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굴이 시뻘게진다. 나...흥분 상태인 거다. 이야기에 깊이 몰두한 나머지 너무 감정 이입이 되어서 숨이 가쁘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책은 순정 만화 뿐이었는데..... 이 책, 어린 청춘 로맨스물도 아닌 30대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난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펴졌다를 반복한다. 

오래전부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읽어봤느냐고... 너무 재미있는 책이라고,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내게 말해주었다.  궁금했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재미있다고 하는 책은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지......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과연...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이야기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감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마치 시를 읽는듯한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이 아닐까? 

처음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는 다른 로맨스 책들처럼 뻔한 내용에 조금은 작위적이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끌리는 구석이 있다. 그건 아마 나를 포함하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주인공들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공진솔.... 내성적이고 사회생활에 능수능란하지 못하며 사소한 규칙이라도 당연하게 지켜야만 한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일을 걱정하여 미리 방어막을 치고 숨어버리는 그녀! 꼭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사랑이 찾아왔을 때는 용기내어 먼저 다가가는 모습까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30대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주로 진솔의 마음을 따라 진행이 되기는 하지만, 건과 선우, 애리의 캐릭터가 매우 확실하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 그 어느 누구 하나 빠트려지지가 않는다. 선우와 애리의 사랑은 소설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면 진솔과 건의 사랑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연애하면서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에피소드들이 있어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노래 가사를 비롯하여 건의 시나 현판 속의 옛시, 건의 쪽지 등을 통해 주인공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이 참 좋다. 대사 중에도 마음 깊이깊이 새겨놓고 싶은 어여쁜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메모해두기 바쁘다. 그런 말들은 이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내 마음 속에서 돌고 돈다. 공감되는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사랑해도, 때로는 그 사랑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도... 그래도 어느 순간은 내리는 눈이나 바람이나, 담 밑에 피는 꽃이나.... 그런 게 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그게 사랑보다 더 천국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거. 나, 그거 느끼거든요?"....405p

완벽한 사람도, 사랑도 아니지만 그렇게 내 사람과 내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어 좋다. 무엇이 옳은지 알 필요 없이, 때로는 잠시 쉬었다가 또다시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힘든 요즈음에 모처럼만에 가슴 떨려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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