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 2
이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누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바라보았는가에 따라 모든 사건은 평가가 달라진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서도 그렇다. 현 정권을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큰 뜻을 가지고 계획에 따라 실행했으나 그 계획이 실패하면 역적으로 죽는 것이고, 성공하면 역적이 아니라 공신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영광스러운 개국 공신 말이다.

숙종실록에는 한 사건이 게재되어 있다.

운부는 승려들 가운데 뛰어난 일여, 묘정, 대성법주 등 일백여 인을 얻어 그 술업을 전수시키면서 팔도의 중들과 체결하였다. 그리고 장길산의 무리들과 결탁하고, 또 이른바 진인 정(鄭), 최(崔) 두 사람을 얻어 먼저 우리나라를 평정하여 정성(鄭姓)을 왕으로 세우겠다고 하였다.
                                                                                                                 - <숙종실록> 23년 1월 10일

역사학자 이덕일님의 첫 역사소설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는 유난히 숙종 때 중창불사가 많았다는 사실과 <숙종실록>에 기록된 하나의 사건을 연결시켜 그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낸 소설이다. 소설가가 아닌 역사학자라는 장점은 그만큼 더 많은 사료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아지니 소설 자체의 구성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그동안 잘 몰랐던 "역사" 자체에 푹~ 빠졌다가 나올 수 있었다. 그만큼 시대 배경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 당시의 생활상이나 정황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숙종 시대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조선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당쟁이 있던 때였다. 처음 경신환국을 시작으로 기사환국을 거쳐 갑술환국이 일어나니 서인에서 남인, 그리고 다시 서인(소론)이 번갈아 정권을 잡게 되면서 그만큼 나라는 피폐해지고,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신하는 모두 죽음에 이르고 백성은 계속되는 흉년과 거듭되는 세금으로 산적이 되거나 절로 도망다니는 그런 시절이다. 

게다가 숙종이라는 임금은 어떤 여인을 총애하면 이성을 잃는 경향이 있어 중전 민씨(인현왕후)를 폐비하고 희빈 장씨(장옥정)를 중전으로 세웠다가 환국을 따라 이후 다시 폐비 민씨를 중전으로 복귀시키는 등, 정말 아수라장 같은 시대였다.

그러니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겠다. 백성들만 골병들고 죽어나가는 세상이 아닌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이 모여 "환국"이 아닌 "개국"을 도모하는 것이다.


"양반도 없고 상놈도 없는 나라. 주인도 없고 노비도 없는 나라.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과 노비들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임금과 신료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백성들을 위해 일하고, 백성들은 그런 임금과 신료들에게 새경을 주듯 세금을 바치는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1>> 295p


이 개국 계획이 성공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1700년대부터 그렇게 누구나 평등하고 서로 맡은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상받을 수 있는 나라가 세워졌다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 아침 뉴스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둥, 중국발 멜라민이 들어간 식품이 또 있다는 둥..하는 말들을 듣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 있었을까. 서인과 남인들이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난 듯 국회에서 서로의 이권만을 위해 나라의 일들은 팽개쳐놓고 그렇게 서로 싸우기만 하는 일들은 없지 않았을까. 

아무리 되돌려 놓고 생각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지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마지막 영창의 말을 가슴에 담는다.


"그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세상 속에서 그런 일을 하도록 하늘이 정해 준 길이었다. 그 길은 거부한다고 해서 거부할 수도 없고,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그런 길이었다."...<<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2>>3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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