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카산드라의 거울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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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었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 <개미>였고 워낙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이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언제나 읽고 싶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번 <카산드라의 거울>은 이전의 작품들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전의 그의 작품은 "죽음", "사후 세계", "신" 등 아주 큰 세상이나 다른 차원의 이야기들 한 느낌이었는데 <카산드라의 거울>은 현실로 내려온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이전 작품들과의 연결고리는 있다. 바로 "미래". 하지만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이 현재, 현실에 뿌리박고 있어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제목의 카산드라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주인공은 일반인과는 아주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힘.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13살 부모님의 죽음 이전의 기억이 없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자신이 있던 고아원을 떠나 그녀는 새로운 세계로 탐험을 떠난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현실에서 가장 밑바닥 생활을 하는 노숙자 집단이다. 카산드라는 쓰레기 하치장에서 만난 네 명과 함께 자신이 내다보는 미래의 영상 즉 테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 모험, 새로운 삶을 모두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모두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결정된 모든 미래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불안한 상황을 조금만 해소시킬 수 있는 정도만 알고 싶을 뿐. 따라서 카산드라의 능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오버이며, 귀찮을 뿐이다. 카산드라는 자신의 이름을 통해 과거의 예지자였던 트로이 시대의 카산드라를 꿈을 통해 만나 자신을 되찾는 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선다.

 

처음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치고 낯설었던 느낌에 조금 당황하고, 이후에는 17살 소녀의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과격하고 타락한 듯한 삶에 당황하느라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않았다. 내가 엄마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겠지. 만약 카산드라가 딸이라면 이렇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랄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소설은 꼭 권선징악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주인공이 항상 선하거나 항상 옳게만 살지는 않으니 이 소설에서 좀더 큰 그림을 찾으려고 했다.

 

아마도 베르나르는 지금 이 상태로 지구가, 지구인이 이렇게 살아간다면 결국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죽이고 멸망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환경은 생각하지 않고 쓰레기를 마구 갖다 버리고(재활용 한다는 명목하에 다시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종이나 패트병, 캔들...) 잊어버리거나 "일반인들"이 아닌 노숙자의 삶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거나 테러 정도는 어쩔 수 없는 해악으로 여기거나 하는 것들, 모두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이다.

 

<카산드라의 거울>에는 다양한 미래가 나온다. 절망적인 상태의 지구 모습에서부터 우리가 살고 싶은 지구의 모습까지. 그리고 지금 여기,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카산드라의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래는 돌에 새겨져 있지 않아. 우리는 의지만으로도 미래를 다시 쓸 수 있어."... 본문 중

 

소설 속 노숙자들의 삶이나 쓰레기 하치장 모습 등은 모두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읽는 내내 이 지구 어딘가를 상상하며 읽었다. 스타일은 분명 다르지만 역시, 베르나르의 끝없는 상상력을 즐겼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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