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1 수능대비 한국문학 필독서 2
이광수 지음, 송창현 엮음 / 넥서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교 때 한창 세계 문학에 빠져 지내다가 국어 공부를 하며 한국 문학으로 자연스레 넘어간 적이 있었다. 세계 문학에서 얻었던 놀라움 만큼이나 한국 문학에서도 재미와 놀라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한 작가가 바로 이광수이다. 시리즈로 <무정>, <유정>, <흙> 같은 작품을 꽤나 열심히 읽었었다. 덕분에 염상섭의 <삼대>도, 그 외 다른 작품들로까지 연결하며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광수라는 작가가 친일 성향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얼마나 배신감에 휩싸였던지... 사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었다면, 어쩌면 그렇게 변절했을 수도 있겠다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사춘기 때 읽었던 이 작품들은 모두 연애 소설처럼으로만 보였으니 어린 나로서는 그저 한국 문학을 관심 갖고 읽게 해준 데에 감사하는 정도로 그쳐야겠다.

 

아주 오랫만에 다시 <무정>을 든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보다 크기도, 글자도 크고, 표지도 감각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부분의 해설을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자 마치 여중생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다. 넥서스의 <무정>은 "수능 대비 한국 문학 필독서" 시리즈의 한 권이다. 때문에 책 본문이 시작되기 전 작가 소개와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줄거리, 인물 소개와 작품 해설이 먼저 자리잡는다. 작품에 대한 이해 없이 이 책을 먼저 접하면 호기심을 느끼는 청소년들보다는, 처음 접하는 듯한 어투와 어색한 문장 등에 바로 재미를 잃고 책을 손에서 놓는 아이들도 있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를 접하고 이해하고 나면 작품을 좀 더 생각하며 읽게 되고 조금은 참아줄 만하기도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무정>은 그저 연애 소설로만 읽혔다. 그때에도 작품 해설이 있었을텐데 감수성 풍부한 여중생으로서는 다른 의미 말고 남녀 간의 사랑만 눈에 띄었나 보다. 엄마가 되고 여중생 딸도 있고 요즘 사회 문제까지 겹쳐져 새롭게, 인상적으로 읽힌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상황과 아울러 설명한 작품 해설과는 또 다르게 형식의 우유부단함과 영채의 상황에 화가 나고 그들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정절이나 포기 등에 대해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다.

 

보통 병욱과 영채, 선형과 형식이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심훈의 <상록수>와 함께 일제강점기 시절 개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배운 자로서 가져야 할 의무감은 있으나 상황과 갈등 사이에서 무력하다면 그건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자신들만 배워 무엇 할 것인가. 그렇게 배워 무엇을 했는지는 없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언젠가 나아질 것이다, 보다는 어떻게 나아졌다는 희망이 더 좋다.

 

다시 한 번, 이광수로 돌아온다. 작품을 작품으로만 받아들일 것인가. 작가의 삶으로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놓고 보다면 그의 작품에 가치관이 담겨 있으므로 그 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읽는 <무정>은 예전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반짝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꼭 읽어야 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