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만의 규칙 생각하는 책이 좋아 1
신시아 로드 지음, 김영선 옮김, 최정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 <<우리들만의 규칙>>이란 책을 접하고, 광고글을 대강 훑어보았을 때만 해도 이 책은, 장애를 가진 동생을 둔 누나와 그 동생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조금은 흔한 주제의 책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책을 직접 손에 들고 읽어나가면서 나는 좀 불편했다. 소설이나 동화책에 등장하는 아주 못되거나 아주 착한 누나가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나 현실적인 "누나"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두 사람 모두 주인공이 아니었다. 누나의 입장에서 자폐를 앓고 있는 동생을 바라보는 3인칭 시점인 줄 알았던 "나"는, 단지 평범한 동생이 아닌 다른 동생들과는 조금 다른 동생을 둔 누나로서의 1인칭 "나"였다.

12살의 캐서린은 이제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어른도 아니다. 가장 평범한 행복을 늘 바라고 꿈꾸지만, "동생"이라는 존재로 인해 그 평범한 행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엄마, 아빠는 모든 행동과 결정을 항상 동생에게 맞추기 때문이다. 언제나 "동생"이 중심인 가정은 조금씩 균열이 드러난다.

엄마와 아빠를 독차지 하고 싶다는 바램은 형제를 가진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 것이다. 특히 큰아이들은 항상 손해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누나와 남동생의 순서가 된다면 누나는 항상 양보하고 배려하고 돌보아주기까지 해야하는 행동을 부모로부터 강요받게 된다. 동생이 인생 최초의 라이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캐서린은 함께 경쟁을 할 수가 없다. "장애"를 가진 동생으로 인해 생활이 동생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 '불공평', '잔인하다', '밉다', '엉망진창', '음울', '골리다', '당황스럽다' "...156p

가족들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답답함을 캐서린은 이런 단어들로 표현한다. 왜 이런 상황에 놓여야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하지만 동생을 보면 안쓰럽고 불쌍하다. 자신의 손으로 멀쩡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데이비드의 망가진 뇌를 고쳐주고만 싶다. 이런 두가지 상반된 마음은 계속해서 부딪치고 갈등한다.


크리스티가 비키니 상의를 고쳐 입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두 세계의 틈에 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도 잘 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학교와 친구들이 있는 보통 세계와 그곳과는 모든 것이 딴판인 데이비드의 세계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그리고 두 세계 가운데 어느 곳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못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페이지 : 189  


이런 마음은 캐서린에게 또다른 이중성을 갖게 한다. 장애인 친구와도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지만, 다른 친구들 앞에 자신의 동생이나 장애인 친구를 소개하고 싶지 않은 마음. 긜고 다른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똑같이 봐주기를 바라지만 캐서린 자신도 그들을 똑같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캐서린은 성장한다. 모든 편견과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활주로에서 이륙을 기다리는 비행기처럼.."(272p) 캐서린은 그 활주로를 달려갈 준비가 되었다. 자신의 모순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건 행운이다. 캐서린은 해 냈고 동생과의 추억 하나하나를 소중히 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런 캐서린을 지켜볼 수 있어 나 또한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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