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아침에 TV를 틀면, 온통 불륜과 외도, 배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드라마의 주 내용이었던 이러한 주제들은 어느새 가족의 불화를 해소시켜준다는 목적(물론 주부들을 TV 앞으로 잡아끄는 목적이 가장 크겠지만..)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도 다루어지고 있다. 가족이 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대화를 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점차 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그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같이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이 나기도 하고,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가족을 이루는 최소 단위인 "부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남남"이다. 사랑이라는 스파크가 튀어 온 세상에 단 둘만 있을 것 같은 시기엔 온전한 내 편이었다가, 어느새 사랑이 식고 쳇바퀴 돌듯 매일같은 하루하루가 지나다보면 나와는 전혀 다른 내 님이 전혀 낯선 "남"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가 또다른 남을 찾아 떠날까?

<<더 리더>>로 우리에게 알려진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다른 남자>>는 불륜과 외도, 배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가벼운(뭐, 이 주제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지만^^) 주제가 전부는 아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나 동서독 간의 이해관계, 반성과 책임, 자아성찰 등 어두운 주제와 맞물려 결코 쉽지만은 않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에는 총 6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다. <소녀와 도마뱀>과 <외도>는 독일의 정치 상황과 한 가정의 외도가 맞물려 그들 가정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다른 남자>는 아내가 죽은 뒤 알게 된 아내의 다른 남자를 찾아 복수하려는 남편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그 만남을 통해 오히려 남편은 자신이 생각했던 가족에 대한 자신의 행동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반성하게 된다. <청완두>는 마치 SF 스펙타클 판타지 소설 같다. ㅋ 베를린과 함부르크에 세 명의 여자를 둔 남자의 이야기인데, 그의 행동 자체가 너무나 터무니없고 우스울 정도다. 뒷부분의 <아들>과 <주유소의 여인>은 앞의 네 작품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불륜과 외도, 배신 보다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서... 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마지막 용기를 쥐어짠 주인공의 이야기라서 그런가보다. 

이 여섯 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사실 매우 현실적이다. 우리 주위 누군가가 겪었을법한 이야기. 또한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할만한 이야기이다. 내가 이들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지 않던가. 똑같은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저자 베른하르트 슐링크도 가정은 소중한 것이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이들은 책임을 느끼고, 반성을 하며 죄값을 치르기 때문이다. 

주인공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심리묘사가 매우 뛰어나서, 모든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어떤 작품은 아주 무겁게, 어떤 작품은 즐겁게, 어떤 작품은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준다.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입맛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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