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살아간다는 것.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일본 문화는 무척 다양하다.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도대체 저런 걸 왜?' 싶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어쩌면 저렇게 사람의 일상을, 마음을 잘 잡아내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 처음 접한 영화가 무척이나 내 취향이어서 그때부터 일본 문화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한때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좋았는데, 요즘은 소설이나 에세이가 좋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이번에 접한 단편 소설집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집이다. 이미 많은 작품들을 낸 작가인 것 같다. 한 번도 읽어본 적 없어 몇몇 작품들을 살펴봤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른 장편 소설들은 미스테리 스릴러였기 때문이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속 단편들과는 무척 다르다. 이것이 일본 작가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비슷비슷한 작품들을 쓰는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완전히 다른 작품들을 내놓는 것. 때문에 고정된 이미지도 없고 새로이 기대하며 읽게 되는 것.

장편 소설 스타일을 알고 나니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도 달리 보인다. 다시 생각해 보니 주제나 전체 분위기는 일상의 순간을, 그리고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 전개 방법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미스테리 소설과 비슷하다. 사실 단편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전개 기법 때문에 숨도 못쉬고 재빨리 읽어버린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에는 모두 6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6편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고민이나 슬픔, 새로운 시작으로 잠시 멈춰 있다. 이 멈춤이 과연 끝나기는 하는 걸까... 싶지만 열심히 버티다 보면, 혹은 그저 다르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이미 그곳이 아닌 하나 더 나아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는 때가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 일상 한순간, 한순간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좀 더 높은 무언가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꿈꾸다 보면 일상의 소중함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하지만 '성인식' 속 부모들을 보며, '언젠가 왔던 길' 속 딸을 보며, '때가 없는 시간' 속 시곗방 주인을 보며 다시 한 번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너무 늦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때로는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나 '멀리서 온 편지'를 읽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받는다.

지금 내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 많은 사랑을 내가 제대로 표현하고 있지 못하다. 성격 탓도 있지만 매일같이 '힘들다'란 말을 달고 그저 그렇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 난 원래 활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좀 더 행복하게 살아야지, 일상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것인지 순간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