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트
로버트 레피노 지음, 권도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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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최근 몇 달 새 디스토피아 작품만 4권째다. 온전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읽다 보니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읽은 <모트>는 판타지 작품인 동시에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루는 작품이다.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 썩은 세계를 바꾸어 나가는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어 한 인간으로서 씁쓸함을, 동시에 진지함과 판타지를 오가는 즐거움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 읽고 있는 아이들 판타지 동화인 <살아남은 자들>에서도 주인공이 동물인 개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 속에서 인간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망가진 지구는 비록 그 근본적인 원인이 인간에게 있을지라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천재지변인 것처럼 묘사된다. 그리고 단지 이 동물들은 그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트>는 다르다. <모트>에선 좀더 그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는다. 지구의 주인인 줄 착각하며 살고 있는 인간들. 그 인간들의 무자비한 잔인성에 화가 난 한 여왕개미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이후 개미들의 사회성과 생태에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소설은 처음인 것 같다. 무엇보다 실제 개미에서 머무르지 않고 인간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스스로 몇 천 년을 살아오며 진화시켜 온 여왕 개미의 생각을 따라가며 읽는 건 무척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주 작다는 이유 만으로 무참히 짓밟히거나 결혼 비행 때 아이들에게 잡혀 날개를 뜯겨 비행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마는 수캐미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들의 삶, 인간들의 자만심이 이대로도 괜찮은가의 물음으로 시작된 소설은 여왕 개미의 의도로 지능화 된 모든 동물들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한다. 처음에 동물들은 자신들을 노예화했던 인간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무참히 살육한다. 이어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속 동물들처럼 동물들의 세상을 만드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심을 잡는 등장인물이 바로 이전 시절의 애완견 세바스찬이며 이젠 동물들의 전쟁 영웅인 모트이다.

 

"우린 점점 인간처럼 되어 가고 있어요. 정확한 겨냥이니 하는 헛소리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여왕이 우리에 대해 잘못 안 거예요."...129p

 

다들 이것 아니면 저것 중에 선택하고 있을 때 모트만이 한 발 떨어져 이 상황을 지켜본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 간의 유대감 보다는 자신이 외로울 때 의지하고 유일한 친구가 되었던 시바를 찾는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공의로 시작된 행동은 아니었지만 모트는 인간과 동물들 모두를 구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 되고 모트는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행동을 선택한다.

 

처음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앞서 읽었던 디스토피아 작품들이 그리 가벼운 작품들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동물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가벼운 소설일 거라는 편견을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앞부분 세바스찬의 가족 이야기를 읽으며 이미 이 소설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중반부를 지나면서는 인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인간들이 이대로 자만한 채 살아간다면 분명 미래는 디스토피아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싶은 건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러므로 미래는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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