만 잊어버린 경우에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한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그럼 도대체 정독한 책은 어디 있단 말인가! 저자는 책을 잘 읽었어도 시간이 흐르면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리고 대강의 흐름과 책의 관념만 남기 때문에 읽었지만 잊어버린 경우가 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모두에게 알려진 책에 대한 이미지나 설명을 "집단 도서관"으로 설명하고 책을 읽으면서 일어나는 내적 변화를 "내면의 도서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갖게되는 여러 생각을 "잠재적 도서관"으로 이야기하면서 결국 처음 작가가 쓴 책은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본래의 책 자체는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책이다. 특히 좋은 책이든 좋지 않은 책이든 내게 필요한 책을 고르기 위해 모든 책을 읽을 필요는 없으며 그 과정을 통해 걸러진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내면의 도서관을 통해 각자 다른 식의 책으로 남고 집단 간의 대화를 통해 책에 대해 무한히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잘 생각해 보니 이미 그런 방식들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진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집단 도서관을 통해서이다. 또한 읽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적 도서관을 통해서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 생기고 누군가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책 모두가 내게 울림을 주는 책은 아니다. 각자의 내면의 도서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몇 년 전 김영하북클럽 대상 책이었다. 중고로 구입해 놓고 이렇게 몇 년을 보낸 후 이제야 읽었는데, 아마 그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절대 손에도 대지 않았을 책이어서 무척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름언덕 출판사의 패러독스 01번 책인데 그야말로 생각의 전환을 일깨우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기하다. 마침 며칠 전 SBS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인생은 혼술이다>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의 이야기를 보았다. 책 첫 장을 펼치고 저자 얼굴을 본 후 얼마나 놀랐던지~! 그러니까 이 저자 전작인 <퇴사하겠습니다.>를 쓴 사람이다. 아사히 신문사를 입사하여 사회부, 편집부 등을 거쳐 논설위원, 편집위원을 역임한 그는 50살을 계기로 조기 퇴사 후 "즐겁게 마감해 가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퇴사하겠습니다>에선 극도의 미니멀라이프를 소개했다.

그런 그녀가 어떤 혼술을 하는지 더 궁금해졌다. 사실 <인생은 혼술이다>라는 책 제목을 읽고는 "당연하지~!"를 외쳤던 나이기에 중요한 것이 "술"이었다. 그런데 그 관심이 저자에게로 옮겨간 것이다. 50에 조기 퇴사하고 미니멀한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는 어떤 혼술을 하는 것인지.

아!... 그런데... 내가 생각한 혼술과 그녀가 말하는 혼술의 의미가 다르다. 그러니까 나의 혼술은 정말로 그저 혼자 마시는 술이다. 하지만 그녀의 혼술은 혼술을 동경하게 된 계기(영화 <남자는 괴로워>의 도라 씨를 동경하여) 그대로 선술집에 들어가 바에 자리잡고 주변과 어울려 즐겁게 마시는 술을 의미한다. 그러니 그녀의 혼술은, 헉! 난이도과 굉장히 높다. 다른 사람, 특히 낯선 사람과 대화할수록 기가 빨리는 극 I인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할 일이다. 게다가 가정이 있고 아이도 있는 나로선 여러 가족 구성원에게 걱정만 끼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계속 읽어나가보다 보니 어쩌면 이 저자의 "혼술"은 그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계기인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낯선 곳을 뚫고 들어가 천천히 자신을 낮추고 주위와 동화되어가는 기분을 느끼는 것,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사케를 다양한 주인장들의 조언을 곁들여 맛난 안주와 함께 음미하며 긴장을 풀어내는 것, 이런 저런 주위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지혜를 얻는 것까지!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인 것이다.

뭔가 쳇바튀 돌 듯 한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전화점이 필요하다면 <인생은 혼술이다>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다. 혼술까지 이르는 비기를 12가지로 꼼꼼히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면, 진정한 자신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기 12 낯선 옆 사람의 행복을 빈다, 그게 바로 혼술의 행복이다."...143p

좋아하는 사람과 맛난 안주를 앞에 두고 좋아하는 술을 홀짝이는 건 언제나 행복이다. 그런데 그것을 낯선 사람과 한다는 건 분명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면~! <인생은 혼술이다>를 읽어보시길~!^^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재천 박사님의 첫 책은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였다. 그 책이 너무 강렬하고 진짜 재미있어서 이미 팬이 되었던 것 같다. 이후 <통섭의 식탁>이나 <과학자의 서재> 등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겹치는 내용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좀... 읽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래도 한번은 읽어봐야 하는데~ 했던 것 같다. 전에 읽었던 책에 나왔던 내용들이 또 나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읽었던 내용인데 새로운 책에 또 등장하니 다음 책은 조금 꺼려졌달까.

