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이은재 그림 / 애플북스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벌써 5번째란다.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에서 시작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돌아왔다"에 이어 "열받았다, 달라졌다"그리고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로 돌아왔다. 몇 년 전부터 청소년 소설 분야에서 이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만화 같은 표지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적인 제목도 한몫 한다. 이 시리즈가 뜨고 나서 알게 된 몇몇 정보 때문인지 오히려 나는 이 책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왠만한 한국 청소년 소설 주인공들이 이른바 일진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나 할까.

 

5편째나 되어서야 까칠한 재석이를 접하게 되었다. 앞편을 읽지 않아서 살짝 걱정됐는데 본편이 시작되기 전에 전편 줄거리가 소개되어 있어 좋았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가진 거라곤 큰 덩치와 의리뿐"이었던 재석이는 여러 사건을 거치며 환골탈태하여 이제는 작가 지망생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재석이가 되었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각 편마다 청소년들의 문제들을 하나씩 소환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 5편 폭발했다에서는 왕따 문제를 다룬다.

 

소설 공모전을 열심히 준비하던 재석에게 병조가 도움을 청한다. 초등학생 5학년인 사촌 동생 준석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고 그 뒤엔 조직적인 일진이 버티고 있다는 얘기였다. 초등학생들이니 워낙 이 동네에서 유명한 재석이가 간단히 한 마디 하면 되겠지로 시작된 이 도움은,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연결된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점점 커진 사건에 재석이와 친구들은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보려 한다.

 

"교실은 어느새 어른들의 세계와 닮은, 권력이 절대 기준인 사각의 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고통받고 있었다."...101p

 

솔직히 말하면, 소설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자극적인 영화 한 편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왕따는 존재한다. 그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스멀스멀 파고들어 이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닌 것처럼도 보인다. 소설이 영화처럼 느껴진 이유는 사건이 순수한 왕따 문제만 다룬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일진 아이들의 모습까지 그렸기 때문이다. 왕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왕따 뒤에 단순히 일진이 존재한다고 해버리면 일진들만 소탕하면 되어버리기 때문에 좋지 않은 접근처럼 느껴졌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의 첫인상과 달리 책을 펴들고 깜짝 놀랐던 건 바로 작가의 존재였다. 아이들 동화책 읽어줄 때 가장 좋아했던 분이 고정욱 선생님이었는데 재석이 시리즈의 작가가 고정욱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화 작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청소년 분야까지 진출하신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읽으며 "실망"이라는 말을 내뱉어야겠다. 아이들에 대한 편견이나 교훈을 들이미는 듯한 분위기가 읽는 내내 느껴져서 불편했다. 글쓰는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도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원래 문제였던 소재에서 자꾸 벗어나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분명 아이들은 어렵고 진지한 작품은 읽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쉽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하지만 정말 의도한 대로 교훈을 깨달으며 읽을런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저 재미만을 위해 훅 읽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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