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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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나 동화책에나 삽입되어 있을 것 같은 한국적인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아주 아름다운 책이다. 표지도 특이하고 종이질도 빳빳한 것이 촉감이 아주 좋다. 게다가...뒷표지에는 오디오북도 들어있다. 이런 멋들어진 책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면...당연히 내 책장에 꽂혀있어야만....한다.

<<청구회 추억>>은 신윤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있는 글 한 편을 발췌하여 일러스트를 넣고, 영어로 번역된 글도 첨부하여 따로 단행본으로 낸 책이다. 유독 이 글이 이렇게 단행본으로 재탄생하게 된 이유는 뒤에 신윤복 선생님의 후기나 번역가의 글에서 알 수 있는데, 원래 <청구회 추억>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초판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글이라고 한다. 신윤복 선생님께서 사형수로 계실 때 다른 감옥에서 쓴 수필 형식의 글이 <청구회 추억>이고, 그 이후 대법원에서 재판이 파기되어 무기징역수가 된 후 쓴 글이 모아져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한 감옥에서 다른 감옥으로 이송될 때, 원고(원고라고 해봤자 하루에 한 장씩 나눠주던 화장지용 재생 종이)를 빼앗길까 봐 몰래 헌병에게 부탁했던 것을 후에 발견하게 되어 1998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증보판에 넣게 된 것이라고.

"청구회"라는 이름이 굉장히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도대체 어떤 단체의 이름일까...궁금하다. 그런데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포~스와는 매우 다른 답에 조금 당황스럽다. 그도 그럴것이 청구회는 국민학생 7학년, 8학년(국민학교를 졸업했지만 중학교로 진학하지 못한) 6명이 모여 만든 모임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어느 따뜻한 봄날, 서오능으로 소풍가던 중 만난 6명의 아이들과의 추억이 바로 <<청구회 추억>>이다.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한 신영복 선생님의 노력이, 그 생각이 저절로 미소짓게 한다. 첫 질문 하나에 아이들이 자신을 내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이 긴장하지 않고 "어른"과 대등하고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은 무엇인가...그런 사소한 배려 하나로 신윤복 선생님은 아이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는 과연 그런 어른들이 얼마나 있을까...싶다. 아이들이 주가 아닌 어른이 주인 세상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 곁에 조금이라도 신뢰를 주고 배려해주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아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신윤복 선생님은 청구회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었다. 

너무나 가난해서 중학교조차 진학할 수 없는 아이들인데도 생각이 너무나 건전하고 맑다. 그래서 신윤복 선생님도 그 아이들에게 끌렸을 것이다. 60년대의 이야기를 읽으며 왜 지금의 아이들은 조금도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지 한탄하게 된다. 가장 진하고 밝은 진달래꽃의 빛으로 기억하는 "청구회 추억"은 읽는 독자에게도 그만큼 밝게 빛난다. 그 모임이 계속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을 갖고 말이다.

처음엔 왜 영어와 함께일까..생각했는데,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외국 사람들에게도 읽히고 싶었다는 번역자의 글을 읽고 과연 그렇다고 생각되었다. 가장 한국적인 일러스트를 그린다는 김세현님의 그림과 함께 그들도 우리의 60년대 이야기를 함께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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