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가는 길
밥 그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푸른숲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의 모든 치부를 알고 있어도 하나 부끄럽지 않고, 나보다 훨씬 잘나거나 못나도 그런 것들이 문제시되지 않는 관계, 굳이 말로 일일이 설명하거나 덧붙이지 않아도 내 마음, 본심을 알아주는 그런 친구가 평생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처럼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친구에게 가는 길>>은 이런 완벽한 우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5살, 유치원에서 보았던 첫 만남에서부터 50세가 넘어서까지 이들의 우정은 조금의 흔들림조차 없다.

"첫 친구이자 가장 오래된 친구. 그런 친구는 꼭 같은 도시에 살 필요도, 매일 만나야 할 필요도 없다. 우정, 특히 오랜 우정에는 그런 조건이 없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런 친구가 오랫동안 곁에 있을 것이다. "....12p

하지만 이 두 남자에겐 우정의 고비가 찾아온다.
느닷없는 암 말기 선고에 따른 죽음.
잭의 소식에 고등학교 때의 친구들 ABCDJ가 모두 모이게 된다.
A는 앨런, B는 밥(이 소설의 화자이자 저자), C는 척, D는 댄, J가 잭이다.
이들은 50이 넘은 나이에 각자의 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데도 한 친구의 병고에 모든 일을 제쳐놓고 달려와 위로하고 우정을 나눈다.
걱정은 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런 모습들이 얼마나 굳건하고 안정적이며 편안해 보이던지...

친구가 죽음을 준비하는 동안, 밥은 친구의 곁에서 그동안의 그들 우정을 추억한다.
어렸을 적의 첫 만남에서부터 그들의 유년시절과 청소년기, 청년 시절과 최근의 일까지........
잭도 평생동안 살았던 동네를 밥과 산책하며 옛 기억들을 떠올리고 가슴에 담으며 죽음을 준비한다.
밥은 추억을 통해 잭이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훌륭한 인품을 가졌는지, 친구로서는 얼마나 깊은 마음을 가졌는지, 남편과 아빠로서는 얼마나 가장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들의 우정은 그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을 것 같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잭은 떠났지만 우리 우정은 죽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삶이 끝날 때까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건물은 세워졌다 무너지고, 사람의 명성도 사그라들며, 세월도 찾아왔다 흔적없이 사라지지만, 우정만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값을 헤아릴 수 없는 것, 그 누구도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는 것, 그것이 우정이다. ".....219p

이들의 우정이 너무나 완벽해 보여서, 조금은 질투가 나기도 한다. 내게는 이러한 친구가 있던가... 난 내 생각만 하고 사는 건 아닌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이라고 해도 나처럼 연락도 안하는 친구를, 그 친구들은 친구로 받아줄 것인지... <<친구에게 가는 길>>의 두 사람처럼 내 친구들도 굳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친구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게으름이고 변명일까? 결국, 이 두 사람도 그동안의 신뢰로 쌓아올린 우정이니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연말도 되고 했으니, 게으름을 뒤로 하고 안부 전화라도 한통씩 돌려야겠다.

사랑한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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