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읽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책이 너무 좋아서, 이젠 그의 동화책은 무조건 믿고 읽는 팬이 되었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나 개, 갈매기, 생쥐 등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 동물들이 인간들보다 더욱 인간적이다. 아니 오히려 동화 속 인간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 그의 동화를 읽으면 가슴이 아리도록 슬프기도 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우정, 사랑, 도리에 감동하기 때문에 행복하다. 잔잔하지만 감정은 결코 잔잔하지 않다. 동화 속 감정을 따라 읽다 보면 그 울림에 함께 긴장하고 가슴 졸인다. 다음 작품이 나올 때마다 다른 종의 주인공이 나오는 것도 기대된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이 "개"이다. 인간과 가장 오래 전부터 가까운 관계였다는 개 말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동물들보다 좀 더 애틋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칠레 원주민 중 하나인 마푸체족의 전설 이야기라는 점이다. 작가 자신이 이 마푸체족의 뿌리라고 이야기 하며 직접 그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때문에 각 챕터의 제목은 마푸체족의 언어인 마푸둥운이 장식한다. 이야기 흐름 속 분위기도 무척이나 이국적이다. 또한 진정한 가치가 담겨 있다.

 

어느 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 한 마리가 말 등 위 자루에 담겨 실려가다가 눈밭 위로 떨어졌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강아지는 어쩌면 그 눈밭 위에서 마지막 생을 보낼 위기였다. 그때, 재규어 한 마리가 강아지를 발견했고, 온기를 나누어 주고 먹을 것도 주었다. 그리고 그 재규어 나웰은 강아지가 좀 더 살기 좋은 곳, 마푸체인들이 사는 마을의 우두머리 집 앞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이 강아지는 대지의 사람들과 아주 특별한 우정을 맺는다.

 

이야기는 현재, 피 흘린 인디오를 쫓는 윙카들(백인)의 사냥견 모습으로 이들에게 "개"라고 불리며 그 인디오를 쫓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개"는 오히려 온갖 방법으로 윙카들을 인디오로부터 멀리 떨어트려 놓고 있다. 동시에 이 "개"는 잃어버린 기억을 때때로 떠올린다. 윙카들의 개가 되기 이전의 기억, 마푸체인(대지의 사람들)의 마을에서 아우카만과 함께 자라며 "아프마우"의 이름으로 살던 때이다.

 

독자들은 "개"인 동시에 "아프마우"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아프마우였던 개가 그냥 개로 남을 수밖에 없었는지, 지금 이 개는 어떤 행동을 하려는지를 추측하며 읽어야 한다. 그리고 결국 개가 아프마우로 다시 돌아가는 때, 무한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 "너를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 아프마우. 그리고 언젠가 내게 돌아올 줄 알았어."

그는 나의 페니, 나의 형제다. 나는 그의 페니, 그의 형제다. "...80p

 

사람이 사람을 내쫓는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남은 이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신의 과오가 드러날까 또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개는 어린 시절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어린 시절의 우정을 잃지 않는다. 그 우정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만큼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가치를, 동물을 통해 배운다. 가슴이 저려오고 슬픔이 차오르는 만큼 아름다운 가치이다. 루이스 세풀베다 만이 전달할 수 있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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