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동화 보물창고 37
찰스 디킨스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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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만에 다시 읽은 것 같다. 어려서부터 아주 흔하게 듣는, 구두쇠의 대표 이름 "스크루지 영감". 아마 책을 읽지 않은 아이들도 어디에선가는 한 번쯤씩 들었을 이름이다. 이름 뿐만아니라 대강의 내용도 알고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작에 가까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특별한 기쁨이 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 내가 어렸을 때는 어떤 식의 책을 읽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고전, 그리고 명작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보물창고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문체가 눈에 띈다. 아이들을 위해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그대로의 느낌이다. 누군가가 이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기 위해 애쓰는 듯한 이 문장들은 때로는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하며 독자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죽은 사람이 나타난다는 건, 그 사람이 유령이라는 뜻이다. 그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참 재미있다. 스크루지가 얼마나 놀랐는지를 그대로 이해시키기 위한 배려이다. 자신의 삶에, 가치관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던 스크루지가 변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되는 이유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7년 전 죽은 동업자 말리의 등장은 그만큼 스크루지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리웠던 죽은 이를 만난 기쁨에서가 아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생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두려움에서 오는 충격이다.

 

"난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했어야 했네. 많은 이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힘쓰는 게 내 사업이었어야 했거늘! 자선, 자비, 인내, 선행.그 모두가 내가 해야 할 사업이었단 말일세."...42p

 

충격적인 말리의 모습과 말만으로는 이 구두쇠를 눈 뜨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뒤이어 나타난 세 명의 유령들이 보여준 따뜻함과 자선, 사랑은 아무리 꽁꽁 얼었던 스크루지라도 녹게 만들 수밖에 없다. 위협으로 이루어진 반성이 아니라는 점. 비록 유령이라는 존재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 두려움으로 비롯된 반성이 아닌,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고 진심으로 깨우쳤다. 그리고 그 원인은 어린 시절과 현재, 미래에서 본 조그마한 사랑과 희망, 빛 덕분이다. 이보다 더욱 진실한 반성이 어디 있겠는가!

 



 

<<크리스마스 캐럴>>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극적인 반전과 언제나 사랑과 웃음, 행복이 우선한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꼬마 팀을 걱정하는 스크루지는 분명 진짜 악인은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단 하룻밤의 꿈 같은 여행이었지만 그 이후 보여준 스크루지의 모습은 단연 놀라운 결과이다. 자선이란, 선행과 사랑이란, 이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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