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쟁이 김건우
고정욱 지음, 소윤경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내가 아이에게 읽혀줄 그림책과 동화책을 고르는 기준은 얼마나 감동을 받을 것인가...보다는 어떤 교훈을 가르칠 수 있는가...가 더 컸다. 어른이 보아도 너무나 멋진 그림에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 있어 권하면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나와 아이의 눈높이가 아무래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하고 내가 권하는 책과 어느정도 비슷한 비율이 되도록 신경쓰고 있다. 

고학년의 책들은 어느 정도 분량도 되고 내용도 심화되므로 어른이 읽어도 곧잘 감화되기도 하지만, 저학년의 책을 읽으면서는 아직 한 번도 깊이 빠져드는 책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역시 책은 자신의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야 가슴 깊이 울리는 것이라고... 그렇게 눈물까지 글썽여가며 <<소심쟁이 김건우>>를 읽었다. 

소심쟁이 김건우...친구들이나 부모님과는 말을 잘하면서 교실에서는 언제나 주눅이 드는 아이. 너무나 잘~ 알고있는 간단한 "구름"이라는 답 하나도 덜덜 떨며 "구...구..."라고 대답하여 "비둘기"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자신이 주목받는 것 자체에 긴장되고 떨리고 어쩔 줄 몰라하는 건우는 병원에서 대인기피증이라는 병명까지 얻게 된다. 

아주 사소한 계기로 남들 앞에서 말을 못하게 된 건우.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나 우리 아이들을 보면 정말 그렇게 아주 사소한 것들로 상처받고 아파한다. 옆에서 항상 지켜보면 대부분 알 수 있는 것들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 환경의 어려움으로 더욱 움츠러드는 건우를 표현한 일러스트 ---

환경의 변화도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 건우네 아빠는 사업이 망하여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건우는 이 사건을 통해 수치심을 느껴 더욱 움츠러들게 되지만 결국 그런 어려움을 통해 가족의 울타리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음도 알아가게 된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주위 여러 어른들의 격려와 관심으로 용기를 갖게 될 수 있다. 조금씩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오려는 건우는 친구 민욱이와도 화해하게 되고 자기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려 한다. 

"결과는 한참 뒤에 나타나는 거란다. 화살표처럼 갑자기 확 오르는 게 아니라 계단 모양처럼 서서히 올라가는 거야."...97p


주위의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는 아이에게 용기를 갖게 하고 그 용기는 자신감이 된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건우는 마침내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바르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어른에게 존중받고, 관심을 받는 아이는 용기가 생기고, 그 용기는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아이들을 위한 이 얇은 책에 참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반장, 부반장을 한번도 놓치지 않고 해오면서도 발표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았던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고, 그런 나에게 발표를 시키려고 강요했던 담임선생님도 생각이 난다. 또, 이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깨닫게 된다. 

아이 유치원 선생님과 면담할 때, 발표력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혹시 날 닮았나...싶어 아이에게 이리저리 잔소리를 했었는데, 내 경험을 뒤돌아보면 역시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생각이 미친다. 그렇기에  좋은 책을 읽히는 거다. 간접 경험을 통해 아이 스스로 건우와 동일시되어 건우가 알을 깨고 나오듯 우리 아이도 스스로 노력하는 아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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