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은 정말 오랫만이다. 작년 <<나무>>를 읽고 내가 사랑하는 작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듯, 어찌나 힘들었는지를 생각하면...<<파피용>>은 그야말로 신뢰 회복용으로 읽었다. 그리고 멋지게 성공한 듯 하다. 베르베르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렸을 적 꿈꾸던 상상의 나래를 마치 실현 가능하다는 듯 책 속에 그대로 재현해 놓는다는 데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주제를 이 사람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짜임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야기는 "현실"에서 시작한다. 전쟁이 있고, 종교적 맹신이 있으며, 맹목적인 테러와 끊임없는 환경오염, 그리고 인구 과잉으로 나타나는 가난과 기아와 빈곤이 있는, 바로 우리의 세계 한가운데서 시작한다. 이제 이런 지구에서는 조금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한 과학자에 의해, 그리고 그와 뜻을 함께하는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D.E <마지막 희망>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 프로젝트는 실현불가능할 것 같은 계획(엄청나게 큰 우주선을 만들고, 그 우주선에 무려 14만 4천명을 태운 후 또다른 태양계를 찾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행성을 찾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류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간다. 누가 봐도 허무맹랑한 계획이며 실현될 수 없는 계획이지만, 이들에게는 인류를 구하기 위한 것이므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존재인가? 선한 존재인가? 하는 물음은 아주 오랫동안 논쟁을 일으켜왔던 문제이다. 모든 악함은 사회에서 교육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나도, 아이를 키우고서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을 더 빨리, 그리고 더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파피용호> 안의 14만 4천명도 같은 수순을 밟게 된다. 모든 절차를 거쳐 선발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긴장을 뚫고 폭발한다. 그리고 그 첫번째 살인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치정 사건"이다. 그리고 인원이 많고 큰 사회일수록 어디에선가는 결점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결국, 인간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 종족인건가.

<파피용호>가 무려 1000년이 넘는 여행을 하며 겪는 역사를 보면 정말 허무하기 짝이없다. 앞으로 나아가는 인류가 아닌, 뒤로 후퇴하는 인류를 보며 과연 이 <파피용호>가 무사히 다른 행성(또다른 지구)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그럼에도 결국 이 전 우주를 통틀어 "인류"를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이어나가려는 이들의 노력은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마지막 최후의 인류이자, 최초의 인류 모습을 읽다보면 자연히 <창세기>가 떠오르게 되는데, "아!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고 감탄했다. 이렇게 인류는 다시 시작하고 과거의 모습을 되풀이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나은 인류를 위해 이렇게 노력해 나아가는 구나! 왜?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38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