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네 집 - 작지만 넉넉한 한옥에서 살림하는 이야기
조수정 지음 / 앨리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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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율이네 집>>이 "작지만 넉넉한 한옥에서 살림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꼭 읽고 싶었다. 나와 남편 또한, 언젠가는... 우리가 나이 들면... 이라는 전제로 시골과 한옥의 집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부부가 우리 아이와 나이가 비슷한 아이를 데리고 과감히 아파트 생활을 접고 "한옥"으로 이사를 했단다. 어찌 부럽지 않을 수가 있을까...

<<율이네 집>>은 처음 이 한옥과 만나게 된 이야기와 기존에 살던 아파트 집의 짐을 줄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한옥이 마당을 가지고 있어 평수로는 훨씬 좁았으므로 커다란 가구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단다.

내가 요즘 가장 고민되는 것이 바로 "짐"이다. 집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 집을 꽉~ 채울 정도로 짐이 많다. 가구에서부터 시작해서 책, 옷, 다른 여러 기구들, 창고 물건들까지... 이 짐들을 내가 평소에 얼마나 자주 사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마음만 비운다면.... 충분히 우리집 짐은 반으로 줄 수 있고, 그만큼 넓고 쾌적하게 집을 이용할 수 있을텐데, 그 마음 비움이 잘 되지 않는다.

"우리는 한옥에서 거창한 의식과도 같은 비움의 시간을 가졌다. 비워내자 오히려 아름다누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17p) 

이 멘트를 읽고 나서야 나도 겨우 "비움"을 결정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이 비우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율이네처럼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들여 정리를 마치고 나면 우리집도(비록 한옥이 아닌 도심 한복판의 아파트이기는 하지만...^^) 더 정이 가고 살만한 집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율이네 가족은 공사 계획에서부터 실전 공사까지 모두 스스로 한 듯하다. 그 과정도 사진으로 상세하게 나와 있고, 다른 집에서 내다버린 문짝을 이용한 각종 소품들이 즐비하다.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었다는 것도 어찌나 부럽던지...^^ "최대한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공사"는 무사히 마치고 한옥은 이들만을 위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많은 것들을 비우고 왔는데도 또다시 "비움"의 작업을 해야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바뀐 것은... 한옥에 어울리는 생활양식, 바로 환경을 위한 삶이다. 나무와 유리, 재활용된 소품들을 보니 사진만으로 보는 나조차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마당과 마루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아이가 있고, 정원에서 키운 허브로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아빠... 또 무엇이든 집에 필요한 소품들이라면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엄마... 정말 행복한 가족처럼 보인다. 그리고 나도 그 행복을 누리고 싶다. 

작가는 한옥에 사는 일이 그다지 대단한 것도,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나는 이들 가족이 대단하게 생각된다. 그렇다고 부러워만 하고 있지는 않을 생각이다. 지금 사는 집에도 애정을 주어야겠다. 우선은... 나도 "비움"의 작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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