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올해 여름은 정말 그 어느 때보다 더웠다. 해가 쨍쨍 내리쬘 때에도, 비가 오려고 습기가 차고 꾸물꾸물 할 때조차도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짜증이 날 정도로 더웠다. 가족끼리 서로 부딪치는 걸 피하기 위해, 우리 집에 오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에어컨을 거의 하루종일 켜고 살았다. 잠깐 밖에 나가면 머리에 등에 쏟아지는 햇살 때문에 30초도 안되어 땀을 줄줄 흘렸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는 계속되는 더위에 어쩔 줄을 몰랐다. 만약 그런 더위가 몇 달이나 계속된다면... 정말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드라이>는 그런 이상 고온 현상으로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다. 1km 이내 다른 어떤 집도 없는 한 농가에서 아기가 울고 있다. 그리고 주위에는 파리들만 신나서 윙윙거리며 풍부한 먹을거리로 만찬을 벌이고 있다. 한 가족의 죽음. 아기만 제외하고 엄마와 오빠는 집에서 죽어있었고 이들을 죽인 범인으로 지목되는 아빠는 조금 떨어진 광장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다. 이들의 장례식엔 슬퍼하는 이들과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간 루크를 비난하는 이들, 오래된 가뭄으로 파산하기 직전인 마을 사람들의 질투가 뒤섞여 있다. 사건은 단순해 보였다. 더이상 농장을 유지할 수 없자 가장이 가족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것이다.

 

이들의 장례식에 아주 오랫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루크의 친구 포크가 방문한다. 그런데 포크를 아는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 <드라이>는 하나의 사건을 서술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일어난 루크네 가족의 사건과 함께 루크와 포크가 연결되어 있는 20년 전 한 소녀의 죽음이다. 이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은 수군댄다. 소녀의 평소 생활을 무시한 채 증거 하나만을 가지고 포크를 살인자로 몰아간 것이다. 도시에서 떨어진, 오랫동안 이동 없이 살아가는 시골 마을엔 말이 많다. 그 말은 소문을 키워 엉뚱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게 마련이다.

 

"빌어먹을 놈들이 많죠." 휘틀럼이 말했다. "여기 말입니다. 가끔 이곳은 도시보다 더 끔찍할 때가 있어요."...250p

 

소설은 시간 간격이 있는 두 사건을, 마치 연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풀어나간다. 독자는 루크 가족 사건의 범인이 루크인지 20년 전 사건과 관련있는지 또다른 누구에 의한 것인지를 추리하며 읽는다. 그리고 밝혀진 범인은....!

 

너무 더운 여름날에 읽었기 때문인지 공감과 몰입이 뛰어났다. 이런 날씨라면 누구라도...어디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든 사건의 발단은 아주 사소한, 일상적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제 여름은 거의 끝나간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열대야도 이제 사라졌고 낮에도 왠만큼은 견딜 만하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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