<최재천의 곤충사회>가 반가왔던 이유다. 나의 첫 책이었던 곤충 관련 책이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 관련은 있지만 과학과는 조금 벗어난 이야기들을 또 읽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곤충 이야기를 들고 오셨나 보다... 생각했다. 자, 하지만 이 책은 진짜 곤충 관련 책은 아니다. 그러니 나처럼 그 예전의 개미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들과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이번 책을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책 겉표지를 넘기고 머리말을 시작하기 전 페이지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최재천 교수의 강연과 2023년 출판사 편집부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 2부가 강연을 중심으로 한 글이라면 3부는 작년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글인 것 같다. 그리고 시간 순서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읽다 보니 최재천 박사님의 관심사나 연구 방향이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 거다. 본인의 연구에서 제자들을 위한 연구로, 다시 국립생태박물관장이라는 자리에서 여러 사회적 이슈를 위한 리더로서의 "진화"가 이루어졌고 그 진화에 따라 박사님의 생각이나 행동이 조금씩 바뀌어져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으로서, 한 사회의 사람으로서,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이로서, 지식인이라는 위치에서 자신이 해야 할, 해야만 하는 일을 묵묵히 하고 계신 거다.

아! 그래서 역시 좋았다.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더라도 조금씩 다른 생각으로 조금 크게, 진화해 오고 계셨던 거구나~ 라는 생각에, 비슷한 이야기 아니냐고 생각했던 것에 죄송해짐과 동시에, 그렇게 계속해서 노력하고 성장하시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박사님께 박수를 보낸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렉시오스 1세 콤니노스는 1081년부터 1118년까지 동로마 제국을 다스렸던 황제이다. 동로마 제국의 군사적, 재정적 부흥을 이끌었고 그의 치세 동안 제국의 영토가 넓어졌으며 안정을 찾았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그가 다스리는 동안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었는데 그 혼란을 잘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콤니노스 왕조를 탄탄하게 하는 데 기여한 황제로 인정받는다. 여기까지가 세계사를 공부할 때 나오는 대략의 설명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세계사는 큰 흐름을 쫓아갈 뿐 각 인물 한 명, 한 명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고난을 거쳐 업적을 이루었는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름을 남겼는지 자세히는 알 수가 없다. 그저 몇 줄로만 요약된 것을 읽고 그런가보다, 지나칠 뿐이다. 만약 그가 스스로 쓴 일기가 있다면, 아니면 그 주변 인물이 쓴 일기나 더 나아가 그들 사이에 오간 문서가 남아있다면 혹은 그들의 생애를 오랜동안 지켜 본 누군가의 책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금의 상상을 더해 짜 맞추어가던 역사가 다각적인 면에서 풍부하게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알렉시아드>는 바로 알렉시오스 1세의 딸 안나 콤니니가 쓴 역사서이다. 서구 최초의 여성 역사가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그런 역사가가 자신의 남편이 쓰다 만 역사서에 더해 오랜 세월 지켜봐 온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책을 썼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쓰려는 인물의 딸이라는 점에서 안나 콤니니는 모든 객관성을 띨 수는 없었을 것이다. 15권이라는 긴 서술 속에 그녀가 계속해서 객과성을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시아드>는 알렉시오스 1세의 청년 시절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황제의 위치에 오르고 재위 기간 동안 어떤 일들을 했으며 심지어 사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까지를 적어 그 어떤 동로마 제국사보다 뛰어난 책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역사서는 마치 전쟁 소설을 읽는 듯 하다. 고등 교육을 받은 안나 콤니니는 그리스어를 매우 열심히 공부하여 문학에도 정통했고 수사학이나 기하학, 음악, 천문학, 산술학까지 굳건히 한 여성으로 <알렉시아드>가 문학적으로도 인정받는 책이 되도록 하였다.

책 속에는 각각의 전쟁 속 양측의 계획, 전술을 무척이나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고 각 인물들이 나눈 대화까지도 그대로 묘사하고 있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동로마를 공부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한 인물의 일대기를 읽고자 하는 이들도, 더불어 서로마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동로마 속 격변의 시대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알렉시아드>는 중요한 책이 될 것 같다. 이번에 첫 번역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것이 너무나 기쁜 이유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