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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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한 조각>>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죠. 왜냐하면 이 소설은 "마리아투 카마라"라는 여성의 실화를 다루고 있고 시에라리온이라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참극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쩌면 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의외입니다.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프리카의 실상을 이야기하는 책이나 영화를 보고 읽기는 했지만 이렇게 그 전쟁 속에서 살아남아 그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는 처음입니다. 마리아투의 이야기는 너무나 잔인하고 가혹해서 마치 그냥 소설 속의 이야기로만 여겨집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왜 반군들은 죄없는 시골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양민들을 학살하고 손을 잘라버렸는지. 

"이제 그만, 제발 이 피비린내 나는 상황을 끝내주세요!"...57p

<<망고 한 조각>>을 통해 이 순진무구하고 전혀 때묻지 않은 아프리카의 시골 사람들의 문화를 저절로 알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친척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보살피는 그들의 문화가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문화에도 꼭 없어져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죠. 여자 아이들은 할례라는 의식도 치러야 합니다. 열네 살이 되도록 성관계가 무엇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던 마리아투가 임신할 수밖에 없는 환경도 기가 찹니다. 도대체 마리아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요. 

"그래도 이 세상 어디엔가 희망이 남아 있을 거야. 마리아투."...112p
"돌아보지 마라, 마리아투. 그래 봤자 후회와 아쉬움만 남을 뿐이니까. 항상 앞만 보고 가도록 해."...146p

어쩌면 마리아투는 운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그 전까지는 매일 죽고싶은 나날을 살아왔지만 그녀의 곁에는 항상 붙어서 그녀를 보살펴주는 친척들과 그녀를 세계에 소개했던 기자들, 그녀를 돕고 싶어했던 사람들. 때문에 그녀는 시에라리온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 아닐까요? 이제 그녀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면서 또다른 조국의 아픔을 가진 소녀들을 돕고 있습니다. 자신이 죽기 직전에 만난 남자에게서 받은 망고 한 조각처럼 그녀도 다른 이들의 삶에 그런 달콤하고 청량한 존재가 되어주고 싶었던 것이겠죠. 

이 책을 읽고 물론 마리아투의 삶에 감동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의미는 아직도 전쟁으로 헐떡이는 수많은 아프리카의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에서 교육도 받지 못하고 극한의 배고픔과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된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직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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