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난 그냥 평범한 주부이다. 내 눈 앞의 현실을 살아나가는 데도 급급하여 정치니, 세계 정세니..하는 것들은 그저 높으신 분들이나 교양있는 척하는 남자들이 떠들어대는 것으로 생각하며 산다. 이것저것 걱정하면서 살기에는 너무 머리가 아프니...난 그저 일단 나나 잘 살고 보겠다...라는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간혹 TV에서 다큐멘터리나 뉴스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소식을 접할 때에도 잠깐뿐이다. 나 또한 온 세계가 평화롭게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지만 그게 안된다면 일단 나라도 잘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내가 조금 더 오랫동안 세계를 걱정하는 때는 책이나 영화를 보고나서이다. 픽션이지만 뉴스나 다큐보다 더욱 사실같은 이 매체를 통해 마치 내 이웃이나 내 가족이 직접 당한 슬픔처럼 아파한다. 조금은 미화된 감동이 있기 때문이리라.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극의 냉전이 종식된 지 어언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세계는 아직도 전쟁중이다. 누구와 누가 싸우는지, 왜 싸우는지 솔직히 잘 몰랐다. 그저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같은 단체들은 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하는 집단이니 적이구나..하는 단순한 생각. 하지만, "우리가 미국편이니 미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는 일방적인 공식에 따라 적을 구분하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다. 왜 그들이 싸울 수밖에 없고 테러를 자행하는지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아프간>>은 정말 탁월하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세계를 위해 희생하는 영웅소설과 같은 구조를 띄지만, 스토리 중간중간 삽입되는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역사, 문화, 생활 등을 통해 조금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왜 그들은 탈레반을 선택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그들은 목숨을 걸고 테러를 자행하는지 등을 말이다.

아프간에 대한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으면서도 조금은 느꼈던 그당시의 세계 정세를 <<아프간>>을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된 느낌이다. 그만큼 프레더릭 포사이드는 이 소설이 논픽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보기관의 활동과 무기들, 여러 나라의 상황들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영화로 자주 보았을 내용을 소설로 읽는 느낌이 색다르다. 프레더릭 포사이드만의 치밀한 묘사로 소설은 가볍지 않고 무게를 갖는다. "첩보"라는 주제로 이렇게 완성도 높은 소설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설마...설마..."하던 결론이 너무 쉽게 나버려서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이 소설의 중심은 반전이 아닌 무게에 있으므로 이 소설을 읽었다는 것 자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제목이 나라를 지칭하는 <<아프간>>이 아닌 책 속 주인공인 <<아프간인>>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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