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값 마음이 자라는 나무 18
정연철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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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자유학기제가 시작되며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정하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원래 취지는 미래의 꿈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것이었는데 모든 과목에서 직업과 관련된 숙제가 나오고 수행평가로 이어지다 보니 억지로 강요받게 된 것이다. 그러니 정작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찾아 나아가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오히려 부모들은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면서 말이다.

 

<꼴값>은 그런 면에서 아주 훌륭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속이 터질지라도 소설 속 창대는 이미 자신의 꿈이 확실하고 그것을 위해 한 단계씩 밟아나가려 노력하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땐 너무나 훌륭한 아이인데, 소설 속 창대의 부모는 그저 속만 끓는다. 해병대 출신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버지는 한술 더 떠 창대의 꿈을 짓밟고 "남자다운" 군인이 되라고 창대를 압박한다. 지금도 이런 부모가 있나...하는 생각을 하다가 어딘간 있겠지, 아직도 옛 시절 속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은 꼭 있는 법이라며 나 자신을 설득시켜보다, 내 일이 아니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 본다.

 

창대는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게 좋다. 자신의 머리도 항상 첨단 유행을 걷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런 창대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남자다운 일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창대는 공부도 싫고, 남자다운 일도 싫다. 대신 자신의 일을 위해서라면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연습도, 노력도 성실히 할 자신이 있다. 가족과의 불화는 여기서 시작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 교칙에 따르는 헤어 스타일과는 정반대인 창대는 생활지도 부장 개복씨나 담임 선생님과도 계속 부딪친다. 창대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른 한 명 없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갈 수 있을까.

 

"힘찬 날갯짓이 필요할 때는 처음 날아오를 땡 비행으 방향을 바꿀 때라고 했다. 나머지는 바람의 도움을 받아 활공하거나, 그마저도 버거울 땐 배의 돛에 앉아 쉬면서 때를 기다린다고. 자기 안에 힘이 차오를 때까지. 원하는 바향으로 바람이 불어올 때까지."...167p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아이를 기다려주는 것이 맞다. 아이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자신의 미래를 찾아나갈 때까지, 그리고 그 꿈이 숙성되어 훨훨 날아갈 준비갈 될 때까지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비록 그 꿈이 공부와 관계된 일이 아니거나 부모가 원하는 일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게 내 일이 되면 그 기다려주는 것이 참, 쉽지 않다. 가능하면 공부와 관계된 일을 가졌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잘하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무한한 사랑을 주고 함께 다양한 경험과 대화를 나누었다면 이젠 믿어주고 기다려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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