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 아빠, 엄마, 네 살, 두 살. 사랑스러운 벤 가족의 웃기고도 눈물 나는 자동차 영국 일주
벤 해치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잘 있어, 브라이턴!"

"잘 있어요, 버스 정류장 아줌마. 잘 있어요, 버스. 잘 있어요, 나무. 잘 있어요, 건물."...16p

 

기자 출신의 부부, 다이나와 벤 해치 가족이 아동친화적 가족 여행 가이드북 출판 제안을 받고서 출발하는 차 안에서 네 살, 두 살의 피비와 찰리가 외친다. 이 가족은 이제부터 집을 떠나 무려 5개월 간 영국 일주를 떠난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말렸다. 만 네 살도 안된 아이 둘을 데리고 하는 자동차 여행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분명 둘 중 하나는 죽어서 돌아올 거라며 말이다.

 

나 또한 동감이다. 말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는 네 살, 두 살의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이라니, 그것도 2박 3일이나 1박 2일도 아니고 무려 5개월을 말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이 마음대로 안되면 무조건 떼 쓰고 소리 지르고 대성통곡 하는, 신체적인 것도(잠깐만 쉬를 참아야 하는 상황 등)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아이 둘을 데리고 말이다. 그래도 이 가족의 시작은 활기차고 긍정적이며 즐거웠다. 오랜 시간 준비했고 모든 것이 완벽할 거라고 생각하고서. 게다가 출판 계약증을 내밀고 취재를 담보로 숙소까지 공짜로 얻어냈으니 이 여행은 떠나야만 하는, 그야말로 행복한 여행이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작부터 삐걱댄다. 여행 떠나기 직전, 벤의 아버지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았고 첫 여행지에서 배탈이 난 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잔디밭으로 달려가 큰일을 보고 만다. 카메라에 노트에 휴대전화, 지갑까지 들고 있어 손은 이미 가득이지만 자신의 의견이 확실한 딸 피비는 단호하게 도라 가방을 아빠에게 건넨다. 투어 버스에선 각종 짐이 굴러다니고 매 순간이 예측 불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남의 가족 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저절로 미소 짓고 깔깔 대고 감동을 받는 이유는, 너무나 우리네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콱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예쁜 자식들은 여행 내내 문제를 일으키고 떼를 쓰고 소리를 질러대서 지치게 하지만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말을 건네 가슴을 찡하게 만들고 사랑으로 가득차게 해 준다. 너무나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을 재운 뒤엔 이 부부는 포도주 한 병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서로에게 위안받는다. 이런 가족 분위기가 우리 가족과 정말 비슷하다고 느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와 문화가 정말 다른 영국의 가족 이야기인데 바로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매 페이지 공감하며 같이 웃는다.

 

책을 읽으며 동시에 틈틈이 한 일이 있었는데, 바로 여행지 숙소 검색이었다. 그만큼 이 벤 가족이 부러웠다. 5개월의 여정이 쉽지 않았고 너무나 빡빡한 일정으로 이젠 오히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지경이 된 이 가족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멀미가 심한 우리 둘째가 비록 자동차에서 또 토하고 냄새를 풍기고 하더라도, 사춘기인 첫째가 삐죽거리며 있더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함께 바라보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가족이었으며,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우리는 지금 영국을 여행 중이다. 우리가 태어난 이 나라에서 모든 추억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그 일을 하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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