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연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신문의 기사가 나온다. 스무 살 남녀의 동반자살!! 그리고 이 기사가 바로 <<엄지 연인>>의 결말이기도 하다. 이제 막 인생의 첫 발을 내디딘 스무 살의 이들이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에자키 스미오는 부잣집 아들에 얼굴도 잘 생겨서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은 편이다. 남들이 보면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청년이지만 스미오 자신은 언제나 삶이 허무하기만 하다. 

"어째서 살아가는 게 이리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일까. 연애도 대학도 취직도 가족도 다 시시하다. 그 중에서도 제일 시시한 건 바로 자신이다. 눈뜨는 순간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지겨운 아침을, 이 침대에서 몇 번이나 맞았던가."...21p

정말로 어째서 스미오는 이렇게 삶이 허무하고 목적도, 목표도 없는 매일을 살고 있었던 걸까. 가장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스무 살의나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런 그가 인터넷 채팅 만남 프로그램을 통해 쥬리아와 문자를 나누게 된다. 얼굴도 모르고 처음 알게 된 쥬리아에게 스미오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게 된다. 열한 살 때의 엄마의 자살을 목격하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왜인지 엄마의 모습을 닮은 쥬리아를 통해 조금씩 현실의 "삶"에 충실해지기 시작한다. 

"스미오는 이 순간에도 일본 하늘을 날고 있는 수천 통의 문자메세지를 생각했다. 그 하나하나에 쥬리아의 말처럼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작은 휴대전화에 휘둘리고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대수롭지 않은 메시지가 마음과 마음을 잇는다."...143p

문자메시지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잇점 덕분에 더욱 더 마음 속 깊은 이야기까지 하게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더욱 서로의 마음을 열어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스미오와 쥬리아가 사랑을 키워가는 것만큼 그들에게는 환경적 어려움이 커진다. 쥬리아는 스미오와는 달리 너무나 가난하고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 그리고, 그녀가 그 모든 환경을 극복하고 위로 올라가려고 할 때마다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아버지가 있다. 주위 사람들이 이들의 사랑을 부정했고, 여린 쥬리아의 어깨에 더해지는 부담감은 자꾸만 커져간다. 

이들이 택한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힘차고 당찬 나이인 만큼 아직은 덜 성숙하고 안정되지 못하며 아직은 무엇 하나 혼자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나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닥친 시련은 그들이 버텨내기에 너무나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대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보다 더 소중한 상태"(..236p)가 되도록 그들은 열렬히, 온몸으로 서로 사랑했다. 부모들조차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던 세상 속에서 그들 둘만이 서로에게 완전한 존재였다. 어쩌면 이들은 그런 둘만의 세상을 가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이 선택이 조금은 아쉽다. 난 언제나 죽음보다는 삶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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