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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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침잠이 많은 아이였다. 언제나 힘들게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학교로 향했다. 하지만 한 번도 학교를 빠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학교라는 곳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가야하는 곳이었으니까. 난 34번과는 달리 다른 비슷한 아이들 속에서 안심하고, 그 아이들과 비슷해지거나 조금 더 나으려고 노력했으니까. 난 그렇게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1학년 1반 34번은 다르다. 엄마 아빠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온 집안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자기 세상으로 만들었던 아이. "특별히 해야 할 것도 지켜야 할 것도 아무것도 없었"(...13p)던 아이. 그래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가야 하는 학교가 제약으로 받아들여졌던 아이다. 왜 가야 하는지 언제쯤 그곳을 떠날 수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모두 똑같아 보이는 친구들이 이상하게 보일뿐이다. 

  

"어른이 되면 자유로워질까?  어른이 되면 행복해질까?
학교를 떠나면 자유로워질까?  학교를 떠나면 행복해질까?"...29p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내 자신이 싫어 어서 30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30살이 되면 모든 것이 결정나고 모든 것이 편안해져 그저 앞만 보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30살이란 10대의 내게 "어른"의 숫자였다. 저자처럼... 30살이 훌쩍 넘은 나 또한, 그때처럼 불안한 나이이니 오히려 학교를 다니던 때가 더 낫다고는 못하겠다.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간다면 난 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34번은 자신에게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기대하고 자신들 멋대로 조종하려는 어른들이 싫으면서도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어른들의 부조리함을 알면서도 그 권력과 자유가 갖고 싶었던 거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올챙이 샤오헤이가 개구리가 되는 모습을 기다리던 34번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슈퍼맨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어리다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일에 다른 누구 탓을 하는 거야. 
어리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일에 다른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 것이지."...203p

어리지 않다는 건 자신의 문제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맞설 힘을 갖게되는 것은 아닐까? 마주볼 용기를 갖는 것, 미숙한 나 자신도 용서할 줄 아는 것. 때로는 자신을 옭아맨 제약들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찾아낼 줄 아는 힘 말이다. 34번은 훌륭하게 그 강을 건너 한층 성숙해져 집으로 돌아온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싯구같은 명료한 문체가 가슴을 적신다. 이름도 나오지 않는 ... 34번이 안타깝다. 내 어린시절이 오버랩되고, 내 아이를 생각한다.

아이를 둔 엄마로서, 학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엄마로서...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곤 한다. 결혼 전에는 사교육 같은 것 손도 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일들이 하나 둘 무너지고 난 어느새 평범한 엄마들의 길을 또한 걷고 있지는 않은지.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느새 모든 면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나은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내 아이에게 족쇄를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지은아... 넌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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