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살만 루슈디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인도에서 태어나 파키스탄을 거쳐 영국으로 건너간 남자.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치>>의 작가 살만 루슈디의 경로이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약력을 읽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도대체 이 남자, 어디서 어떤 일을 겪은 걸까... 하고. 소설을 읽어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소설의 첫장에 주인공인 오마르 하이얌 샤킬과 여주인공인 수피야 지노비아 하이더의 가계도가 존재할만큼 방대한 이 이야기는 이 두 남녀의, 그리고 그 가족들의, 그들을 넘어 그들이 살았던 한 나라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 문화를 직접 그들 속에서 겪는 것이 아니고 비록 소설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도 말이다. 그런데 작가는 마치 그들의 이야기가 동양을 대표하는 듯한 표현을 하여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곤 한다. 이 문화는 한 나라의 문화가 아닌, 한 종교의 문화이다. 때문에 이 "수치"라는 중요한 단어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임에도 불구하고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수치"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한 이 남녀 주인공과 그들의 사랑이랄 것도 없는 로맨스를 빼고 생각하자.

 

"수치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샤람을 빼고 나면 남는 건 뭔가? 답은 명백하다 : 후안무치다."...54p

 

사실 작가가 정작 드러내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런지. 처음부터 남녀 주인공의 등장보다 더욱 중요했던 그들의 가족, 그들의 부모 이야기를 아주 오랫동안 했던 이유는, 수치스러움을 알지 못하고 후안무치하게 행동했던 한 나라의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일 아닐까. 아무리 책 속 작가가 이 이야기는 파키스탄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럴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수치>>는 글자가 빽빽할 정도로 방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서로 얽혀있다.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슬며시 드러내기 위해 많은 이야기들이 돌아간다. 때론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마치 판타지와 신화는 소속감 속에서 활개를 치기도 한다.

 

"한 가지를 억누르면 인접한 것도 억누르게 된다.

그러나 결국은, 전부 억압자의 면전에서 폭발하고야 만다."...253p

 

분명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사랑했지만(어떤 형태이든지간에) 다른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수치와 후안무치로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하여 탐구하였느냐. 정작 그들에겐 그런 이름이 붙여졌지만 그들이 그런 이름을 얻은 것은 그들의 가족 때문이었으므로 인간 존엄성에 대한 책도 아니다. 책을 모두 다 읽고 책장을 덮고나면, 이들 가족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한 나라를 서로 차지하려고 했던 살육과 폭력의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명백한 정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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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세상 2011-12-0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해~ 결국은 읽고 썼구나~

ilovebooks 2011-12-06 09:52   좋아요 0 | URL
ㅋㅋ 나는 집념의 여인!!!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