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 - 지구의 생명 속으로 떠나는 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헬렌 스케일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평소에도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물론 모든 과학 분야를 말하는 건 아니다. 대체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모두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기도 하지만 특히 생물 분야엔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낀다. 가장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내 주변의 생활 속에 가장 많이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최근엔 좋은,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일반인들도 쉽게 과학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최재천 교수님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아름답다>였다. 워낙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분이기도 하지만 흔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생물들의 생태를 마치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듯이 설명하고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아는 주변인들도 특히 아이들도 이렇게 책을 통해 과학을 더욱 가깝게 느낀다면 좋겠는데 워낙 책을 어려워하고 게다가 과학 분야를 읽어야 한다고 하면 고개부터 흔드니 좋은 강연이나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은 영국 왕립 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경연을 모아놓은 책이다. 처음엔 아이들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쉬운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이후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TV 를 통해 방송되었고 지금은 온라인으로 누구나 지금까지 했던 강연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무려 1825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강연은 200년 동안 영국의 많은 아이들에게,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이것이 바로 선진국의 힘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니 무척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생물학은 비인기 과목이었는지, 워낙 논란 거리가 많았기 때문인지 오랫동안 강연되지 않았던 분야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다른 분야만큼 발전한, 무엇보다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발전에 생물학 분야도 이 영광스러운 강연에 한 몫 하게 된 것 같다. 책은 최근의 강연만 편집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1911년, 피터 차머스 미첼의 "동물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2009년, 수 하틀리의 "3억 년 동안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강의들 11편을 모아놓았다. 


20세기 초의 강연 내용들은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너무나 당연한 내용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부터 마지막 강연에 이르기까지의 강연을 쭉 훑어보면서 느낀 점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에 더하여 생물학 분야가 어떻게 발전되어왔고, 어떤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생물학이라고 하여 과학의 한 분야인 생물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의 진출, 다른 분야로의 융합으로 우리 인간이 더욱 발전해왔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 한 장 한 장 읽으며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들던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정말 많은 책을 읽고 보아왔는데,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만큼 아름다운 책을 만나보지 못했다. 옛 책 같은 느낌의 양장도 아름다웠지만 조금은 톤 다운된 진녹색과 금박의 제목, 이 딱 떨어지는 표지 속 나뭇잎 잎맥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모두 비슷할 것 같은 이 표지를 보니 다른 과학 분야의 강연도 모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다. 이렇게 조금씩 다른 분야로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책장에 꽂아놓고 눈에 띌 때마다 조금씩 펼쳐보는 즐거움은 큰 행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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